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1 '라라랜드'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연말이 다가올수록,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영화가 2016년이 가기 전에 개봉하여 관객들을 조금이라도 붙잡으려고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선택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을 당신들을 위해 강력하게 추천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라라랜드'다.
 
* 본 작품의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라라랜드'가 개봉하기 전부터 각종 영화제와 시사회에서 극찬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에 순전히 '라라랜드'를 추천한 것은 아닐 테고, 무엇이 당신들에게 엄지를 들게 했나?
ㄴ 아띠에터 석재현(이하 석) : 앞으로 '라라랜드'를 기준으로 뮤지컬 영화를 나눠야 할 것 같다. 뮤지컬과 영화적 요소를 모두 살려낸 것은 물론이요, '라라랜드'를 보면서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감성이 나를 자극했다.
 
   
 
 
로스앤젤레스의 사계절을 통해서 보여주는 삶의 흐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삶이 실제 나의 삶을 영사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후반부에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피아노 독주로 '세바스찬'과 '미아'(엠마 스톤)가 재회하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아름답다"는 수식어로는 표현이 모자랐을 만큼 강렬했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전작인 '위플래쉬'도 언론 시사회를 통해서 봤고, 이 작품 역시 언론 시사회로 보고 개봉 후 아이맥스로 한 차례 더 관람하게 됐다.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박수가 나오는 영화는 거의 드물다.
 
그런데 이 감독의 두 언론 시사에선 끝나고 모두 박수가 나왔다. 의례로 하는 박수가 아니었다. 뮤지컬을 한 편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알 것이다. 넘버(노래)가 하나 끝날 때마다 아낌없는 손뼉을 쳐야 한다는 것을. '라라랜드'가 그랬다. 인트로 장면부터 사람을 들썩이더니, 탭댄스 롱테이크, 에필로그 장면이 끝날 땐 마음속에서라도 엄청난 손뼉을 쳤다. 사람을 홀리는 뮤지컬 영화다.
 
   
 
 
'라라랜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가 후반부에 '세바스찬'의 피아노 독주를 하면서 과거에 헤어진 두 사람이 처음 마주친 장소에서 다시 만나 주마등처럼 넘어가는 장면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두 사람의 의견이 모두 일치했다. 그래서 질문해본다. 그 장면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ㄴ 석 : '세바스찬'이 피아노 독주를 하는 순간부터, 우리나라 가요 중에 두 곡이 떠올랐다. 하나는 가수 나윤권의 1집 앨범에 수록된 '나였으면', 나머지 하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댄싱킹인 가수 박진영의 '니가 사는 그 집'이었다.
 
이 곡들과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세바스찬'이 '미아'를 만나 피아노를 치는 순간부터 '미아의 옆에 앉은 사람'에 '나였어야' 했고, '그녀가 사는 그 집'이 '나도 사는 그 집'이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한 '세바스찬'의 심리였고, 피아노 독주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그 탄식과 안타까움은 마치 나의 옛날 연애했던 경험을 보는 듯해서 괜히 내 가슴이 쓰라렸다. 그 장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라라랜드'의 감성이 그대로 묻어나온 미국 현지 예고편과 영화의 주제가인 'City Of Stars'를 유튜브로 검색하여 끊임없이 보고 듣고 있다. 이 장면 보러 또 영화관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양 : 의견이 비슷하니, 바로 전 장면을 떠올려 봤다. 가을이 끝나고 5년 후 겨울, 관객들은 당연히 '세바스찬'과 '미아'가 행복하게 아이도 낳고 살았을 것이라 믿고 그 화면을 따라간다. 그러나 '미아'가 어떤 남자와 뽀뽀를 하는 순간, 그 환상은 깨지고 만다.
 
   
 
 
이 순간부터 관객은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왜 둘은 헤어질 수 밖에 없었을까? '설마 '미아'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핀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독의 전작인 '위플래쉬'를 미친 스승과 학생의 극한 대결이 아니라 제자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한 스승의 감동 실화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본다. 둘은 봄과 여름에 자신의 꿈에 관해 시종일관 이야기했다.
 
만약, '세바스찬'이 계속해서 '미아'의 곁에 있고, 프랑스에 따라갔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클럽 운영 등)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꿈을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택했다. '셉스'를 빠져나가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눈빛 교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이렇게 잘하고 있지?'라는 텔레파시가 통해 보였다.
 
우리도 한 번 설레발을 해보자. '라라랜드' 가 현재 2017년 아카데미상 여러 부문에 강력한 후보군으로 선정될 것이라고 현지 뉴스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데, 어느 부문을 쓸어갈 것으로 생각하나?
ㄴ 석 : 먼저, 올해 봤던 할리우드 영화 중에서 '라라랜드'만큼 인상적인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최우수 작품상이 '라라랜드'에게 돌아갈 듯싶다. 감독인 다미엔 차젤레에게 각본상은 1+1 패키지로 가지 않을까?
 
그리고 여주인공 '미아' 역을 맡은 엠마 스톤이 지난 '버드맨'에서 인생 연기를 펼쳤음에도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이번 '라라랜드'로 다시 한번 인생 연기 보여줬으니 인간적으로 한 번 줄 때가 되었다. 그녀의 절친인 제니퍼 로렌스도 이미 아카데미상을 받았는데, 그녀만 안 준다는 건 너무해, 너무해(결코, 내가 엠마 스톤의 광팬이라서 이러는 게 아님을 밝힌다)!
 
하나 더, 9일 자정(한국시각 기준)부터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OST 음원까지 풀렸는데, 주제가상에 '라라랜드'의 OST가 무려 2곡씩('City Of Stars', 'Audition')이나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주제가도 확실해 보인다. '라라랜드' 칭찬해! 
 
   
 
 
양 : 작품상은 유력해 보인다. '라라랜드'는 영화 제목 자체에도 있지만, 할리우드의 전성기인 1940~60년대를 함께한 뮤지컬을 부활시켰다. 할리우드의 무성영화 시절을 다룬 '아티스트'가 작품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싹쓸이한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렇다면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쓴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감독상이나 각본상 중 하나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편집상과 촬영상도 유력해 보인다. 오프닝 'Another Day of Sun' 넘버를 기가 막히게 보여준 고속도로 롱테이크는 편집과 촬영의 역할이 컸다. 3개월 동안 연습한 크루들의 모습을 절묘하게 보여준 라이너스 산드그렌 촬영감독과 3개 이상의 큰 편집점을 교묘하게 숨긴 편집감독의 공이 크다. 끝으로 주제가상은 'City Of Stars'가 유력해 보인다. 엔드크레딧에 나오는 엠마 스톤의 허밍 버전을 꼭 듣고 나가길 추천한다.
 
 
 
▲ [양기자의 씨네픽업] '라라랜드'는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트로피를 몇 개 받을까? ⓒ 시네마피아
 
'라라랜드'에 두 사람 다 점수를 높게 줄 것 같은데, 몇 점을 줄 것인가?
ㄴ 석 : ★★★★★ / 희로애락이 우리네 삶처럼 현실적으로 녹아들어서 뮤지컬영화인 걸 잠시 잊었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네.
 
양 : ★★★★★ / 할리우드의 '영화(榮華)'를 보여주는 '영화(映畵)'이면서, 동시에 정형화된 '시네마스코프'라는 틀에서 정형화되지 않은 모든 것을 보여주는 환상적인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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