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예술인 지원공연 극단 춘추의 문고헌 예술감독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의 엘렉트라 인 서울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영무(1943~)는 대구 대륜 고등학교와 대구 교육대학 출신으로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쫓겨난 사람들>로 입상하고 같은 해 국방부 현상공모 장막극 당선해 등단했다. <노자일기><쫓겨난 사람들><할미의 씨앗><구름 가고 푸른 하늘> <신랑나이 65세> <우리들의 김무용> <역풍(逆風)> <하늘 천 따지><선녀는 땅위에 산다><스타열전><탈속(脫俗)> <당나무가 우는 밤에> <(무용극) 한밭에 살고 지고> <별에서 들리는 소리> <소나무집> <퇴계선생 상소문> <황진이> <강변 블루스> <달은 달><오토바이 옆에서><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오페라)아 고구려 고구려- 광개토 호태왕> <매화가 피는 뜻> <토스카 인 서울> <포옹 그리고 50년> <부활 그 다음> <시집가는 날> 등을 발표 공연했다. 한국 희곡 문학상, 행원 문학상(行願 文學賞), 한국문학상, 예총예술문화상 예술 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송훈상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현 극단 성좌 상임연출, 2009년 현재 약 200여편의 연극,무용, 뮤지컬, 축제에서 연출 및 무대/조명감독으로 활동했다. <세일즈맨의 죽음>, <욕망이라는 이름의전차>, <느릅나무 그늘의 욕망> <리타 길들이기>, <라생문><탱고> , <아카시아 흰 꽃은 바람에 날리고><신의 아그네스>,<프랑스뮤지컬 콘서트 무대감독(KBS홀)> 등에 무대감독 조명감독으로 참가했다.

강릉 국제 관광 민속제, 공주 아시아 1인극 제 무대, 운현궁 청소년 축제 무대감독, 크루즈여객선, 우크라이나 공연 팀 연출, 춘천 국제마임축제 기술 감독, 양천구 청소년축제 (쉼터) 감독, 진주 드라마 페스티발 연출팀, 한강 청소년동아리 문화축제 연출, 청소년동아리문화마당 연출, 블랙 코미디 연출, 과천 한마당 축제 기술 감독을 했다. 2016년에는 원로예술인 지원공연 <당신안녕> 무대감독, <엘렉트라 인 서울> 연출을 한 연극인이다.

<엘렉트라 인 서울>은 <엘렉트라>의 시대적 배경을 현재의 서울로 바꾸고, 그리스시대의 신전을 불교 사찰로 변형시켜 왕가의 비극이 아닌, 서민가정의 비극으로 만들어 재창작한 작품이다.

   
 

<엘렉트라>는 그리스의 영웅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딸이며 오레스테스의 누나다. 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귀국하던 날, 그는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에게 피살되고 만다. 졸지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원수가 된 엘렉트라는 그후 7년 동안이나 어머니와 계부 아이기스토스로부터 끊임없는 학대를 받는다. 그녀가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머나먼 타국을 떠도는 동생 오레스테스뿐. 마침내 두 오누이는 극적으로 다시 만나 복수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엘렉트라가 '혼자서' 어머니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를 죽이기로 결심하는 데서 시작하여 유랑하던 오레스테스가 친구와 함께 귀국길에 올라 변장한 모습으로 궁정으로 잠입한 뒤 누이와 함께 거사를 완수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그리스의 시인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의 작품으로 발표되었고, 20세기에는 장 아누이와 장 폴 싸르트르가 재창작해 발표하고,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호프만슈탈의 각본을 기초로 오페라 "엘렉트라"를 작곡했다. 지그문트 프로이드가 창시한 정신분석학에서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용어 때문에 현대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다.

무대는 불교 사찰이다. 백색의 휘장을 늘어뜨려 마치 벽면 같은 효과를 창출한다. 무대 중앙의 승방 역시 백색 휘장을 열고 닫게 만들었고, 주변에 검고 굵은 자갈을 쌓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조형물을 무대 좌우에 배치해, 의자처럼 앉기도 하고, 돌그릇으로 사용해 그 속에 든 물을 표주박으로 퍼서 마시기도 한다. 상수 쪽 통로는 다른 승방으로 가는 길로 설정되고, 하수 쪽 통로는 큰 승려 방 통로로 설정된다. 천둥소리 음향으로 극적효과를 높이고, 조명 강약으로 낮과 밤 그리고 장면변화에 대처한다.

서울 근교의 어느 산 정상부근에 세업사란 절이 있는데, 그 절은 이른바 참회도량으로 유명해서 기도원도 겸하고 있다. 어느 날 그 절로 우공스님이 찾아오는데 그의 얼굴은 심히 일그러져서 본래의 자기 얼굴 모습을 찾기가 힘이 든다. 주지스님인 노승 무법이 우공스님을 맞아서 강원도 일지스님으로부터 우공스님 과거의 모진 인연들을 모두 전해 들었다는 말을 한다.

잠시 후 우공스님은 그 절에서 참회기도를 올리는 류 여사를 발견하는데 그녀는 우공스님의 생모였으며, 15년 전에 정부인 받기수와 공모해서 남편을 교통사고로 위장 살해한 적이 있는 여인이었다. 비로소 우공스님은 노승 무법이 '또 다른 뜻'을 품고 자신을 그 절로 불러 들였음을 인식하게 된다. 한편 류 여사의 정부였던 박기수는 최근 들어 술에 취하면 류여사를 학대하는가 하면 그녀의 뒤를 밟아 세업사까지 찾아오기도 한다. 노승 무법의 주선으로 우공스님은 실로 오랜만에 옛날의 가정교사였던 민 선생은 물론 가련한 누이동생 애라까지 만나게 되면서 참혹했던 그들 과거사를 토로하기에 이른다.

그러니까 우공스님은 생모의 정부였던 박기수에 의해 절벽 아래로 던져 지는 등 유괴 살해 될 뻔 했다가 일지스님의 손에 의해 간신히 소생 된 바 있고, 애라는 창녀로 부산까지 팔려간 몸이 되었다가 불과 삼년 전에 민 선생의 헌신적인 애정에 의해 구출 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애라의 가슴 속에는 생모와 박기수를 언젠가는 죽이고 말겠다는 복수심만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우공스님은 오빠로서가 아닌 스님의 입장에 서서 누이동생에게 생모에 대한 원한이나 증오심을 버렸으면 한다. 노승 무법의 뜻도 그러했다. 왜냐하면 현생의 불행은 전생의 조업에 따른 과보이며 현생의 죄업은 후생에 다시 업장으로 나타날 것인즉 모름지기 인간의 선택의 매 순간 마다 보살 심을 발휘해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라는 우공스님의 그러한 설법을 비웃기만 한다. 이윽고 애라는 류 여사를 만나게 되고 칼을 뽑아 들기는 하지만 차마 복수를 결행 하지는 못한다. 류 여사가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었다. 비로소 애라의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로 인해서 민 선생의 애정을 주체하지 못해 절망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다못해 민 선생에게 후생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우공스님의 뜻대로 애라가 생모를 용서할 지도 모를 국면을 맞이하는데 박기수가 등장, 난폭하게 류 여사를 학대한다. 그 순간 애라는 무의식이 폭발한 듯 박기수를 살해하기에 이른다. 이전에 창녀생활에서 누적 되었던 남성에 대한 증오심이 폭발한 것이다. 애라의 칼이 박기수의 심장에 꽂히는 순간 모든 등장인물의 "으악!" 하는 비명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정 욱이 실제 삭발한 모습으로 무법스님으로 등장해 실제 큰 스님과 방불한 고품격의 호연으로 관객의 불심을 고취시킨다. 차제에 직업을 스님으로 바꿔도 좋으리라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민경옥이 류 여사로 등장해 역시 호연으로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송수영이 박 기수 역으로 출연해 성격창출이나 연기력에서 발군의 기량을 드러낸다. 윤상현이 대식으로 출연해 훤칠한 용모와 호연으로 여성관객의 연모의 대상이 된다. 이윤희와 박미정....이런 미모와 기량을 갖춘 여배우가 있었다니....이윤희와 박미경의 호연과 열연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킴은 물론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세홍이 우공스님으로 출연해 탁월한 기량과 호연 그리고 성격창출로 극을 고품격 고수준으로 이끌어 간다. 김세홍의 차기 출연작을 기대해 본다.

예술감독 문고헌, 의상 이규태, 분장 박팔영, 무대 조명 송훈상, 음악 이장희, 총괄진행 이한순, 사진 전윤태, 드라마투르크 김혜주, 광고디자인 WHO 이준석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춘추의 문고헌 예술감독,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의 <엘렉트라 인 서울>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