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이대웅 연출, 우현, 서현철, 이원종, 유연수, 정석용, 김광식, 오세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아저씨를 일컫는 '아재'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남자라는 '옴므파탈(Homme Fatale)'의 합성어인 '아재파탈'은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다. 이에 연극에도 '아재파탈' 작품이 한 편 프랑스에서 건너왔다.

 
내년 2월 12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연극 '우리의 여자들'은 프랑스 최고 권위의 몰리에르상 작가상을 두 번 수상한 에릭 아수의 작품이다. 2013년 9월부터 5개월간 파리에서 초연되어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다. 이후 3개월간 앙코르 공연이 무대에 올랐고, 지난해 4월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레옹'을 연기한 장 르노도 출연했던 이 연극은 극과 극의 개성을 가진 35년 지기 죽마고우 '폴', '시몽', '막스'에게 벌어진 하룻밤 소동을 그렸다.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한 친구를 위해 거짓 알리바이를 만들어 줄 것인가, 아니면 정의를 선택해 경찰에 고발할 것이냐는 문제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특이점은 원제(Nos Femmes)와 달리 작품은 여성이 한 번도 출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화 자동응답기 목소리로만 들어갈 뿐, 여성의 존재는 남자들의 이야기로만 등장한다.
 
   
▲ (왼쪽부터) 서현철, 정석용, 이원종 배우가 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잠을 너무 좋아하는 아내와 사는 남자, 틈만 나면 모든 일에 시비 거는 아내와 별거 중인 남자, 바람피우는 것으로 의심되는 아내를 발견한 남자까지 이들은 모든 문제가 아내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남자들 역시 '트러블 메이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7일 오후 작품의 프레스콜이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질의응답 시간엔 이대웅 연출, 각색을 맡은 오세혁 작가를 비롯해 모범적이나 다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폴' 역할의 서현철, 유연수, 두 개의 헤어샵을 운영하는 성공한 사장 '시몽' 역의 우현, 정석용, 친구와의 우정보다는 정의를 선택하는 이성적이고 까칠한 성격의 방사선 기사 '막스' 역의 이원종, 김광식이 참석했다. 이날 개인 사정으로 '폴' 역의 안내상 배우는 참석하지 않았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을 톺아본다.
 
   
▲ 이대웅 연출이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프랑스에서 인기리에 공연하고 있는 대중 코미디 연극이다. 어떤 매력이 있다고 보나?
ㄴ 이대웅 : 프랑스에선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21세기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고 있는 친구 관계 덕분일 것이다. 우정 아래 이뤄지는 소동을 통해 다시 한번 우정을 되새겨볼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가 있다. 중년 아저씨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주요하다. 원작 제목은 '우리의 여자들'(Nos Femmes)인데, 남성들이 질투도 하고, 시기도 하고, 의심도 하는데, 이런 모습이 여성의 그것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친구 관계를 되짚어보는 연극이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것이다.
 
안내상 배우와는 30년 지기 친구인데, 출연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것인가?
ㄴ 우현 : 그동안 대학로 공연제의를 몇 번 받았는데 하지 못했다. 연극에 대한 내공이 부족해서, 실력이 안 된다고 거절했다. 안내상이 이 작품을 읽고, 이건 꼭 친구끼리 해야 한다고 전화하고, 윽박지르고, 회유하고, 술도 사고, 때리는(때리는 건 아니다) 등 설득을 했다.
 
그런데 마음이 움직인 것은 의외의 것이었다. TV를 보다가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사람들이 랩을 외우고, 쓰고 하는데 실수를 하는 것도 전부 다 방영되던 것이었다. 실수할 때, 창피할 것 같은데, 계속 도전하는 거 보고 우리 인생은 도전하는 삶이고 도전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안내상의 부탁보다는 TV를 보다가 '어, 나도 좀 해볼까, 도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결국 하게 됐다.

연극 무대에 오랜만에 선 소감도 들려달라.
ㄴ 우현 : 결혼 전에 제작한 연극 '라이어'가 있다. 잠깐 나오는 게이 역할이었다. 그거 하면서 1년 동안 공포증 얻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피가 말렸고, 뼈를 깎는 고통을 받다가 연극배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다. 17년이 흘렀다. 다른 분들이 내 얼굴을 보고 연극 무대에 잔뼈가 굵은 얼굴로 보는데, TV나 영화 연기도 40살 다되어서 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아니, 이런 얼굴이. 아!' 이렇게 놀라 한다. 개인적으로 17년 전 무대를 첫 데뷔라고 하고 싶지 않다. 연기를 모르고 덤벼든 것이고, 지금이 연극무대 첫 데뷔가 아니냐고 생각한다.
 
   
▲ 우현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근 코미디 연극인 '웃음의 대학', '술과 눈물과 지킬앤 하이드' 등에 출연하며 사랑을 받고 있다. 코미디 연극을 잘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ㄴ 서현철 :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코미디나 정극이나 연기할 때의 차이는 없다. 진지하면서 절실하게 하는데, 작품의 상황 때문에 웃음이 나는 것이다. 좀 더 보탠다면 타이밍이나 호흡은 잠깐의 것이고, 나머지는 똑같은 연기다. 아니면 내 장난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마침 다른 프랑스 코미디 연극인 '톡톡'도 동시에 출연 중이다. 프랑스 코믹극의 특징은 무엇인가?
ㄴ 서현철 : 많이 접하지 않았다. 서양의 잘못된 인식일지도 모르겠지만, 프랑스의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진다. 작가들이 다 그러한 마음이 있겠지만, 한국적인 게 더 따뜻하다고 봤었다. 그런데 이 작품도 그렇고 '톡톡'도 그렇고, 마지막엔 인간과 가족에 대한 따뜻함이 많이 묻어져 있었다. 문화적 차이는 있더라도, 정서적 차이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나?
ㄴ 이원종 : 남자 셋이 나와서 숨을 쉴 틈이 없다. 솔직히 남자 셋이서 뭔 재미로 하겠는가. 그저 공연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하다 보니 힘들었다. '막스'는 후반부에 무대에서 랩을 하고 노래도 한다. 태어나서 처음 랩을 해봤다. 안 된다. (웃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아직도 극복되지 않는다. 
 
유연수 : 세 역할이 숨을 쉴 틈이 없이 3막까지 진행되어, 다 어렵다. 다시 이 역할을 맡아서 하라고 하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하지 않을까 싶다. 그 정도로 굉장히 매력이 있는 작품이지만, 배우에게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유연수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몽'과 같은 상황에 친구가 도와달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ㄴ 이원종 : 요즘 나라가 시끄럽고 한데, 이런 것들을 빨리 헤쳐나갈 방법은 주변에 있는 사람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같다. (웃음) 설득을 할 것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면?
ㄴ 유연수 : '폴', '막스', '시몽'의 전체 대사들이 사실 공감이 간다. 특별하게 내가 맡은 '폴'의 대사에서 어떤 부분이 공감되기보단 전체적으로 공감이 간다. 작가인 오세혁 씨가 각색을 굉장히 잘해서, 지금 있는 모든 상황이나 대사가 원작보다 우리 한국 상황에 좀 더 맞다. 대사도 쉽고, 전반적으로 공감이 되는 것 같다.

올해 영화 '부산행'과 '터널'에서 인상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연말엔 무대에 섰는데, 무대 연기만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정석용 : 항상 그렇듯이 쭉 이어가는 맛이다.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 나는 모르겠는데, '막스'와 '폴' 역의 두 배우가 무대에서 1시간 40분 동안 나가지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느낄 수 없는 긴장감, 재미 등이 있다.
 
복장이 '패션 테러리스트' 수준이다.
ㄴ 정석용 : 처음엔 연출이 좋다고 해서 입었다. (웃음) 술을 같이 하면서 이야기할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간 오버스러워서 그다음에 이야기했더니 연출이 괜찮다고 해서 입기로 했다. 

작품의 막내로 활동하게 됐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김광식 : 막내라 힘든 건 없다. 최고의 배우와 함께해서 기분이 좋다. 막내라서 기쁠 줄 알았는데, 기쁘지도 않았다. 이런 좋은 작품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막내여서 술도 잘 사주셔서 좋았던 것 같다.
 
   
▲ 김광식 배우가 팀의 막내로 활동한다.
 
코미디 작품이어서 애드리브도 등장할 것 같다.
ㄴ 김광식 : 연극은 애드리브도 중요한 것 같다. 공연에 집중하다 보면 약간의 실수나 현장성 때문에 어긋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기에 맞게끔 대사를 밀었을 때 좋은 애드리브가 나오는 것 같다. 그건 당황이 아니라 기대되는 것이다. 최고의 선배님과 함께하니 그런 것도 기대하고 있다.

작품을 각색한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오세혁 : 나도 창작하는 사람인데, 라이센스 각색은 처음이다. 연극열전의 '톡톡'의 각색도 같이했는데, 대본을 처음 읽으면서 내가 쓴 것 같았다. 이게 왜 그런가 했다. 사실 각국의 언어는 다른데, 코미디는 비슷했다. 코미디가 인간이 부족할 때, 그 부족함을 인정하고, 부족한 면을 감추지 않고, 사랑스럽게 보여줄 때, 웃음이 나온다.
 
웃음을 통해 인간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공유하는 것 같다. 그러한 차원에서 부족하고, 못나고, 어색한 것을 사랑스럽게 감싸줘서 좋았다. 그 정서들과 의미를 드러내는 데 노력했다. 프랑스분들이 언어 문제인지 몰라도 말이 많으셨다. 한 명의 대사가 A4 용지로 한 장 분량이 넘어갈 때도 있어서, 줄이고, 리듬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나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라는 현재 시국을 풍자한 대사가 들어 있다.
ㄴ 오세혁 : 내가 다듬은 것은 "프랑스 사람답지 않고 왜 그래" 같은 대사였다. 프랑스가 문화, 정치,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이야기 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부분은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추가된 말이다. 내가 집어넣은 것들은 프랑스 사람이라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였다.
 
   
▲ 오세혁 작가가 각색 소감을 전하고 있다.
 
이대웅 : 좋은 작품을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 하다가 시국이 안 좋아졌다. 주말에 촛불집회도 가지 못하면서 연습할 때도 있었다. 선배님들과 연습하면서 시국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도 이런 대사를 반영하면 어떨까 했다. 그래서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나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을 최근 공연부터 넣게 됐다. 프랑스 이야기이지만, 한국 프로덕션 공연이기 때문에 동시대 관객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넣고 싶었다. 프랑스 작품이라도 한국 정서를 나누는 게 연극이 아닌가 했고, 흔쾌히 선배님들이 응해주셔서 넣었다. 관객 반응도 좋다.

그렇게 '첫 연극 공연'을 올렸는데, 소감은 어떠한가?
ㄴ 우현 :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긴장을 많이 해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 주변 반응이 좋았던 것만 확인했다. 나름 실패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연극 제의가 오면 어떻게 하겠나?) 이제 딱 두 번 공연 섰는데, 아직 모르겠다. 한 달 정도 지나서, 제안이 들어오면 '언프리티 랩스타' 한 번 더 봐야겠다. (웃음)
 
작품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ㄴ 이원종 : 시험 보는 것 같다. (웃음)이 정도 내용의 대본은 대부분 연극 한번 해 본 배우들이라면, 읽어보고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배우로 가지고 있는 자신의 역량을 이 작품에 쏟아부을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매력적인데, 겁나기도 한다. 자신을 다 드러낼 수밖에 없고, 본인의 한계나 연습량이 다 드러난다. 세 명의 배우가 하모니를 이루는 것도 관건이다. 큰 매력을 느꼈다. 다들 베테랑들이어서 합을 맞춰보면 우리가 길이길이 기억 속에 남을 연극 한 편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마지막 공연까지 조금씩 나은 모습으로 노력을 계속해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원종이 대본을 본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극의 관람 포인트를 말해 달라.
ㄴ 이대웅 : 선배님들이 배우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평소 역설이 존재하고 있으면, 좋은 드라마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시몽'이 '에스텔'을 죽인 사건은 또 다른 시작을 말하게 됐다. 주요 사건이지만, 껍데기 같았다.
 
35년간 우정을 지속한 친구들이 처음 듣는 이야기가 나오고, 우정을 재확인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작품의 의미가 드러난다. 속된 말로, '뒤가 다 까인다'고 선배님들이 이야기하셨다. 그게 묘미가 아니냐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포커스를 두고 봐주시면 훨씬 더 묘미가 살고, '에스텔'을 죽였다는 '시몽'의 이야기보다 관객 각자가 친구, 가족 등 인간관계를 되짚어보실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작품을 어떤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는가?
ㄴ 우현 : 먼저 공연을 처음 해 보지만, 프레스콜도 처음 경험해 본다. 내가 무슨 청문회를 나온 것 같은 느낌이다. 죄를 지은 느낌도 있고 그렇다. (웃음) 공연을 시작했으니까, 이런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자분들이 좀 봤으면 하는 생각한다. 여기에 12세 이상 작품인데, 15세 이하 관객이 오면 수위를 맞춰서 공연할 수 있다. 60~70대 선생님들이 오시면 거기에 맞춰서 할 수 있으니, 다양한 연령이 와주시길 바란다. 페어마다 색이 다 다르다. 다른 연극의 맛이 난다. 돈이 많이 있으시면, 할인을 많이 해드리니, 여러 번 커플별로 보시면 고마울 것 같다. (웃음)이 정도로 이야기하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