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게 잘 익은 참외처럼 농사도 단단하게 여물어 갑니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금봉농원 참외

[문화뉴스 MHN 김다슬 기자] 우리나라 여름 과일의 대명사이자 노오란 자태가 탐스러운 참외. 참외는 칼륨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갈증과 열을 없애 주고 피로를 풀어 주는 역할을 한다. 경상북도 성주는 풍부한 물과 비옥한 토양 덕분에 참외를 재배하기 에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 위치한 금봉농원에서는 꿀벌 수정과 친환경 농법으로 참외를 재배해 더욱 신선하고 달콤한 맛의 참외를 수확한다. 매년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참외를 생산하는 금봉농원의 김기현 대표를 만나 본다. 

농업과 전혀 연관이 없던 평범했던 어린 시절

김기현 대표에게 농업은 낯선 직종이었다. 어린 시절을 대구 시가지에서 보냈고, 부모님도 일반 직장을 다니셨기에 자신이 농업에 종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대학 진로를 고민할 시점에 은퇴를 앞둔 아버지가 한국농수산대학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셨다. 아버지 본인이 귀농에 관심이 있었기에 앞으로는 농업 전망이 좋아질 것이라며 아들에게도 농사를 권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불투명하던 시절이었던지라 큰 뜻은 없었지만 ‘한번 해 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김 대표는 2009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하게 됐다.
모르는 자가 용감하다고, 농사가 뭔지도 모르고 무작정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농사의 맛을 알게 해 준 미나리 농장 실습

작물에 대한 별 생각 없이 선택한 채소학과에서의 처음 1년간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농사를 접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과 동기들의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했다. 뜻을 품고 뒤늦게 들어온 30~40대 동기들은 대부분 학구열이 높았지만, 갓 성인이 된 스무 살 새내기들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청춘을 보내기에 바빴고 김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2학년이 되면서는 10개월간의 장기 현장실습을 나가게 됐다.

김 대표가 실습을 나간 곳은 인천에 있는 미나리 농장이었다. 김 대표는 그때를 떠올리면 살면서 처음으로 고생을 크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일하면서 농사에 대해 기본부터 하나씩 배워 나갔으니까 말이다. 힘들고 고된 순간의 연속이었지만 어느 순간 적응이 되면서 김 대표는 농사의 맛을 알게 됐다. 그곳에서의 실습 생활은 농부로서 잊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의 시간이 되었다. 실습을 무사히 마치고 3학년이 되면서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창업농이 될 준비를 시작했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금봉농원 참외

미나리 재배로 시작해 참외 재배로 변경

나름 준비를 했지만 막상 졸업하고 현실에 부딪쳐 보니 막막하기만 했다. 김 대표는 아무 기반이 없는 창업농이었기에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결정해야 했다. 이렇게 혼자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때때로 들었다. 그래도 지난 3년 동안 배운 것이 농사일이었기에 조금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처음부터 기반을 제대로 잡고자 노력했다. 김 대표는 우선 자신의 고향인 대구와 가까운 지역의 농지들을 둘러봤다. 입지 조건을 따져 보다가 성주 지역을 선택하게 됐고, 영농자금 대출로 받은 2억 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땅값에 투자했다. 가족의 도움으로 시설 비용 등 초기 자금을 그럭저럭 해결하고 나니 작목을 선택할 일만 남았다. 처음 농사에 입문하게 했던 작목도 미나리였고, 특히 경상북도 지역은 생미나리를 즐겨 먹는 편인데 마침 성주에는 미나리 재배 농가가 거의 없는 상태였다. 실습을 통해 자신을 가질 수 있었던 미나리로 농장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적은 규모로 재배를 시작했다. 그 후 농장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뒤에야 본격적으로 성주의 특산품인 참외 농사를 시작했고 현재 미나리는 8년 차, 참외는 4년 차 수확 중이다.

참외 착과시기를 조절하는 것도 노하우

참외는 겨울철에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인공수정을 하지만, 봄철에는 하우스 안에 벌통을 놓아 벌들이 수정을 매개하게끔 한다. 1월쯤 줄기에 첫 수정을 하면 참외가 금값인 3월에 첫 수확을 하게 되고, 이어서 두 번째 수정을 하면 5월경 참외 수확이 정점을 이루게 된다. 그 후로 마지막 수정을 하고 8~9월에 농사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다른 농가들의 경우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는 3월 수확에 맞춰 첫 수정에 착과를 많이 시키는 편인데, 김 대표는 다르게 생각한다. 첫 수정에 착과를 많이 시키다가 줄기가 상하면 다음 수확 때는 수확량과 품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수정 시기 때마다 착과량을 적절히 조절해서 수확량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욕심이 앞서 농사를 망쳐 버릴 수 도 있다”며 “이런 관리를 통해 자기만의 농법을 찾아 가는 것도 하나의 노하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금봉농원 참외

참외 시장도 소비자 맞춤식으로 변화해야

현재 금봉농원의 참외는 거의 다 공판장으로 납품되고 있다. 성주 참외 브랜드가 시장에서 고품질로 자리 잡고 있기에 평균 이상의 가격을 받는 편이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은 참외 농사꾼 4년 차로서는 충분히 만족할 만한 값이다. 따로 홍보는 하고 있지 않지만 맛을 보고 다시 주문하는 단골손님들과 직거래도 하고 있다.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참외 중 성주 참외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80%에 달할 정도다. 성주 참외 아닌 참외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성주 참외를 판매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참외 시장의 위상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간편하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자주 찾는 편이다. 이를테면 참외 같은 깎아 먹는 과일보다도 딸기나 방울토마토같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과일에 더 관심을 보이고는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안함을 극복할 대안은 또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쉽게 먹을 수 있는 ‘껍질째 먹는 참외’, 등산객 맞춤 ‘오이 모양의 길쭉한 참외’ 등 다양한 품종의 참외가 개발되고 있고 김 대표도 거기에 발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참외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장 규모 확대와 생산 방식 변화 추구 

김 대표는 앞으로 농장 규모를 좀 더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노동은 최소화하고 농사를 편리하고 체계적으로 지을 수 있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참외 농사의 경우는 모종 관리부터 농사 마무리까지 연중 10개월 이상을 사람 손을 타는 작업이라 허리, 무릎 관절 부위에 무리가 오고 육체적인 피로가 많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이런 노동 집약적인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노동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현대적인 생산 방식을 추구하고자 한다. 김 대표는 특히 참외 농사에 스마트팜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하우스 내 온도, 습도 등을 인터넷을 통해 자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언제 어디서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농장을 관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초기 비용이 만만치 않기에 김 대표는 현재 농장의 양적 성장에 우선 집중한 뒤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금봉농원 참외

농업도 이제는 정보화 시대

김 대표는 현재 성주군 청년 농업인 모임인 4-H연합회 회장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모임은 김 대표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여러 인연을 맺게 해 주고, 지금까지 많은 도움을 준 소중한 모임이다. 이에 대해 김대표는 “4-H연합회의 회원들과 많은 정보를 주고받았다. 창업농으로서는 얻는 게 참 많았다”며 “나만의 방식만 고수하기보다는 다른 농장들은 어떻게 하는지 부지런히 살펴보고 모르는 건 물어보고 다녀야 한다. 또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농업 교육들이 많은데,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것보다 이런 교육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보를 얻어 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국엔 농사도 정보력 싸움이라는 얘기다. 과거에는 공판장에 납품만 해도 됐지만, 이제는 통신판매 등을 통해 좋은 가격으로 유통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가 농업에 발을 들인 지는 8년째이지만 아직 그의 농장은 여전히 체계를 잡아 가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그래도 창업농으로 이만큼 뚜벅뚜벅 혼자 힘으로 걸어왔다는 것만은 누가 보더라도 보람차고 인정할 만한 일이다. 멋모르고 덤볐던 씨앗은 이제 열매가 되어 잘 익어 가고 있다.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농업이 이제는 인생이 되었다. 농업은 묵묵히 일한 자들을 함부로 배신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 대표의 지난 시간들이 그래 왔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분명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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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정보 : 경상북도 성주군 금봉농원
경영유형 : 직접경영

시설 규모 : 약 9,900㎡(3,000평)
연매출 : 1억 원
생산 목표 : 현재 연간 4,000상자에서 최종 목표 연간 5,000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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