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영화도 다시보자 '명화참고서'…'중경삼림'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석재현 syrano63@mhns.co.kr 영화를 잘 알지 못하는 남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영화를 보면서 배워갑니다.
[문화뉴스] 1980~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세대들에게 있어 홍콩은 낭만의 상징으로 그들의 기억 속에 한 곳을 점령하고 있을 것이다. 100년 가까이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홍콩은 20세기 초부터 활발하게 영화산업에 뛰어들어 다양한 장르를 쏟아내며 1980년대는 아시아 문화권의 중심축이자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의 억압정치의 영향력이 홍콩에도 번져 홍콩 영화의 스타들이 해외로 떠나기 시작하며 홍콩 영화는 위기를 맞이했다. 그 외 숱한 아류작들의 등장, 영화계가 삼합회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홍콩 영화는 한순간에 쇠퇴의 길을 걸었다.
 
오늘은 그 홍콩 영화의 쇠퇴기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던 한 영화를 소개해볼까 한다. 홍콩이 낳은 거장,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으로 알린 멜로 영화 '중경삼림'이다.
 
   
 
 
먼저 '중경삼림'이라는 제목부터 이 영화가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중경삼림'은 중국 사천성의 중경의 울창한 숲을 의미하는데, 제목과 반대로 영화는 화려한 홍콩에 가려진 방황과 무질서함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옴니버스 3부작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1~2부가 도합 100분 이상의 러닝타임이다 보니 3부는 아예 독립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 3부가 뒤이어 개봉한 '타락천사'였다.
 
두 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를 다룬 '중경삼림'은 남자 주인공은 모두 실연당한 경찰, 그리고 그 실연을 잊기 위해 자신들의 특이한 버릇들(223은 특정일의 유효기간인 통조림에 집착하고, 663은 추억이 담겨진 소유물에 혼잣말을 한다)이 드러난다.
 
그들의 상대로 등장하는 두 여성들 또한 저마다 사연 하나씩 가지고 있다. 마약밀매 중계업자였던 노란머리는 복수에 지친 몸을 쉴 휴식 시간이 필요했고, 아비는 자신이 연모하던 남자가 데이트 신청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4명의 남녀는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변한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왕가위 감독은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4명의 남녀가 그려내는 사랑을 정형화시키지 않고, 열린 결말처럼 물 흐르듯이 그대로 흘려보냈다. 또한 가수 하림의 대표곡인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처럼, 떠나간 연인들이 주는 이별의 감정이 상처가 나면 다시 새 살이 돋아나듯이 새롭게 다가오는 연인들을 만나면서 치유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사람마다 이별에 받아들이는 자세가 상처의 깊이는 다르겠지만, 결국 언젠가는 정리되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 그렇기에 한 번 쯤 실연을 겪다가 자연스레 잊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흐름을 보고 공감하게 된다.
 
   
 
 
이 '중경삼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더 있는데, 아비가 페스트푸드점에서 틀어놓은 자신의 애창곡인 마마 앤 파파스(The Mama & Papas)의 'California Dreamin'와 영화의 공식 OST인 크랜베리스(Cranberries)의 'Dreams', 그리고 영화의 배경무대가 되었던 침사추이 남부의 충킹멘션이다. 1990년대 홍콩 영화의 향수에 취한 사람들은 '중경삼림'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오늘도 'Dreams'를 들으면서 충킹멘션으로 향한다.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1994, 15세 관람가, 드라마, 
1시간 41분, 평점 : 4.0 / 5.0(왓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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