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영화인' 대백과사전…이병헌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2016년 11월 25일 금요일 밤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이미 그는 연기자로서의 입지만큼은 대한민국을 통틀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 진출로도 명성을 조금씩 알려가고 있었다. 자신의 탁월한 연기 재능을 앞세워서 국내에서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상을 거머쥐었지만, 딱 하나 손에 얻지 못했던 게 있었다. 바로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이었다.
 
1995년 영화 주연으로 등장한 이래, 단 한 번도 손에 얻지 못했던 그 상을 20년이 지난 후에야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기 위해 7번 도전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인물이 한국에도 존재했다. 배우 이병헌의 청룡영화상 도전기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서인우 역
- 군대에서 전역하자마자, 이병헌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수현 병장 역을 맡으면서 남북 대치 속에 쌓은 우정과 갈등의 내면연기를 표출하면서 대중들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복귀신고식을 치렀다.
 
이에 탄력 받아 '번지점프를 하다'에서도 주연을 꿰찼고, 서인우 역을 하면서 과거 자신이 좋아했던 여자친구의 영혼이 깃든 남자 학생과의 동성애 관계를 그려내는 모습으로 대중들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이 영화로 이병헌은 2001년에 처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파이란'의 최민식에게 상이 돌아갔다. 이때부터 이병헌의 청룡영화상 도전기가 시작된 셈이다.
 
   
 
 
'중독' 대진 역
- 첫 쓴 잔을 맛 본 이병헌은 곧이어, '중독'의 주연으로 발탁되어 사고로 인해 자신의 몸에 형의 영혼이 들어와 형수를 사랑하게 되는 대진 역을 맡았다. 상대역이자 형수인 은수 역은 배우 이미연. 비록 영화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뒤바꾼 영혼으로 인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사랑과 그로 인한 아슬아슬한 동거를 하는 그의 연기력이 호평을 받으면서 2년 연속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포트라이트는 이병헌이 아닌 '공공의 적'에서 강철중 역을 맡은 설경구의 차지였다. 두 번째 쓴 잔이다.
 
   
 
 
'달콤한 인생' 선우 역
- '중독'의 저주인지, 그 이후로 그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하나같이 흥행에서는 참패했다. 2005년에 촬영한 '달콤한 인생' 또한 개봉할 당시에는 흥행몰이에 실패했지만, 개봉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꼭 봐야할 영화로 손꼽힐 만큼 재평가 받고 있는 명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말해봐요, 정말로 날 죽이려고 그랬어요?",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를 비롯하여 숱한 어록들을 남기면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병헌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달콤한 인생'. 뛰어난 작품성과 이를 뒷받침한 그의 탄탄한 연기력 덕분에 3번째 청룡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탈락했다. 같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자 경쟁후보작인 '너는 내 운명'의 주연으로 나온 황정민의 인생연기에 패배했다. 영화 속 대사처럼 황정민은 이병헌에게 모욕감을 주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나쁜 놈 박창이 역
- "남자는 삼 세 판"이랬는데, 다 패배한 이병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의지가 꺾인 것은 아니었다. 3년 뒤인 2008년, '달콤한 인생'에서 같이 작업한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인 서부활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나쁜 놈 역할을 맡으면서 정우성, 송강호와 더불어 삼각편대를 이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2008년에도 그는 다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모두의 예상대로(?)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추격자' 신드롬으로 한 순간에 스타덤에 오른 김윤석에게 밀렸다. 이병헌이 못한 게 아니라, '추격자'라는 영화와, 그 영화에 등장했던 김윤석과 하정우의 연기력이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악마를 보았다' 김수현 역
- 4수에도 실패한 이병헌, 그래도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아 보였다. 이벙현은 이번에도 김지운 감독과 함께 3번째 작품을 같이 하게 되었는데, 바로 '악마를 보았다'였다. '악마를 보았다'는 개봉하기 전부터 상식선을 뛰어넘는 잔인함과 선정적인 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김관객들에게 공개하기 전까지 수위 조절을 위해 끊임없이 편집했다고 한다.
 
김지운 감독의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또한 숱한 마니아층을 양산했고, 이병헌은 인육을 먹는 연쇄살인마로 연기했던 최민식을 쫓아 복수하는 잔인함을 선사했다. '악마를 보았다'의 평은 호불호가 갈렸지만, 이병헌의 연기는 '엄지 척!'이었고, 다섯 번째 청룡영화상 후보로 올랐다. 이쯤되면 사람들도 예상할 것이다. 그렇다, 2010년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은 '이끼'의 정재영이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군 & 하선 역
- '악마를 보았다' 이후로 이병헌은 헐리우드 진출하여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 월드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에 대한 그의 갈증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012년 이병헌은 '광해, 왕이 된 남자'로 다시 한 번 청룡영화제에 도전했는데, 특히 자신의 연기 인생 최초로 1인 2역으로 연기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관객 1200만 명을 동원하면서 오랜만에 흥행을 이끌었지만, 청룡영화상은 또다시 그를 외면했다. 이번에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최민식에게 돌아갔다.
 
   
 
 
'내부자들' 안상구 역
- 이쯤 되면 청룡영화상과 전혀 인연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병헌은 굴하지 않고, 2015년 웹툰작가 윤태호의 작품인 '내부자들'로 관객들에게 다시 국내영화로 모습을 비췄다. '내부자들'은 오리지널판까지 포함하여 총 9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면서 19세이상 영화 관람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카데미상을 못받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레버넌트'를 통해서 평생 잊지 못한 연기로 비로소 상을 받았듯이, 이병헌 또한 '내부자들'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통해 염원하던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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