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은 2016년의 대미를 장식할 독특한 작품이 찾아온다.

김수로프로젝트 20탄 창작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16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될 작품으로 공연계 믿고 보는 브랜드가 된 '김수로 프로젝트'의 기념비적인 20번째 작품이다.

김수로프로젝트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동명 작품을 각색한 창작 작품으로 돌연변이와 인간의 대립 끝에 돌연변이 로미오와 인간 줄리엣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수로 프로듀서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성종완 연출이 각색과 연출을 맡은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은 허수현 작곡가가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 심새인 안무가가 안무감독을, 이은석 무대 디자이너가 무대를 맡아 '곤 투모로우', '인터뷰' 등을 통해 팬들의 인기를 얻은 창작진들이 참여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캐스트에는 로미오 역에 조풍래, 동현(보이프렌드), 고은성이, 줄리엣 역에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가, 티볼트 역에 김수용, 김종구가, 머큐쇼 역에 박한근, 이용규가, 로렌스 역에 이훈진, 이선근이, 소피아 역에 한서윤, 박재은이, 벤볼리오 역에 정재혁, 마르코 역에 윤담, 단테 역에 김현중, 앙상블로 이재훈, 노정현, 전우태, 김기동, 김성준, 이종찬, 문장우, 박현우, 백현규, 김예림, 추소은, 이현영이 출연한다.

지난 9일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는 '카풀렛', '죽는 건 쉬워', '저 위 밖으로 나가', '누굴까', '한쪽이 끝나야 끝나는 싸움', '인간 흉내', '끄레도 인 우눔 데옴'/'태초의 숨' 까지 총 7장면, 8개 넘버를 선보였다.

뒤이어 이어진 기자간담회에는 성종완 연출과 심새인 안무가, 양서윤, 김다혜, 전예지, 조풍래, 동현, 고은성, 김수용, 김종구, 박한근, 이용규, 이훈진이 참여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전반적으로 독특한 컨셉에 관련된 질문이 많았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라 많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굳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택했는지. 또 이런 컨셉으로 작업한 이유가 있는지. 각색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더 전달하고 싶었는지.

ㄴ 성종완 연출: 올해 많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양한 장르로 올라가게끔 예정돼 있다. 400주년이라고 해서 좀 더 많이 공연되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워낙 유명한 프로덕션들이 많다. 올리비아 핫세, 디카프리오, 프랑스 뮤지컬,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등. 가장 유명한 러브스토리가 아닐까 싶은데 저에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달란 미션이 와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까 했다. 그러다 제 정서로는 이렇게 만들고 싶었고 저나 안무가님이 모두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편이라(웃음) 우린 이 안에서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까 고민했다. 누가 뭐래도 러브스토리인 로미오와 줄리엣인데 젊은이들도 힘들어하고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운 요즘 이 시대에 그래도 사랑은 의미가 있는가. 혼탁한 세상 속에서 사랑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그런 고민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들고 싶었다. 원작에서 많이 달라지고 새로워지되 너무 멀어지진 않게 만드는 게 숙제였고 나름 배우들과 함께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걸 바꾸고 싶었는지 포인트가 궁금하다.

ㄴ 성종완 연출: 원작의 메시지를 바꾸진 않았고, 배경과 컨셉만 바꿨고 플롯은 그대로 따랐다. 제가 보고 싶은 형태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고전을 그대로 따라가서 더 풀어내고 깊이 있게 만든 분들도 많이 계셨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으로 바꿨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다.

로미오가 어떤 돌연변이를 가졌는지.

ㄴ 성종완 연출: 핵전쟁 이후로 설정했기에 유전자 변이가 발생한 돌연변이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판타지적으로 자신의 개인적인 해석들이 들어갔다. 연기하는 배우가 다르기에 달리 표현되는 부분은 있지만, 함께 공유한 부분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고, 세대가 거쳐 가며 점점 진화된 존재로 설정했다.

   
 

짐승 같은 로미오, 로보트 같은 로미오 등 배우들의 연기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로미오를 어떤 느낌으로 연기하고 있는지.

ㄴ 동현: 시대 배경이 핵전쟁 이후의 돌연변이인데 신체적인 장애가 있다거나 그런 해석은 초연 작품이기에 세 명의 로미오가 일맥상통하며 각자 디테일한 부분이 다르다. 그게 또 공연 보는 관객들에게 어필할 장점이자 재미가 아닐까 싶다.

ㄴ 고은성: 제 생각에는 저희가 셋이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방사성 물질로 인해 오염된 세상에서 적응하기 위해 기계적인 게 없어지고 생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서 조금 더 짐승적이고 원초적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런 모습이 줄리엣의 인간적인 면모와 부딪혀서 그녀를 사랑하기에 인간이 되고 싶어지고 인간 흉내를 내고 싶어진다.

ㄴ 조풍래: 모든 것이 없어지고 오염된 세상에서 태어나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한 상황인데 내면의 공허한 무언가를 채워주는 것이 줄리엣이었고, 기존의 인간 세상에서 점점 역행한 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생각했다.

ㄴ 성종완 연출: 부연 설명하자면 비인간이란 점이 주제에 맞닿는 부분이라 각자의 해석을 존중하고 심화시켜서 만들어 가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부분이 바로 사랑이 아닌가 하는 심플한 메시지를 가지고 과연 비인간이 사랑이란 감정을 알게 되고 그것을 더욱 붙잡게 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가를 표현하고 싶다. 세 명의 개성을 관객들이 장점으로 받아 들여주시면 좋겠다.

돌연변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외형의 변화도 보여주는지. 또 유명한 대사들이 많다. 어떻게 남거나 변형됐는지.

ㄴ 성종완 연출: 원작 대사의 1~2% 정도만 남아있는 것 같다. 플롯은 그대로지만 대사에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외형은 좀 많이 흉측하게 갈 것 같다. 온통 잿빛으로 갈 것 같고, 머리가 없다거나 상처, 문신 등 좀 흉측하게 갈 것 같다. 배우와 협의 후에 하겠다(웃음).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도 독특한 컨셉으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반면 컨셉의 변화가 지나치게 강해서 원작이 가진 메시지나 사랑에 대한 해석이 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연출이 생각하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보여주고 싶은 사랑은 원작과 비교하면 어떤지 궁금하다.

ㄴ 성종완 연출: 원작에서 사랑을 다루는 부분은 '모순'이더라. 사랑은 모순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작품을 쓴 것 같아서 저도 그 부분에 집중하려 했다. 새롭길 바랐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길 바라진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러브스토리로 풀려고 했고 원작이 주는 메시지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늘 다투는 두 집안의 이야기를 두 종족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어릴 땐 몰랐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사랑이란 이야기를 인간과 비인간의 만남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그 부분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제목에 걸맞게 만드는 부분이 아닌가 하고 믿고 있다.

   
 

세 명의 줄리엣이 다 다른 매력을 지닌 것 같다. 어떤 줄리엣을 표현할 것인지.

ㄴ 김다혜: 기존의 여배우가 도전하지 못했던 강인한 액션이나 외형 등에서 걸크러쉬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다른 줄리엣에 비해 자신 있게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생각했던 마냥 어리고 충동적인 소녀가 아니라 뒤로 갈수록 사랑을 깨닫고 알게 되고 자신의 세계를 찾아가는 모습으로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ㄴ 양서윤: 처음으로 뮤지컬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서 많이 떨린다. 핵전쟁 이후에 살아남은 인류지만 티볼트의 보호 아래 있던 순수하고 희망을 꿈꾸던 소녀가 로미오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꿔가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되는지 보여드리겠다.

ㄴ 전예지: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에서 가진 줄리엣의 사랑스러운 모습이나 저희 작품에서 나온 진취적이고 주도적인 모습, 세상을 알고 싶어 하고 갈망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줄리엣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줄리엣 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올리비아 핫세다. 어떤 '줄리엣의 이미지'가 주는 부담감이 없었는지. 약간 내가 더 잘하려는 신경전도 있었을 법한데.

ㄴ 김다혜: 신경전은 전혀 없었다(웃음). 처음부터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제가 어디 가서 '로미오와 줄리엣' 한다고 하면 '너 로미오니?'하고 묻더라. 연극에선 문근영 배우님이 하시던데 저희 작품엔 올리비아 핫세도 문근영도 없다. 우선 저희가 줄리엣으로 보일 수 있을 만큼 대사와 노래가 나왔다. 저희가 연기만 잘 따라가면 될 것 같고, 외형적인 부분은 의상, 분장 팀들이 만들어주실 것 같다(웃음). 평소엔 워낙 연습에 집중해서 이런 날처럼 화장하고 나오면 오빠들이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다. 무대 위에선 더 영혼을 담은 연기와 분장을 보이겠다(웃음).

   
 

'로미오와 줄리엣'의 안무적 강점이 무엇인지. 주로 차용한 장르가 있는지.

ㄴ 심새인 안무가: 오늘 시연에 사실 안무가 역동적이고 많은 것들이 있었는데 보여드릴 수 없던 이유가 안무를 완성하려면 저희 무대와 함께 가야 하는데 무대가 없다 보니 보여드릴 수 없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연출님이 말씀하셨지만, 저도 메이저 성향은 아니다. 그런데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대본을 받고 안무를 만들어 달란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랑 취향이 맞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첫머리에 '핵전쟁 이후'란 단어에 바로 넘어가 버렸다. 무조건 해야겠다. 잘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보여드릴 게 다른 현실적인 안무, 사람이니까 할 수 있는 것들과 달리 돌연변이의 판타지적인 느낌을 관객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생각했다. 로미오의 몸짓 등에도 논의를 하며 어떤 분위기로 할지. 앙상블들도 열심히 해주시는데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할 수 있게끔 중점을 뒀다. 나중에 저희 안무가 좋은 것들이 많아서 공연을 보러 와서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서울예술단 소속으로 역사적 작품을 많이 했었다. 반대로 미래 배경인 이번 작품을 공연하게 돼서 기대감이 생긴다. 핵전쟁 이후의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ㄴ 조풍래: 일단 이제는 서울예술단 소속이 아니다(웃음). 전 딱히 작품을 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진 않는 것 같고, 그저 그 역할에 최대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서울예술단 소속일 땐 역사 작품을 많이 했었고, 그 이후로는 그 외적인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경험이 쌓였기에 이번 작품에서도 그 경험을 살려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

   
 

티볼트나 머큐쇼가 원작과 비교하면 역할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설명을 좀 더 하자면.

ㄴ 김수용: 가문의 대립에서 종족의 대립으로 바뀌었으니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생존의 문제에서 카풀렛 세력의 생존을 위해 선봉에 서야 하는 역할이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물으신다면 구태의연한 답변일 수도 있겠지만 든든한 버팀목의 느낌이다. 온전히 자기를 내던져서라도 이들의 생존을 지키겠다는 그런 신념을 가진 인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ㄴ 박한근: 머큐쇼는 로미오의 친구이자 돌연변이의 리더 격으로 설정됐다. 생존은 이 배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인데 로미오가 사랑이란 것에 빠져 일탈을 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친구에게 분노하고 동족을 위해 살아야 하기에 그를 설득하는 역이다. 대사에도 있는데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다. 생존을 위해 대립할 수밖에 없고 그를 위해 강인함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캐릭터를 더 입히자면 신인류로서 이 땅의 주인은 우리라는 말도 하는데 그런 비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열심히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있다.

ㄴ 김수용: 옳고 그름의 차이가 아닌 입장의 차이에 서 있는 비극적인 인물들일 수도 있다는 말씀드리고 싶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 배경에 있어 영향이나 영감을 준 작품들이 있는지.

ㄴ 성종완 연출: '매드맥스', '나는 전설이다', '28일 후', '28주 후' 등 핵전쟁 이후나 큰 재난 이후의 세계를 다룬 작품들이 영화에는 무척 많아서 이미지나 분위기를 많이 찾았다. 안무가님이 언급하셨듯이 안무를 지금 거의 5% 정도 밖에 못 보여드렸다. 저희가 가장 장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사실 안무다. 핵전쟁 이후의 치열한 삶을 사는 인간들의 모습, 변이로 인한 돌연변이들의 움직임이 연강홀 무대를 꽉꽉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용으로는 인간과 돌연변이의 사랑, 보이는 부분은 배우들의 역동적이고 격렬한 움직임이 강점이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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