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스터쇼' 리뷰

 

[문화뉴스] 여성도 욕망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 이 단순한 주제를 공연 내내 붙잡았다.

여성이 욕망의 대상에서 벗어나 주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줄곧 많은 이들이 주장해온 명제이지만 실제로 그 문장을 일상에서 실현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성들의 은밀한(아니, 은밀해져야 했던) 욕구가 분출되기까지, 그리고 그 분출이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머리로 몸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러닝타임 70분 중 40분가량은 이런 얽매인 의식들을 깨부수는 데 사용한 것 같다.

 

 

서사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그 점에 있어서 '미스터쇼'는 새로운 것이었다.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만 여겨왔던 숱한 스트립쇼들. 스트립쇼를 실제로 관람한 적이 없는지라, 그 쇼들의 서사나 장치가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는지 명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가 숱한 미디어를 통해 스트립쇼를 소비해온 남성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대개 스트립쇼는 이런 식이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들이, 그대로 눈앞에서 실현됐다. 성별만 뒤바뀐 채 말이다.

벗고 유혹하고 심지어는 만질 수 있게까지 하는 미스터('미스터쇼' 참여 배우들)들은, 객석을 가득 채운 여성 관객들로 하여금 '당신도 욕망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당신의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마라', '당신의 욕망은 나의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한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 이곳은 자신의 욕망을 한껏 드러내지 않는 이가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곳이 되어버렸다.

 

 

미스터들은 청바지에 흰 티만 입거나, 칼춤으로 남성미를 뽐내거나, 제복을 입고 군무를 선보이거나, 가죽 팬티에 서스펜더만 차고 섹시하게 춤을 추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구성한다.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미스터 개개의 개성과 매력에 맞춰 에피소드가 구성됐다. 개중 미스터들의 탈의를 엿볼 수 있는 핍 쇼(peep show)가 시작되기 전에 MC 문용현은 자신의 섹스 판타지를 마음껏 투영해도 좋다고 말한다.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내뱉는다.

외할머니부터, 어머니와 딸까지 함께 공연장을 찾은 3대 뿐 아니라 스물을 갓 넘긴 여성부터 중년을 넘어 노년에 이르는 여성들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함께 '미스터쇼' 공연장을 찾았다. 애인, 남편, 아들은 떼어두고 와야 하는 이 공연은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극장을 가득 메운 여성들은 서로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내숭을 버리고, 조신함을 걷어차고, 왁자지껄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실제로 3년 전부터 국내 최초로 '여성전용'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시작됐던 '미스터쇼'는 꽤 거센 비판의 목소리들을 만나야 했다. '남성스트립쇼'일 뿐이며, 오히려 '성 상품화'를 조장하고, '역차별'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칼린 연출은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쇼는 선정적이거나 퇴폐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당당히 얘기했다.

성적인(sexual) 어떤 관습도 은밀하게 감춰뒀던 사회는 남성의 욕망을 음흉한 것으로 만들었고, 여성의 욕망을 거세시키는 결과를 자아내지 않았나. '퇴폐'와 '욕망의 표현'을 헷갈려 하는 이 사회에서, '욕망의 표현'이 더욱 당당해져야 한다. 개개의 욕망을 서로 인정하고 각자 당당히 표현한다는 것은, 퇴폐적인 혹은 음흉한 것들과 철저히 구별되어야 한다.

'미스터쇼'는 다음 달 4일까지 신한카드 판스퀘어 라이브홀에서 공연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KC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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