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특별편 '제37회 청룡영화상'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25일에 한국 영화의 한 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이자, 3대 영화상 중 하나라 불리는 '청룡영화상'이 열린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는 특별편으로 이번 제37회 청룡영화상의 수상자와 수상작을 감히 한 번 점지해보고자 한다. 
 
벌써 시상식의 시즌이 다가왔다. 그중에서 25일에 예정된 청룡영화상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데, '미리 보는 시상식' 격으로 이번 수상자들을 한 번 예측해보자. 두 사람 다 올해에도 국내 영화를 많이 봤을 터인데, 올해 최우수 영화는 무엇이라고 생각되는가? 
ㄴ 아띠에터 석재현(이하 석) :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래도 아직은 '곡성'을 능가한 영화는 없었다고 본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 현빈이 입고 나온 트레이닝복을 이탈리아 장인 손수 한 땀 한 땀 만들듯 말이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작은 부분 하나에도 크게 공들였고, 그런 정성과 그의 완벽주의 성향이 결국 관객들로 하여금 호평을 이끌어냈다. 올해 내가 유일하게 별 5개 만점 준 국내 영화인 '곡성' 칭찬해! 
 
   
▲ '곡성'이 이번 청룡영화상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본지에 절찬리 연재 중인 [양미르의 영화영수증]을 되돌아봤다. '곡성', '내부자들', '동주', '밀정', '부산행', '아가씨'까지 모든 영화를 7.5점 이상 줬다. 이런 경우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언터처블을 뽑으라면 '곡성'을 선택하겠다. '곡성'을 처음 본 순간의 심장 떨림이 아직도 기억난다. 당시 코멘트를 복기해본다. "옛날 미국의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는 통과의례로 '록키 호러 픽쳐 쇼'를 극장에서 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이 영화도 그런 면에선 강렬하다." 150분 이상을 숨죽이면서 관람하게 하는 것은 나홍진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좋다. 그렇다면 한 경기 스페셜, 아니 올 한 해에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던 사람들을 선정해보자. 먼저 '분명' 주연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주연인 줄 알고 착각할만한 존재감을 뽐냈던 남녀 조연들 중에서 최고는 누구인가?
ㄴ 석 : 여우조연상은 팬심까지 담아서 천우희다. '곡성'에서는 생각했던 것에 비해 적은 분량이었음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충분히 어필했다. 극 중 황정민이 연기했던 '일광'과 대척점에 서있으면서 끊임없이 '종구'에게 소름끼칠 정도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무명'의 모습은 강렬했다. 2014년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도 받았으니, 이제는 조연상도 쟁취할 때가 되었다.
 
엄태구를 처음 본 것은 '잉투기'였고, 진짜인지 연기인지 구분이 안되는 그의 실감나는 연기력을 보며 조만간 뜰 것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세월이 지나 '밀정'에서 그가 연기한 '하시모토'는 상급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그 자체였다. 엄태구가 남우조연상을 타게 된다면, 극 중에서 자신에게 쉴 틈 없이 뺨 맞았던 배우에게 크게 한 턱 쏴야한다. 
 
   
▲ '밀정'의 엄태구(왼쪽)와 송강호(오른쪽)은 나란히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양 : 후보로 오른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부산행'의 정유미, '덕혜옹주'의 라미란, '터널'의 배두나 모두 쟁쟁하다. 하지만 가장 '주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는 배우를 떠올려보니 '곡성'의 천우희만 생각난다. 마치 제니퍼 로렌스가 생각난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꾸준히 후보로 등장하며 필모그래피를 확장하고 있다. 천우희도 그런 잠재력이 충분하다.
 
남우조연상은 '곡성'의 쿠니무라 준이다. '만추'의 탕웨이(당시 '블라인드'의 김하늘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 두 번째로 외국 배우가 청룡영화상 후보로 나선다. "와타시와 아쿠마다(나는 악마다)"라고 말할 때의 그 카리스마나 카메라를 쥐는 포즈는 무수한 패러디 요소가 됐다. 사실 쿠니무라 준은 우리만 몰랐을 뿐이지, 일본에선 데뷔 35년 차 국민배우다. '외지인'이 청룡의 문을 열 수 있을까?
 
그다음으로 넘어가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2016년에 개봉한 수많은 국내영화들, 그리고 그 영화들의 간판역할을 했던 숱한 주연배우들 중에서, 가장 정점에 서 있었던 남녀 주연배우는 누구였나?
ㄴ 석 : 가장 예측하기 힘든 부문이 남녀주연상이다. 어려운 난이도 속에서 추측해본다면, 여우주연상은 윤여정, 남우주연상은 송강호를 조심스레 예언해본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여우주연상이 독립/예술영화 주연들이 수상했던 전례를 생각해본다면, 이번에도 그 공식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사회적 메시지를 줌과 자신의 비슷한 연령대의 문제를 대변하는 듯한 연기력을 보여준 윤여정이 적합하다고 생각됐다.
 
사실 송강호가 이미 2차례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이번에는 받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송강호 이외에 최민식이나 문성근 또한 3회 수상 경력이 있고, 특히 최민식의 경우 2001년 '파이란'으로 수상한 이후 2년 뒤에 '올드보이'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선례가 있으니 송강호 또한 3번 받을 수 있는 명분은 충분하다. 
 
   
▲ '죽여주는 여자'의 윤여정이 '제37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양 : 지난해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이 여우주연상을 받을 때, 후보로 있던 사회자 김혜수가 "청룡, 참 상 잘 주죠"라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천우희, 이정현의 '독립영화' 수상 계보를 이어받는다면 이번엔 윤여정이다. 우리에게 노인 문제와 잘 죽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만들어준 작품이다. 윤여정의 당당한, 그리고 숭고한 연기는 아직도 머리에 남는다.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해 '내부자들'을 보고 나서 여기에 있는 주요 배우들은 남우주연상이나 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 같다고 말을 했고, 이병헌이 후보에 올랐다. 그 사이에 송강호는 '밀정'을 통해 '연기의 신'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마치 예능으로 따지면, 유재석의 연예대상 수상 여부를 묻는 것과 비슷하다. 근소하게 송강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우리에게 무언의 울림을 주는 배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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