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선 두 연인의 사랑과 위기를 다룬 이야기, 스토리부터 무대까지...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드라큘라" 시작 전 무대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지난 5일부터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 '드라큘라'.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사랑이야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필요한 배역들과 무대장치, 그리고 사운드까지... 종합적인 면에서 무대를 한 번 되돌아보았다.

1462년, 평화롭게 살고 있던 드라큘라와 그 연인 아드리아나에게 '로레인'이 찾아오고, 집사인 드미트리와 함게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반 헬싱'가문의 대주교, 그리고 신의 의지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모든것을 잃게 된 드라큘라 백작은 그토록 거부하던 '피의 저주'를 받아들이고, 복수를 이루는데...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드라큘라" 커튼콜

등장인물

등장인물들은 따로 소개할 필요 없이, 극중 그 역할과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가장 이질감이 드는 '피의 저주' 또한 작중 잘 소개되어 있으며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극중 '넘버'(노래)로 소개된다. 이러한 방식의 인물소개는 등장인물의 설명을 단편적으로 전달하며 동시에 최대한 전달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굉장히 효율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말이다.

아쉬운 관계는 '짝사랑'이다. 오로지 아드라이나와 드라큘라만이 서로를 사랑하는 가운데, 로레인과 디미트루는 각각 드라큘라와 아드리아나에 대한 짝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성격을 소개하는데 굳이 극 초반에 이러한 짝사랑을 넣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로레인의 경우는 극 후반부까지 이 짝사랑이라는 요소가 쓰이는 반면 드미트리의 경우에는 짝사랑이라는 요소가 극 초반부에만 사용되므로, 큰 의미가 없는 요소로 보여진다.

추측해보건대, 이러한 '짝사랑' 또한 교황과 대비되는 '사랑'이 넘치는 드라큘라의 가족들을 보여주려는 시도일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주제

주제의 경우 제1 주제는 사랑,  제 2 주제는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의 경우 극 초반부터 끝까지, 드라큘라의 고통과 아드리아나의 사랑을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랑이라는 것이 어떤 역할을 하는 지 잘 제시하고 있다.

종교 또한 큰 틀에서는 맹목적인 신념과 재욕, 그리고 종교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각종 부도덕한 행위들을 비춰주고 있다. 다만 이 주제는 1막에서만 사용되는데, 이 1막에서 준 강렬한 인상이 마치 2막의 '헬싱 가문'이 행하는 복수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가문이 마치 하나의 종교집단처럼 선대의 복수를 계획하고, 400년이 지나서도 그러한 복수를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을 보며, 종교를 넘어선 신념이라는 것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 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종교라는 주제가 사랑이라는 주제와 융합되며 이야기를 전반적으로 잘 이끌고 있다. 다만 1막에서 훌륭하게 잘 사용한 주제이니만큼 2막에서도 위엄을 보여주는 종교라는 주제가 크게 작용하기를 기대했지만 2막에서까지 활용하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드라큘라" 기념촬영 장소

소품 및 무대

소품과 무대는 전반적으로 가장 훌륭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무대의 한계를 넘어선 각종 스크린과 배경요소들을 활용해 극에 대한 몰입을 도운 점이 훌륭했다. 특히 무대가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그 찰나에 배경이 완전히 변한다던가, 극의 넘버 도중 풀이 우거지고 하늘의 색이 변하는 등 시각적인 요소를 음악적인 요소에 맞춰 극대화한 점이 가장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장 백미는 드라큘라가 교황청에 쳐들아가는 장면으로 스크린을 활용한 CG와 배우의 연기가 융합되어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장면은 사실 마술쇼의 한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후기에서는 몇가지 무대 사고가 우려되는 사항이 있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지난 25일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많은 무대장치가 사용되는 만큼 연출진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운드

사운드 부분에서는 그 크기와 템포 등이 적절했다. 배역의 대사가 묻히거나, 배경음악이 동떨어지지 않는 등, 많은 주의를 기울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장을 울리는 음악소리, 배경음악의 한 부분인 것 같은 배우들의 발소리 등 마치 음반 발매를 위한 마스터링 작업처럼 노력한 연출 및 음향감독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배우 신성우의 넘버들에서 마치 광기에 사로잡힌 드라큘라를 표현하는 듯한 락 발성과 위엄있는 배경음악 등이 부각되었는데, 이는 신성우라는 개인의 능력과 훌륭한 음향장치가 조화된 결과라고 생각했다.

또한 교황을 비춰주는 넘버에서 흘러나오는 오르간 사운드는 분명 교회의 오르간이지만 마치 드라큘라의 테마곡처럼 느껴졌다. 이는 이후 로레인의 연극에서 "피눈물을 빠는 드라큘라"라는 대사를 통해 다시금 교황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했다.

다만, 의도된 사항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드리아나의 넘버에서 아드리아나의 속삭이듯이 읊조리는 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무슨 말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려웠다.

또한 2막에서의 로레인이 고문당하는 장면의 연기가 너무 실감나는 나머지, 7세 이상이라고 표기된 공연등급에서 실제로 7세에서 10세 이하의 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출처 : 메이커스프로덕션, 뮤지컬 "드라큘라" 출연진

연기 및 연출

전반적으로 훌륭하고 어색한 부분이 없었다. 절제할 곳에서는 절제하고, 감정을 폭발시킬 장면에서는 폭발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등 베테랑 배우들과 연기파 신인 배우들이 어우러진 무대이니 만큼 크게 걱정되는 요소가 없었다.

다만 초반의 칼싸움이나 후반의 총격전 등 격정적이고 전투적인 요소들은 좋았으나 다소 호불호가 갈릴 법 한 씬들이 있었다. 

특히 1막 교황의 무대가 독보적이었는데, 교황의 위엄과 종교적 온화함을 볼 수 있는 동시에 돈을 밝히고 정적을 없애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그야말로 위선적인 악당을 정말 잘 표현한 연기였다. 또한 앞서 말한 오르골과 격정적으로 변하는 배경, 그리고 의자라는 최소한의 소품들로 교황이라는 캐릭터의 내면 안쪽까지 볼 수 있는 무대였다.

전반적으로 매우 훌륭했다. 다만 7세 이상이라고 표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민간인을 폭행하는 군대의 모습 등 다소 폭력적인 장면이 있고, 흡혈귀가 된 드라큘라의 장면에서는 피가 뿜어져나오는 씬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보기에는 이 등급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7세라는 등급적인 측면을 떼고 보면, 이러한 모습들이 얼마나 무대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시도인지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무대장치와 연기, 그리고 각종 요소들이 어우러진 이번 무대는 '무대라는 한계를 벗어난 작품'이라는 설명이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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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뮤지컬 '드라큘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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