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2014년과 2015년 연말, 본지에선 극장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으나, 놓치면 후회할 영화를 살펴본 '개이득 영화 10선'과 '꼭 보라고 전해라 10선'을 공개했다.

 
 
올해도 돌아왔다. 이른바 "이러려고 이 영화 안 봤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10선이다. 선정 기준은 국내에 첫선을 보인 주요 개봉작 중 30만 이하의 관객을 동원해 아쉬움을 남긴 영화들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할 수 있는 작품으로 뽑았다. 남은 한 해, 굿 다운로드나 IPTV로 즐겨보면 어떨까? 한편, 31만 관객을 동원한 레즈비언 소재 걸작 '캐롤'은 아쉽게도 이 리스트에 빠졌다. 그러나 다른 방법으로 [문화뉴스 2016년 연말결산]에서 소개할 것을 약속한다.
 
   
 
 
'헤이트풀8' / 개봉일 : 1월 7일 / 관객수 : 121,276명 (이하 19일 기준)
감독 : 쿠엔틴 타란티노 / 출연 : 사무엘 L. 잭슨, 커트 러셀, 제니퍼 제이슨 리 등 / 장르 : 서부 / 19세
잔혹한 폭력이 주는 독특한 미학을 선보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을 통제하며 이끌어나간 감독의 노력과 의지가 엿볼 수 있다. 덕분에 167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을 술술 관람할 수 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3개 부문(여우조연상, 음악상, 촬영상) 후보에 올라 전설적인 음악 감독인 엔니오 모리꼬네가 음악상을 받았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쿠엔틴 타란티노가 선사하는 한 편의 밀실 스릴러 연극. 167분이라는 시간이 언제 끝났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펄프픽션'처럼 머리가 박살 나도 그것 자체로도 마스터피스 걸작이 되는 그의 이름은 타란티노.
 
   
 
 
'대니쉬 걸' / 개봉일 : 2월 17일 / 관객수 : 134,079명
감독 : 톰 후퍼 / 출연 : 에디 레드메인, 알리시아 비칸데르, 엠버 허드 등 / 장르 : 드라마 / 19세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을 뜨고,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릴리 엘베'의 삶을 영화화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남우주연상, 미술상, 여우조연상, 의상상) 후보에 올랐고, '릴리'를 연기한 에디 레드메인은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에 도전했었다. 부인인 '게르다 베게너'를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여우조연상을 받아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레오가 오스카 트로피를 받지 못하더라도 에디가 받으면 나는 이변이라 말하지 않겠다. '릴리'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의 연기는 '스티븐 호킹'을 넘어선다. 심지어 부인의 역할도 이를 뛰어넘는다. 섬세한 터치에 그저 반한다.
 
   
 
 
'스포트라이트' / 개봉일 : 2월 24일 / 관객수 : 299,878명
감독 : 토마스 맥카시 / 출연 :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마이클 키튼 등 / 장르 : 드라마 / 15세
2002년, 가톨릭 교회에서 수십 년에 걸쳐 벌어진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폭로한 미국 3대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의 실화를 다뤘다. 탐사보도의 정석을 차분하게 보여줬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작품상, 감독상(토마스 맥카시), 남우조연상(마크 러팔로), 여우조연상(레이첼 맥아담스), 편집상까지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고, 각본상과 작품상을 받았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단순히 아카데미 몇 관왕이라는 말보다, 적어도 취재보도론 수업에서 이 영화는 앞으로 부교재가 되어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선보여질 것이다. 자극적 사건을 보여주지 않고 오로지 취재의 여정으로만 보여주는 큰 울림.
 
   
 
 
'사울의 아들' / 개봉일 : 2월 25일 / 관객수 : 23,276명
감독 : 라즐로 네메스 / 출연 : 게자 뢰리히, 레벤테 몰나르, 우르스 레힌 등 / 장르 : 드라마 / 19세
1944년 아우슈비츠의 제1 시체 소각장에서 시체 처리반인 '존 더 코만도'로 일하는 남자 '사울'이 수많은 주검 속에서 아들을 발견하고 그의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담았다. '사울' 역의 게자 뢰리히는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호연을 펼쳤다. 또한, '존 더 코만도'의 생존자들이 작품 관람 후 아우슈비츠를 완벽하기 담아냈다는 것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아우슈비츠의 시체 처리반, '존 더 코만도'를 보여주기 위해 라즐로 레메스 감독은 4:3 비율, 클로즈업, 그리고 블러처리와 음향으로 지옥을 체험하게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시점의 '사울'을 보여주는데, 영화의 백미.
 
   
 
 
'룸' / 개봉일 : 3월 3일 / 관객수 : 87,634명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안 알렌 등 / 장르 : 드라마 / 15세
7년간의 감금으로 모든 것을 잃고, 아들을 얻은 24살의 엄마 '조이'와 작은방 한 칸이 세상 전부라고 믿은 5살 아이 '잭'이 펼치는 탈출을 그린 실화 소재 영화다. 브리 라슨은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제7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69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브리 라슨은 '조이'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청소년 트라우마 전문가와 함께 지속적인 상담을 받기도 했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최근 상식적이지 않은, 인간이 인간답지 않은 영화들로 감정 고문이 심했다. '룸' 역시 마찬가지다. '룸'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열린 세상으로 나오지만, 이 공간 역시 힘든 곳. 하지만 서로를 이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희망은 있다.
 
   
 
 
'아노말리사' / 개봉일 : 3월 30일 / 관객수 : 14,153명
감독 : 찰리 카우프만, 듀크 존슨 / 목소리 출연 : 제니퍼 제이슨 리,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 등 / 장르 : 애니메이션 / 19세
비록 '인사이드 아웃'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할리우드 전문가들은 수상 2순위로 '아노말리사'를 뽑았다. 요즈음 보기 힘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아노말리사'는 한 남자의 긴 밤 동안 펼쳐지는 꿈 같은 여행을 그렸다. '이터널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을 받은 찰리 카우프만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지금까지 본 성인용 애니메이션 중 최고 수준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스톱모션 인형을 가지고 사람의 관계를 논하다니. 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어딨는가. 심지어 베드신마져 대단한 작품이다. '인사이드 아웃'이 없었다면?
 
   
 
 
'브루클린' / 개봉일 : 4월 21일 / 관객수 : 51,106명
감독 : 존 크로울리 / 출연 : 시얼샤 로넌, 도널 글리슨, 에모리 코헨 등 / 장르 : 멜로/로맨스 / 12세
1950년대 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온 '에일리스'가 운명의 남자 '토니'를 만나 새롭게 낯선 도시인 뉴욕 '브루클린'에 적응하며, 진정한 사랑과 또 다른 만남의 설렘을 감성적으로 담았다. 남성 중심의 이민 이야기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1950년대 뉴욕의 레트로 색체, 의상, 소품 역시 돋보인다.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여우주연상(시얼샤 로넌) 후보에 올랐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어설프게 멜로영화로 포장된 한국 포스터보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배에서 새 인생을 출발하려는 사람의 모습으로 참뜻을 전하는 미국 포스터가 훨씬 좋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시얼샤 로넌은 참 인상적인 배우며, 더 주목해야 한다.
 
   
 
 
'우리들' / 개봉일 : 6월 16일 / 관객수 : 47,818명
감독 : 윤가은 / 출연 :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등 / 장르 : 드라마 / 전체
아이들의 세계를 통해, 어른들이 쉽게 지나치고 잊고 지내왔던 문제들을 담백하면서도 깊이 있게 선보인 윤가은 감독의 첫 장편작이다. 그는 본지 인터뷰를 통해 "사회에서 말하는 '어린 친구'들이 뭔가 해내는 것을 보면 사랑스럽고, 멋있고, 응원하게 된다"며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경쟁 부문, 최우수 장편 데뷔작 부문 후보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충무로에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영화가 나온 것만으로도 반가운데, 완성도까지 뛰어나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 장편영화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윤가은 감독을 눈여겨볼 것. 올해 최고의 라스트씬 중 하나는 보너스.
 
   
 
 
'로스트 인 더스트' / 개봉일 : 11월 3일 / 관객수 : 81,236명
감독 : 데이빗 맥킨지 / 출연 : 크리스 파인, 벤 포스터, 제프 브리지스 등 / 장르 : 드라마 / 15세
미국 텍사스 주에서 은행을 터는 형제와 베테랑 형사의 추격전을 그린 범죄 스릴러다. 1960년대 할리우드의 주 장르이자 미국의 건국신화라고 할 수 있는 서부극을 활용하면서,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를 녹여냈다. 특히 베테랑 형사 '해밀턴'을 맡은 제프 브리짓스는 올해 전미비평가협회 선정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21세기로 넘어온 스릴러 웨스턴 무비 끝판왕. 4명의 캐릭터가 선보이는 대사는 군더더기가 없고, 특히 제프 브리지스는 간만에 몸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무슨 어려움이 닥쳐도'라는 의미의 원제보다 새 제목이 더 인상 깊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 개봉일 : 12월 8일 / 관객수 : 28,936명
감독 : 켄 로치 / 출연 :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샤론 퍼시 등 / 장르 : 드라마 / 12세
불합리한 구조에 맞서 쉽게 포기하지 않는 평범한 이웃 '다니엘'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복지제도와 관료제를 향한 '블루칼라의 시인' 켄 로치 감독의 일침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가운데, 켄 로치 감독은 "우리는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수상 소감을 남겼다.
 
양기자 관람 후 코멘트 : TV 채널마다 가득한 저 먼 곳의 90분의 이야기는 와 닿지 않더라도, 브렉시트 이전 영국 뉴캐슬에서 들려오는 복지 이야기는 '증세' 없는 복지, 증세 '없는' 복지와 같은 말싸움만 하는 우리나라에 큰 공감을 안긴다.
 
10편을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또 소개하는 '자괴감 들고 괴로울 수 있는 영화 5편' : '다가오는 것들', '죽여주는 여자', '4등', '비밀은 없다', '최악의 하루'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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