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캐롤'이 한국 정서에 연착륙했다.

2017년 2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될 뮤지컬 '오!캐롤'은 과거 히트 팝 작곡가인 닐 세다카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로 결혼식 날 신랑에게 바람을 맞은 마지와 그녀의 친구 로이스가 신혼여행 예정지인 파라다이스 리조트에 도착해 벌어진 일을 그린다.

   
 

스몰 라이선스 형식으로 음악 외의 대부분을 새롭게 재창작했다고 밝힌 뮤지컬 '오!캐롤'은 대형 규모의 작품답지 않게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눈에 띈다. 허비와 에스더가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MC 역을 보는 점에 착안해 공연을 보러 온 관객 역시 파라다이스 리조트의 손님으로 만들어 농담을 걸기도 하고, 티켓을 선물로 걸고 퀴즈도 진행한다. 마지와 로이스가 극 초반 관객석에 앉아 델의 공연을 함께 감상하는 이벤트 아닌 이벤트도 기다린다.

이렇게 '오!캐롤'은 리조트의 손님인지 BBCH홀의 관객인지 헷갈리게 만들며 작품의 몰입을 유도한다. 마지와 로이스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무대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공연장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잘 짜인 촘촘한 스토리 전개를 원한 관객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지만,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작품을 표방한 만큼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모든 마음을 내려놓고 허비와 델의 썰렁함에 몸을 맡기고 나면, 피식하고 새어 나오는 웃음을 견딜 수 없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게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게 이야기의 힘이 분산되는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작품의 특징에 맞는 변화를 통해 주크박스 뮤지컬의 공통적인 약점으로 지적받던 스토리에 있어 상당한 참신함을 선보인다.

또 등장인물들은 요즘 시대와 달리 한마디 말을 꺼내지 못해 더 고민하고, 주저하기도 한다. '그냥 말하면 되지 뭘 저런 걸 가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인물들의 마음은 그렇기에 더 진지하게 다가온다. 20년을 기다린 허비나, '다시 시작해!'를 외치는 마지의 모습에서 다소 '오그라드는' 관객도 있겠지만, 복고풍을 내세운 작품답게 그런 톤앤매너를 끝까지 지켜가고 그로 인해 가벼운 웃음 속에 진지한 사랑을 함께 전달한다.

   
 

또 앙상블의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리조트 쇼 형식인 만큼 대부분의 넘버에서 앙상블들이 '열일'한다. 닐 세다카의 익숙한 음악과 함께 계속해서 갈아입은 화려한 의상과 퍼포먼스를 감상하다 보면 어떤 머리 아픈 일도 잠시 내려놓고 힐링이 되지 않을까.

닐 세다카의 음악과 '믿고 듣는' 음악감독 김성수의 조합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아니어도 홀리 워터 밴드의 연주를 통해 확실한 매력을 뽐낸다. '맘마미아!'를 연상케하는 마지막의 신나는 커튼콜까지 끝나고 나니 '너무 재밌다'를 연발하며 공연장을 떠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배우를 선언한 이유리는 사람들의 우려와 달리 나쁘지 않은 모습을 선보였다. 많은 배우가 극적인 가창력을 요구하거나, 본인이 가진 원래 매력과 상반된 역에 도전했다가 낭패를 본 경우가 많은데 이유리의 로이스는 '연민정' 뒤에 가려졌던 그녀의 엉뚱 발랄한 매력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 더 발전할 모습이 기대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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