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우리나라에서 오랜 시간 사랑받은 이유가 있는 작품이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오랜 시간 콘텐츠의 글로벌화를 꿈꾼 신춘수 프로듀서와 그가 대표로 있는 오디컴퍼니의 모든 능력을 집결한 작품이다.

정신병원에서 고통받는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도를 한 지킬 박사와 그를 사랑하는 두 여인 루시와 엠마가 주축이 돼 인간 내면의 어두움을 조명하는 이 작품은 관객에게 대극장 뮤지컬의 스펙터클함과 아주 내밀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호흡을 모두 갖춘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우선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왜 관객들이 이 작품을 선택했는지 증명할 여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돈을 내는 관객들이 보러 오는 작품은 소위 '돈값'을 해야 하고, 다른 작품들보다도 더 비싼 월드 투어 버전에선 특히나 당연한 이야기다.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무대, 의상, 조명, 배우 무엇 하나 빠지지 않고 충실한 완성도를 담보해서 이 '돈값'을 하게 한다.

   
 

미니멀리즘한 느낌의 무대와 대비를 높인 극적인 조명을 활용하는 모습에선 얼마 전 막을 내린 '스위니토드'의 향기가 났다. 하지만 '스위니토드'에서 지나치게 간략하게 만들어져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던 무대와 달리 각 씬에서마다 디테일한 세트가 추가로 들어오며 그런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더 훌륭한 비주얼을 보인다. 마치 각 씬 별로 영화의 비주얼을 보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특히나 1,800여 개의 병이 있다고 밝힌 지킬의 실험실에서 은은하게 병들을 비추는 조명 사이에서 지킬을 비추는 조명, 'Murder, Murder!' 넘버에서 하이드가 테디를 죽이는 장면에서의 극적 대비가 강한 조명 등은 아름다운 미장센을 만든다.

오랜 시간 캐스트에 공을 들였다는 배우들 역시 기대 이상의 모습이었다. 브로드웨이 캐스트가 오더라도 국내 유명 뮤지컬 스타들에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 국내 뮤지컬 시장이지만, 한국에선 신인과도 같은 이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연기와 노래는 한국 관객에게 사랑받을 자격을 충분히 보여준다. 이 배우들이 전국 투어를 마치고 서울 무대에서 공연한다면 한국 관객들의 외국 캐스트에 관한 선입견도 상당 부분 사라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특히 'Dangerous Game' 넘버에서 브래들리 딘과 다이애나 디가모의 농익은 호흡은 그야말로 대단하다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이다.

   
 

또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뮤지컬계의 '애국가'라는 평을 받는 'This is the moment' 외에도 명곡들로 꼽히는 'Someone Like You', 'Once upon a Dream', 'A New Life' 등은 물론 앞서도 언급한 'Murder, Murder!' 처럼 앙상블의 열연을 느낄 수 있는 곡들도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공연되며 이후 많은 한국 뮤지컬들에 영향을 줬다는 '지킬앤하이드'가 가진 오리지널의 힘을 잘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물론 작품 전개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엠마의 비중이 다소 작아 보인다. 주요 넘버도 대부분 지킬과 루시에게 집중돼 있다. 마지막의 결혼식은 그렇게 죄를 많이 저지른 지킬이(비록 하이드가 저지른 죄라고 하지만) 정말 저런 선택을 하는 건가 의아함을 가지게 한다. 또 하이드의 모습이 다시 나타나자 너무 쉽게 삶을 포기하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압도적인 중반부에 휩쓸려 크게 문제 되거나 아쉬움으로 남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커튼콜에서 선보이는 배우들의 마지막 '포스'를 느낀 관객들은 아마도 공연장을 빠져나오며 '또 보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에 휩싸일 것이다.

단 하나 정말로 아쉬운 점은 계명아트센터의 자막 위치다. 일반적으로 VIP석으로 손꼽히는 자리에선 오히려 무대와 함께 한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집중을 방해한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월드 투어'는 25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 이후 전국 투어를 거쳐 2017년 3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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