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이 16일 개막해 31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16일부터 31일까지 공연될 연극 '인어; 바다를 부른 여인(이하 인어)'의 프레스콜이 16일 오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다.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공연 연극분야 선정작인 '인어'는 서종현 작가와 박정희 연출의 작품으로 아이슬란드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사는 고기잡이 하르데, 벙어리 숄, 그 마을에 이사온 낯선 노르웨이인 그릭과 리브 네 남녀의 욕망과 연민, 갈등을 담고 있다.

그릭 역에 최광일, 리브 역에 이지하, 하르데 역에 신용진, 숄 역에 주인영이 출연한다.

이번 프레스콜에서 시연된 1막에서는 리브와 그릭, 하르데와 숄이 함께 사는 모습 속의 불안함을 조명하며 출발했다. 그리고 힘든 일상에 파묻힌 하르데는 리브의 도발적인 모습에 마음이 움직이고, 그릭은 마치 인어 같은 숄의 형용할 수 없는 매력에 마음을 빼앗긴다. 네 남녀의 어지러운 마음이 교차하며 하이라이트 시연이 끝났다.

뒤이어 후 서종현 작가, 박정희 연출과 전 배우들이 참석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의 궁금증을 풀어갔다.

   
▲ 좌측부터 서종현 작가, 박정희 연출, 신용진, 주인영, 이지하, 최광일

무대 위에 직접 피아노를 사용하는 연출적 이유가 무엇인지.

ㄴ 박정희 연출: 이 작품이 동화적 요소가 있다. 인어공주의 모티브가 있어서 동화적 요소가 갖는 시적인 면. 서정성을 살리려고 일부러 피아노 라이브를 채택했다.

배경이 금융 과도기의 아이슬란드인 이유가 있나.

ㄴ 서종현 작가: 아이슬란드 경제 과도기를 배경으로 한 이유는 우선 아이슬란드는 경제보다 초자연적 자연현상에 포커스를 맞췄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적은 나라다. 남한 국토와 같은 면적에 30만 명밖에 안 사는 나라인데 인어공주와 같은 숄이란 캐릭터와 오로라라는 배경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시기는 정어리를 잡는 하르데라는 사람에게도 기회가 찾아오며 자기 역시 현실에서 탈출, 더 나은 현실을 바라볼 기회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어서 선택했다.

   
 

배 모양의 2단 무대를 사용한 이유도 궁금하다.

ㄴ 박정희 연출: 무대는 대본에는 1, 2층이 나누어져 있었다. 무대 디자이너가 대답할 문제지만 만나서 이야기했을 때 작품에 대한 중심 이미지를 이야기했었다. 그때 동화적 이야기는 모티브로 작용하는 것이고 인물들의 관계나 갈등이 문제인데 아이슬란드, 북극의 빙하가 떠돌아다니며 서로 부딪히고 같이 흘러가기도 하고 그런 것이 중심 이미지라고 이야기했다. 아마 이게 바닥도 반짝거리는 배경이고 해서 그 검은 바다라는 것이 무대 디자이너의 은유고 그 위에 떠 있는 빙하 같은 무대를 만든 것 같다.

   
 

배우가 생각하는 인물을 소개해 달라.

ㄴ 신용진: 하르데는 고기 잡는 뱃사람이다. 험한 일, 어업에서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엄청 사랑하는 마음과 받아주는 마음으로 숄과 살지만, 점점 그 적막함과 말을 못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낀다. 그런 것이 쌓여 벗어나고 싶어 하고 새로운 환경을 갖고 싶어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왔을 때 불륜을 저지르고 변화하며 숄을 잃고 후회하는 인물이다.

ㄴ 주인영: 숄은 인어인데 전지현 같은 캐릭터가 아니다(웃음). 저희가 회의를 많이 했는데 잡은 것은 신화적이고 현실에서 동떨어진 모습이 아니라 그냥 생물이 가지고 있는 어떻게 됐든 삶은 똑같다. 모습이 기괴하든 아름답든 삶을 지니고 있다. 우리 삶 안에서도 내가 누군가에게 숄일 수 있고 누군가가 나에게 숄일 수 있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추면 좋을 것 같다.

ㄴ 이지하: 리브는 여배우로 어릴 적 성장 배경에서 부모님께 버림받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인생의 과정에 놓여있는 여자다. 떠다니는 빙하처럼 검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그런 여자고 자기가 안착할 수 있는, 더는 떠다니지 않고 안전한 집을 찾아 돌아다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

ㄴ 최광일: 그릭은 예전에 성공적인 작품 활동을 많이 했던 인물이다. 지금은 몰릴 대로 몰려서 아이슬란드의 시골까지 찾아와서 새로운 작품을 써보려 생각하지만, 마음처럼 잘되지 않는다. 우연찮게 만난 숄이라는 인물을 통해 영감을 얻고 다시 한번 작품으로 재기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1막까지만 공연을 선보였는데 작품의 메시지를 압축해서 설명해달라.

ㄴ 박정희 연출: 2막은 사건이 확장돼서 소위 말하는 불륜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숄이라는 어떤 순수로 상징되는 인물이 세 사람의 욕망으로 파멸된다. 이 시대, 자본주의나 경제 붐이 일어나기 직전 아이슬란드에서 인간의 욕망이 팽창될 때 순수의 상징이 어디에 자리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결말은 숄이 죽고 그릭이 숄에게 받은 영감으로 극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으로 된다. 한국도 과연 어디에 순수란 것이 숨어있는지 어떻게 우린 순수를 대하고 있는지 관객들이 생각해보셨으면 하는 작품이다.

   
 

말을 하지 않는 인어 연기를 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을 설명해달라.

ㄴ 주인영: 특별한 건 없다. 저희가 지금까지 연습한 거로는 말을 안 하고 있는데 원하는 분이 많으시면 말문을 트는 방향으로 고쳐도 될 것 같다(웃음).

인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인어공주' 동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궁금하다.

ㄴ 서종현 작가: 헨릭 입센의 '인형의 방'이란 극이 있다. 방 안에서 '로라'라는 캐릭터 혼자 말없이 극이 진행되다 끝에 문을 열고 나가는 단출한 극인데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인어공주'와의 연관성은 '인어공주'도 왕자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잃고 걸을 때마다 발바닥이 찢어지는 듯한 고생을 하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두, 세 줄로 요약된 인어의 이야기를 더 현실적이고 치정적으로. 인간세계로 어울리지 못하고 파멸에 이르는 이야기를 안데르센과 같은 맥락으로, 성숙한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지난번 '구두닦이와 언니'도 그렇고 외국 배경의 작품을 몇 편 썼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ㄴ 서종현 작가: 제가 한국적인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많이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모티브를 따올 때 남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구글, 이런 곳에서 작품을 집필하게 됐다. 그런 사전작업을 거치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외국 번안 작품을 많이 참고했던 것 같다. 졸업한 지 2년 정도 됐는데 교수님들께 수업을 받을 때도 주로 번안 작품을 많이 사용했고 그런 면에서 그런 색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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