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문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웹툰 작가도 아닌, 원로만화가가 받는 주목은 새삼스럽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로봇, 사물인터넷, 5G, 증강현실 등의 상용화가 멀지 않은 오늘날, 이미 1960년대에 이런 미래를 예측했던 만화가 이정문에게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만화가 그저 ‘공상’이라던 시대에 상상력으로 그려 낸 미래가 50년이 지난 이제 현실이 되어 과거의 이정문을 소환한 것이다. 게다가 토종로봇 ‘철인 캉타우’와 그의 SF에서 보여 준 수많은 로봇들 역시 재조명되고 있다. 일본 만화의 아류가 되지 않기 위한 그의 노력이 다시금 재고되어야 할 때다.

이정문

한국 SF만화의 개척자다. 1959년 <심술첨지>가 ≪아리랑≫ 신인공모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데뷔 이후 <심술첨지>와 <심술참봉>을 연재하며 자신만의 명랑만화 스타일을 만들어 가던 이정문은 1965년 SF만화에 도전하면서 두 장르를 모두 넘나들었다. 1965년 ≪새소년≫에 발표한 <설인 알파칸>은 서유기에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더해 탄생했다. 이후 슈트를 착용한 소년 히어로를 주인공으로 하는 <캄마소년 카르마이>(1967), 토종 거대 로봇을 선보인 <철인 캉타우>(1975), <녹색별을 찾아라>(1977) 등의 SF만화를 잇따라 발표했다. 최근 이정문의 SF 작품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철인 캉타우>의 리메이크 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2007년 <철인 캉타우 리턴>(유경원·조민철 작), 2011년 <철인 캉타우 시그마>(PUNEW 작) 2007년 <철인 캉타우 리턴>(유경원, 조민철 작), 2011년 <철인 캉타우 시그마>(PUNEW·데굴데굴 작)에 이어 2017년에는 와이랩에서 웹툰 콘텐츠로 리메이크했으며, 2018년에는 글은 신형욱, 작화는 양경일 작가의 <캉타우>가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기도 했다. 

책 속으로 

심술 가족의 심술이 놀부 못지않다고 해도 놀부와는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그들의 심술 대부분이 타인을 위한 행동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명백한 모순형용이다. 심술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온당하지 아니하게 고집을 부리는 마음”, “남을 골리기 좋아하거나 남이 잘못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보”로 정의하고 있다. 심술이라는 단어 자체가 타자에 대한 배려를 내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타적 심술’이란 있을 수 없다. 남이 잘못되기를 바라면서 타인의 안녕을 바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정문의 심술은 이것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그만의 미학이 생성된다.  

-‘이정문의 심술 미학: 윤리적 작가가 구현한 이타적 심술’ 중에서

지은이 소개

서은영

만화연구가다. 2013년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 근대 만화의 전개와 문화적 의미”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1920년대 매체의 대중화와 만화”라는 논문으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부천만화대상에서 ‘학술평론상’을 수상했다. 2016년 <소녀, 순정을 그리다>라는 전시 큐레이터를 담당한 바 있으며,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포럼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디지털만화규장각 웹진에서 대표 필진으로 웹툰 리뷰를 쓰고 있다. 저서로 (만화웹툰작가평론선) 박기정(2018), (만화웹툰작가평론선) 주호민(2018) 등이 있고, “1920∼30년대 한국 만화의 ‘웃음’과 미학적 특징”(2017), “‘순정’장르의 성립과 순정만화”(2015), “1970년대 청년 세대의 성 풍속도 양상: 강철수의 초기 성인극화를 중심으로”(2015), “로보트 태권V 부활프로젝트”(2014)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만화웹툰작가평론선이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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