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선생 연기인생 60주년 기념 공연 창작집단 혼의 아서 밀러 작 오화섭 역 박병수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아서 밀러(Arthur Mille, 1915~2005) 작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시대적 배경인 20세기 중엽의 미국의 서민가정의 생활과 모습을 그렸지만, 21세기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부합된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은 1949년 2월에 커밋 블룸가든(Kermit Bloomgarden) 제작과 엘리아 카잔(Elia Kazan) 연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르스코 씨어터(Morosco Theatre)에서 초연되었다. 아버지인 윌리 로만(Willy Loman)은 명배우 리 제이 콥(Lee J. Cobb), 어머니 린다(Linda) 역으로는 밀드렛 던넉(Mildred Dunnock), 큰아들 비프(Biff) 역에 역시 명배우 아서 케네디(Arthur Kennedy), 막내 해피(Happy) 역에는 카메론 미첼(Cameron Mitchell)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고 최우수 연극상인 토니 상(Tony Award)과 퓨릿처 상(Pulitzer Prize), 그리고 뉴욕 연극비평가단체상 등을 수상했다.

그 후 여배우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에 의해 1954년 10월 텍사스의 달라스(Dallas)에서 재공연 역시 성공을 거두자 파라마운트 영화사(Paramount Pictures)에서 흑백영화시절인 1951년 라즐로 베네데크(Laszlo Benedek) 감독과 명배우 프레데릭 마치, 밀드레드 더녹, 케빈 맥카시, 캐머런 미첼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에 미국과 서독 합작영화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더스틴 호프만, 케이트 레이드, 존 말코비치, 스티븐 랭이 출연한 <세일즈맨의 죽음>도 상영되었다.

기왕에 아서 밀러(Arthur Miller)를 좀 더 소개하면, 그는 소년시절에 몰아닥친 대 불황으로 고등학교를 나온 후 접시 닦기, 급사, 운전기사 등을 하다가 늦게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갈등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을 써서 비평가 및 일반 관객의 절찬을 받았고,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단체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그 후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시련 The Crucible>(1953)에서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전 미국을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유(諷喩)했다.

그 후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을 했으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은밀히 먼로를 유혹하니, 결혼 5년 만에 그녀와 이혼했다(1960). <다리 위에서의 조망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과 마릴린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을 썼고, 라디오 드라마와 평론 등을 쓰다가 2005년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아서 밀러(Arthur Miller)는 테네시 윌리엄스(Tennessee Williams), 손톤 와일더(Thornton Wilder) 등과 함께 미국의 연극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 대부분이 미국인의 서민생활을 주제로 한 점에서 큰 공감대를 형성시켰고 작품마다 성공작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화섭 역으로 '테라트르 리이블'(1953. 12), '신협'(1957. 1), '드라마센터'(1962. 11) 등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현재까지 각 극단의 공연이 지속되고 있다, 영문학자 오화섭(吳華燮·1916~79) 선생은 미국 현대극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번역해 알린 선구자다. 오화섭 선생이 번역한 미국 번역작품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를 비롯해 손튼 와일더의 <우리읍내>, 테네시 윌리암스의 <유리동물원>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아서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지금까지도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다. 당시 연극인, 영문학자들은 오화섭 선생의 번역을 두고 '번역을 창작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했다. 극단 '떼아뜨르 리브르'(1953년), '연희극예술연구회'(1953년), 극단 '산하(山河)' (1963년) 등에서는 창립 작업을 함께 했다.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1963~65년), 한국셰익스피어협회 이사(1963~79년) 등을 지내며 학술연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오화섭 선생은 음악에 조예가 상당했고, 각종 매체에 음악평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소래공립보통학교를 졸업(1929년)하고 서울 중동학교에 입학한 오화섭 선생은 당시 학교 음악선생에게 클라리넷을 처음 배웠고 일본 와세다대학 영문학과 유학시절(1935~40년)에는 대학 오케스트라단에서 활동했다. 1946년에는 현제명 작곡가가 주도해 만든 고려교향악단 창단멤버로 활동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오화섭 선생은 1950~60년대 신문에 연주회, 오페라 공연 편을 연재하기도 했다.

오화섭 선생은 옛 경기도 부천군 남동면 만수리(현 인천 만수동) 담배고개 옆 구석마을(구석말)에서 태어났다. 부친 오혁근(吳赫根) 옹은 남동면장, 1대 인천시의회 의원(징계자격위원장)을 지낸 '동네 어른'이었다. 당시 동네사람들은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을 때마다 '오 면장'을 찾았다고 한다. 오혁근 옹은 자녀들을 엄하게 다스렸다고 한다. 한국전쟁 피란시절 인천에서 잠시 머문 경험이 있는 오화섭 선생의 딸 극작가 오혜령 씨는 할아버지를 "위엄이 가득하고 강직한 한학자"로 기억했다.

박병수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지구극연구소 부대표, 세종대학교 교수다. <수인의 몸 이야기>, 뮤지컬 <불장난 말장난>, <늑대인간의 최후>, <촐라체> 뮤지컬 <잭팟>, <서울 나마스테>, 무용극 <비우니 향기롭다>, <말해요 찬드라>, <시라노> <세일즈맨의 죽음> 등을 연출하고, 제23회 거창연극제 희곡상 수상, 제7회 100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연출가다.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 원작의 주인공 윌리 로만은 힘들이지 않고 성공하겠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세일즈맨으로 살아간다. 그는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하고, 인기만 있으면 뭐든지 잘 될 것이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고, 그 신념을 큰아들 비프와 막내 해피에게 주입시키며 성공을 기대한다. 그러나 두 아들은 윌리 로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내세울만한 직업도 없이 지낸다. 그래도 윌리는 비프와 해피를 사랑하고 비프와 해피는 윌리를 존경한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큰아들 비프는 정신을 차리고, 돈을 빌려 사업을 해보겠다며 친구를 찾아가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다. 게다가 아버지 윌리는 30여 년 동안이나 근무하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향후 윌리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자신의 죽은 형 벤의 허상과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된다. 가족은 그러한 윌리의 혼자 중얼거림에 놀라고, 걱정이 태산 같다. 또한 윌리는 과거에 수학시험에 낙제점수를 받은 장남 비프가,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만나 낙제를 면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라며, 출장 중인 자신을 찾아왔을 때, 자신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는 것을 아들에게 들켰던 사실을 상기한다.

그러나 윌리는 그로부터 아들 비프의 만사 의욕상실과 또래들에게서의 뒤처짐이, 아버지인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애써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만, 양심은 못내 괴롭다. 대단원에서 윌리는 비프에게 보험금을 남겨 줌으로써 아버지로서의 사랑을 확인시키려고, 비프와 화해한 후 그 날 밤 자동차를 몰고 나가 자살한다.

무대는 윌리 로만의 25년이 된 주택이다. 2층집이고, 상수 쪽으로 오르는 계단과 난간이 관객의 시선을 끈다. 상주 쪽이 거실 겸 조리대와 냉장고 식탁이 배치되고, 내실과 욕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하수 쪽이 세자 높이의 윌리 로만 내외의 침실로 설정되고 계단으로 오르도록 만들었다. 방에는 침대가 놓여있다. 이층 방에도 침대 두 개가 좌우로 떨어져 놓여 있다. 집 앞에는 마당이 있고 상수 쪽으로 이웃 찰리의 집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장면변화에 따라 벽처럼 생긴 조형물을 천정에서 내려 식탁과 의자를 배치해 레스토랑 장면으로 사용하고, 책상과 의자, 녹음기를 배치해 회사의 1실, 그 외의 사무실 공간으로 사용되고, 하수 쪽의 침실은 윌리 로만이 머무는 숙박업소의 1실로 사용되기도 한다. 앞마당과 하수 쪽 통로는 윌리 로만의 회상장면에서 형인 벤 로만의 등퇴장과 동선 활용 공간이 된다.

음악과 조명의 변화, 그리고 여인의 웃음소리와 형 벤 로만의 에코 음이 극적효과와 극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밤 장면에서 주택의 어둠에 파묻힌 장면과 이층 쇠로 된 난간의 반짝임은 한 폭의 그림처럼 뇌리에 각인된다. 이순재 선생의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청년시절부터 윌리 로만 역을 해 온 명배우 이순재 선생의 다섯 번째 윌리 로만 역으로의 출연이다. 작중 인물이 50대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선생의 연기력은 50대 연기자에 방불하고 적역으로 느껴져 윌리 로만을 하기 위해 배우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부인 역으로 손숙, 형 역으로 이문수, 이웃 친구 역으로 김태훈과 맹봉학이 2인 1역으로 출연하고, 큰 아들로 김기무 이무생, 작은 아들로 유정석과 라정민, 버나드 역으로 김도인 최동구, 여인 역으로 신서진 김소연, 제니 이윤주 유하영, 하워드 신동환 정진혁, 스탠리 양심규 윤민구, 미스포사이드 안소림 권설아, 리타 김은호 박민정, 웨이터 차태호 김낙균 등이 출연해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으로 3시간의 공연시간 동안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린다 로만 역의 손숙의 절제된 연기력, 이문수의 동양 제일의 매력적인 저음 그리고 첫 공연에서 큰 아들로 출연한 김기무의 열연을 비롯해 모든 남녀 배우들의 열연과 호연은 <세일즈맨의 죽음>을 세계정상급 수준의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음악감독 우종민, 무대디자인 박경, 조명디자인 김건영, 음향디자인 김성욱, 영상디자인 이남훈, 의상디자인 김인옥, 분장디자인 임영희, 소품디자인 오정은 등 스테프 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창작집단 혼 주관, 가천대학교 세종대학교 후원, ㈜쇼텍라인 제작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작, 오화섭 역, 박병수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 man)>을 고수준 고품격의 우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