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평구문화재단(포토_방영문)

[문화뉴스] 연말에 어울리는 감성을 담은 작품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8일부터 11일까지 부평아트센터 해누리 극장에서 공연될 창작음악극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최근 불고 있는 8090풍이 아닌 본격적으로 '옛날 시절'이라 느낄 수 있는 60년대 전후의 부평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른바 '에스캄 시티'라 불리던 부평 미군부대 부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내 과거의 향수를 듬뿍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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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인공 연희를 좋아해 기타를 배우려는 주인공 용생이는 전쟁 통에 가족을 모두 잃고 큰어머니 밑에서 살아간다. 이 집은 당시 전형적인 20세기 한국 표준 가정이라 해도 무방한데 집안의 기대를 가득 품은 채 공부에 매진하는 큰 형 용국, 여자이기에 교육의 기회를 뺏기고 공장에 다니는 여동생 용미, '샤인 유어 슈즈'를 외치며 구두를 닦는 용생과 자식 걱정에 아픈 몸을 이끌고 빨랫감을 받으러 다니는 큰어머니가 함께 사는 집이다.

'여자란 어디서든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외치는 큰어머니나, 용생의 방황을 보다 못해 엎드리라며 매를 드는 큰 형의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한국의 낡은 정서에 기대고 있지만, 이들의 삶은 그러기에 더 각별하고 애틋하다. 늘 용생과 함께하는 종현이나 각자의 사연을 담은 더스트문 멤버들까지 모두 서로를 위하고 가진 것이 없을수록 하나라도 더 나누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부평구문화재단(포토_방영문)

작품 내에서 악역의 역할이 지나치게 적다거나, 연희의 희생으로 풀려나 보이는 마지막 씬에서 아무렇지 않게 연희가 돌아온다거나 하는 부분에서 굳이 흠을 잡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려 본다면, 삶은 때론 과장되거나 지나쳐 보일 정도로 극적인 우연이 연속됐을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이런 이야기들은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려진 극의 흐름에 반기를 들지 못하고 자연스레 휩쓸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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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특히 말끝마다 '누나'를 외치며 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하는 정욱진, 박화홍 배우가 연기한 '용생' 역이나 이상민 배우가 연기하는 '종현' 역은 극의 주요한 흐름을 이끌어가면서도 관객의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매력적인 노래와 춤으로 시대 정서를 표현하는 앙상블을 포함한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열연으로 인해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이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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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 재즈나 로큰롤의 적절한 선곡 또한 강점이다. 정확히는 이 극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노래에 비춰보면 조금 촌스러울 수 있는 노래들은 오히려 어떤 세련됨 이상으로 관객의 심장을 콕콕 찌른다. 연희와 용생이 서투르지만 한 글자씩 읽어내려가는 'too young'의 가사를 음미하다 보면 '관객의 아름다운 시절'이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을까.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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