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농부가 만들어 내는 건강한 보랏빛 가지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건강한농원 가지

[문화뉴스 MHN 김다슬 기자] 보기 좋게 그을린 얼굴과 적당한 근육질 체격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을 풍기는 주상중 대표. 그가 내민명함에는 첫인상과 아주 어울릴 법한‘건강한농원(농부)’이라는 농장 이름과 함께 본인과 꼭 닮은 유쾌한 캐리커처가 새겨져 있다. 본인만의 색깔이 확실한 농사꾼일 것 같은 주상중 대표의 농장 안에는 그 못지않게 건강한 보랏빛 가지들이 싱그럽게 열려 있다. 탱글탱글하고 윤기가 반지르르한 보라색 가지 하나하나마다 ‘건강함’이 뚝뚝 흘러내렸다.

한국농수산대학 입학과 함께 미래 농사 계획 설계

경기도 여주에서 건강한농원을 운영 중인 주상중 대표는 11년 차 농사꾼이다. 지금은 가지 시설재배와 논농사를 하던 아버지의 후계를 잇고 있지만 20대 초반에는 농업과 상관없는 다른 직업에 종사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농업 잡지를 보다가 한국농수산대학 홍보를 접하고는 그곳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배워 농사를 제대로 해 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이 농사일을 하는걸 보고 자랐기에 농업에 자연스레 마음이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이후 주 대표는 나라의 부름을 받아 군대를 다녀왔고, 제대 후 조금 늦었지만 미래를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아 농업에 종사하기로 굳은 마음을 먹고 한국농수산대 채소학과에 당당히 입학한 것이다.

한국농수산대학에서 체계적인 농업교육 과정 이수 

한국농수산대학은 3년제 국립대학으로 1학년 때는 농어업 이론 교육을, 2학년 때는 국내외 현장실습을, 3학년 때는 전문 기술 및 창업설계 등을 이수하도록 구성된 체계적인 농어업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주 대표의 경우도 1학년 때 이론을 배우고, 2학년 때 는 1년간 전라남도 담양에 있는 친환경 농산물 인증 사설 기관에서 실습 과정을 밟았다. 주 대표는 그곳에서 기본부터 하나씩 배워 나가며 실전에서 쓰일 노하우들을 쌓을 수 있었다. 3학년 때는 주작목을 가지로 정해 가지 농사에 적용할 전문 기술을 익히고, 농장운영계획 등을 설계하며 졸업을 준비했다. 졸업 전 같은 학교 화훼과 선배와 인연이 닿아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해 현재는 세 살, 다섯 살 두 딸의 고슴도치 아빠이기도 하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건강한농원 가지

본격적인 가지 농사와 함께 다른 농업인들과의 소통에 주력

주 대표는 2009년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경기도 여주에 터를 잡아 본격적으로 가지 농사를 시작했다. 건강한농원을 비롯한 여주의 많은 가지 농가들은 여주시에서 만든 ‘금보라 여주가지’라는 공동 브랜드로 가지를 생산한다. 여주에서 생산되는 가지 양이 전국 가지 물량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여주는 명실상부한 가지 주산지다. 가지 재배를 해 온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고, 타 작물에 비해 가격 등락 폭이 크지 않은 작물이라 주 대표는 주저 없이 가지 농사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친환경 가지 체험 농장도 생각해 봤지만 관리해야 할 농장 규모가 만만치 않았고, 무엇보다도 가지가 체험 작물로는 인기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주 대표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뚝심 있게 가지 농장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 주 대표는 다른 농업인들과 소통하는 데도 농장 운영만큼이나 신경을 썼다. 경기도 4-H연합회 회장을 맡아 경기 지역 청년 농부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자기계발부터 지역사회 봉사까지 다양한 활동을 섭렵했는데, 이는 건강한농원의 발전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

사람 손을 많이 타지만 수확이 안정적이고 영양도 풍부한 가지

가지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고 한다. 가지 한포기에서 가지를 수확하려면 수정하는 손, 가지치기 손, 따기 위한 손 등을 합해 사람 손이 6번 정도는 가야 한다. 그럼에도 주 대표는 가지 수확이 안정적이란 것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예전보다 재배력이 다양해져서 농사일이 좀 더 수월해진 부분도 있고, 가지는 상품값이 좋지 않을 시기에는 말려서 팔면 상품 가치를 올릴 수 있으므로 다른 작물들보다 수익을 일정하게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가지는 또한 영양이 풍부한 작물이기도 하다. 가지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혈관 속 노폐물을 제거해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가지 꼭지는 말려서 달여 마시면 맹장염과 파상풍 등 염증을 가라앉히고, 가루를 내 치약과 함께 쓰면 치아 미백에도 좋다는 연구까지 있
으니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효자 작물인 셈이다. 건강한농원은 현재 가지 전량을 도매시장으로 납품하고 있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건강한농원 가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새로운 식단 개발 필요

요즘 들어서는 농업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져 농업 종사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농사는 힘들고 어렵다고 주 대표는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도 이에 한몫한다. 그러나 그는 요즘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달라진 것이야말로 농사를 힘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여긴다. “점점 갈수록 사람들이 서양식 식단을 추구하는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나라는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육식 위주의 서양식 식단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 건강에 더 좋기 때문에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새로운 식단을 농업인들이 나서서 만들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청년 창업농은 지원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청년 창업농의 경우 토지 구입, 시설 매입 등 초반 투자 비용이 어마하게 많이 들어간다. 따라서 농사 초창기에 얻는 수익은 대부분 대출을 갚아 나가는 데 쓰인다. 이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청년 농사꾼들은 쉽게 들어 왔다가 쉽게 떠나기 일쑤다. 얼마 전부터 정부는 40세 이하 청년 창업농에게 최장 3년간 최대 월 100만 원씩을 지원해 주는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대표는 “청년 창업농들은 이런 지원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청년 농업인 영농정착 지원사업처럼 장기적인 지원들이 좀 더 다양해진다면 청년농들이 훨씬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고 희망을 내비쳤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건강한농원 가지

차후 5년간 집약적 재배로 질적 성장 기대 

건강한농원은 현재 두 군데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주 대표는 앞으로 5년 안에 두 농장을 한곳으로 모아 집약적으로 재배를 하고자 한다. 지금보다 규모를 더 확장시키겠다는 욕심보다는, 현재의 품질 좋은 가지를 꾸준히 생산하겠다는 의지가 더 앞선다. 주 대표는 농업에 종사하기로 결심했던 처음의 마음을 기억하며 언제나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주 대표가 처음 농장을 운영할 때는 아버지와 함께 일하면서 서로 갈등을 일으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신구 세대 차이가 다 그렇듯이, 농사를 대하는 자세가 서로 다르다 보니 반목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주 대표는 그때를 회상하며 과거가 있으니 현재가 있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큰 기대보다는 현실과 마주해 희노애락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사람이 행복해야 농사도 행복해지는 

주 대표는 주말마다 취미로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에 운동은 농사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농사뿐만이 아니라 어느 직종에서든 요즘같이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하지만 주 대표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신만의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얘기한다. 또한 농사에 주 5일제는 없지만, 여느 회사 생활처럼 얽매임도 없고 사람 스트레스는 없지 않냐며 우리 농사꾼들도 바쁘다고만 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는 또 스스로 즐겁게 살았더니 결국엔 농사까지 행복해지는 결과가 왔노라고 자부한다. 건강한 사람이 만들어 내는 건강한 채소, 주상중 대표에게 딱 맞는 명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그는 곧 농업계의 행복 바이러스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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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정보 : 경기도 여주시 건강한농원
경영유형 : 직접경영

시설 규모 : 약 1만 3,900㎡(4,200평)
연매출 4억 원
생산 목표 : 현재 연간 2만 5,000상자에서 최종 목표 연간 3만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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