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화풍을 보여줬던 세잔의 그림처럼…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미묘한 관계 변화를 다룬 영화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자네가 쓰는 것처럼 그리고 싶었네!" 이 한 문장에 끌려 선택한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이하 '세잔')은 두 예술가의 우정을 다룬다.
 
여기서 우정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인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질투와 시기 그리고 애정이 섞인 독특한 감정이자 관계를 뜻하며, 이 우정에서 오는 미묘한 갈등과 긴장감이 '세잔'의 중요한 서사가 된다. 작가와 화가의 성장, 작품 세계를 탐구하고, 서로의 세계를 질투하며 밀당하는 과정이 영화엔 있다.
 
   
 
 
두 예술가의 사적인 시간
미술 교과서에서 '사과'로 암기했던 그 화가,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의 모티브가 되었던 '테레즈 라깡'의 작가가 등장하는 '세잔'은 두 사람의 전기 영화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를 보고, 그 변화상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사적인 영화다.
 
다양한 시간을 오가는 구성을 보이는 '세잔'은 위대한 두 예술가의 위대한 업적과 성공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보이는 순간, 둘의 우정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 그런데도 결국엔 친구를 그리워하는 순간 등을 조명한다. 영화가 두 사람의 모든 순간을 담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인데, 이러한 구성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1800년대 후반을 옮겨온 영화
'세잔'은 1800년대의 분위기를 정물화처럼 한 폭의 그림으로 옮겨온 영화다. 화가가 보고 그렸을 배경과 작가에게 영감을 줬을 그 분위기를 구현하기 위해 다니엘르 톰슨 감독은 많은 공을 들였다. 그가 구현한 영상미 덕분에 움직이는 프랑스 미술 작품을 보는듯한 재미가 있다. 그리고 화가 세잔과 그의 작품을 아는 관객에겐 세잔의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세잔'의 영상미가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여기에 마네, 모네, 르누아르, 모파상 등 프랑스에서 활동하던 다양한 예술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으니, 1800년대 예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에게는 잔재미가 많은 영화가 될 것이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1920년대 예술가를 보고 반가움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더 즐겁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두 예술가 혹은 1800년대 후반기 프랑스 예술에 대해 조금은 알아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