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박은상 기자] 블라디미르 호로비츠(Vladimir Horowitz)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이며 많은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전설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린다. 그는 1903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 부터 피아노 연주에 두각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한 음악 대학인 '키예프 음악원'에 9세에 입학했으며 그를 가르친 스승은 그를 떠나보내기 전 "피아노에 관해서는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라고 했을 만큼 연주 기교나 스타일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 후 미국에서 데뷔를 해 '라흐마니노프'와 만나기도 했으며 지속적으로 연주회를 가지며 음반을 냈고, 이러한 활동을 80세 이후까지도 계속했다. 그리고 1989년 아내와의 이야기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연주법은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 다르게 아주 독특한 주법을 사용했다. 일반적으로는 손가락과 손, 팔꿈치 등에 힘이나 압력을 조절해 피아노를 치지만 호로비츠는 손가락을 튕겨서 치는 방법으로 연주를 했다. 이는 보통 음을 짧게 치는 스타카토 연주 시에 사용되며 이러한 방법으로 음을 길게 치는 레가토 연주를 하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페달은 피아노 연주 시 연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음을 길게 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며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음이 툭툭 끊어지는 소리가 나 부자연스러운 연주가 된다. 그러나 호로비츠는 이러한 페달을 사용하지 않고 특유의 스타카토 기법으로 자연스러운 연주를 해낸다. 특히 절제미와 페달이 생명인 쇼팽의 연주곡에서는 페달 없는 메마른 사운드가 튀어나와 듣는 이에게 새로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호로비츠의 피아노는 손만 올려도 소리가 미세하게 나고, 세게 치면 현이 끊어지는 듯한 쇳소리가 날 정도로 미세하게 조율되었다. 이는 엄청난 범위의 다양한 음색을 낼 수 있는 그만을 위한 피아노였고, 조금만 틀려도 훨씬 어긋난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그의 연주에서 유독 미스터치가 두드러지게 들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연주곡으로는 단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D minor op.30)일 것이다. 피아노 협주곡은 1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며 호로비츠 특유의 휘몰아치는 듯한 연주는 천둥처럼 울리며 오케스트라를 압도한다.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로 곡이 시작되며 피아노가 뒤이어 등장해 음악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피아노 혼자 독주를 하는 '카덴차' 부분으로 이어지며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옥타브를 통해 화려하게 곡이 마무리된다.

호로비츠는 라흐마니노프와 동시대를 살았으며 그와 친구이기도 했던 만큼 곡에 대한 이해가 풍부했다. 라흐마니노프는 그의 연주를 듣고 "내 피아노 협주곡은 바로 이렇게 연주되어야 한다고 항상 꿈꿔왔지만, 살아서 이런 연주를 들을 줄은 기대치도 않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 연주곡으로는 리스트의 '죽음의 무도'가 있다. 독주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작품이며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곡을 통해 죽음의 공포를 느낄 수 있다. 젊은 시절 호로비츠의 초인적인 테크닉은 이 곡에서 잘 드러난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대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이 페달에 의존하며 템포를 늦추며 힘 조절을 하지만 호로비츠는 페달을 거의 쓰지 않고도 모든 음을 하나하나 뚜렷하게 강타한다. 또한 피날레의 양손 옥타브에서는 건반이 튕겨져 나오는 듯한 소리를 내며 듣는 이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그의 음반 대부분은 그가 50대 이상일 때의 연주를 녹음한 것인데 이전까지는 녹음 기술의 한계로 그의 연주를 잘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젊은 시절 기교의 전성기 때의 연주를 듣기 힘들며,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이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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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도 극찬한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연주 기법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과 죽음의 무도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라고 불리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