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2016 창작산실 창작뮤지컬 우수재공연 제작지원 선정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프레스콜이 21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렸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애틋한 사랑을 한 김용주와 홍옥임, 두 여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이 뮤지컬은 배우 정재헌의 진행으로 1시간가량의 하이라이트 시연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의 하이라이트 시연은 '모던 껄-즈', '하얀 손수건', '자유란 그런 것', '기차여행', '남자와 여자', '아뫼-리카', '퍼-플시대', '눈뜨면 사라질까', '모오단', '여자로 태어나', '너와 나의 둥지 찾아'까지 총 11곡을 선보였다. 무대 뒤의 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아름다운 선율이 작품의 흐름을 이끌어간 모습이 돋보인 이번 작품은 시대에 억눌린 두 여인의 이야기가 여자 위에 군림하던 남자, 그 위에 군림하던 시대의 모습으로까지 확장하며 인간 본연의 자유와 욕망을 이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작, 작곡, 연출을 맡은 이나오 연출과 신경미 음악감독, 류정아 안무감독을 포함해 용주 역의 신의정, 옥임 역의 최미소, 화동 역의 유연, 홍박사 역의 최정수, 류씨 역의 김대현과 김바다, 모던보이 외 다수 역의 정재헌과 서요나, 살롱걸 외 다수 역의 이정휘와 이초롱까지 전 배우가 함께 질의응답에 참여헀다.

   
▲ 이나오 연출

연출 등 영역을 넓혀 이 작품에 다시 참여한 계기와 새롭게 바뀐 프로덕션과 함께 연출 방향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ㄴ 이나오 연출: 우선 공모전이 됐다(웃음). 다시 하게 돼서 기뻤고 식구를 모으는 과정에서 초연 때 같이 했던 음악감독님이나 새로 합류한 안무감독님, 배우분들 등등이 잘 모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초연과)비슷하지만 시간이 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엔 그냥 사랑 이야기였다. 사람과 사람 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뭔가 시대에 포함된 사랑 이야기란 관점으로 자연스레 바뀌었다. 여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고, 그렇기에 시대 안에서 여자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려면 좀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저도 본디 작곡가이기 때문에 우리 작품은 음악의 흐름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정서나 이야기의 흐름이 음악에 포함되고 음악이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은 그런 초점들이 좀 여러 가지로 확장이 된 것 같다. 시대 안에서의 여성들의 이야기. 그걸 표현하기 위해 시대 안의 남성 이야기. 우리 이야기를 하려면 윗세대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 등이 혼재돼 퍼플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제목이 오래된 우리말에서 가져온 이유가 모던이란 소재와 연계가 되는지. 아까 답변에 따르면 초연과 비교하면 포커스가 너무 넓어진 것은 아닐지. 영화 '아가씨'도 시대가 똑같은데 새삼스럽게 경성시대의 LGBT를 꺼낸 이유가 뭔지.

ㄴ 이나오 연출: 제목이 '콩칠팔 새삼륙'이란 단어가 지금 시대에선 낯설고 쓰이지 않는 말이다. 원래 '콩칠팔 새삼륙'에서 Lgbt 이야기를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의도는 사실 없었다. 2008년에 주인공 인물들에 끌린 이유는 그때 경성시대가 서양 문물이 들이닥치며 혼란과 혼재의 시대였다고 본다. 그런데 그 안에서 누가 봐도 모든 걸 가졌던 두 여인이 왜 철로에 뛰어들었을까. 기록도 거의 그런 시점에서만 남았는데 거기서 저는 둘에게 연민을 느꼈다. 남들이 보기엔 다 가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론 아픔, 고달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봤다. 결국, 겉으로 보기엔 가진 것 많은 소녀가 소녀의 마음으로 철없이 철로에 뛰어든 거다. 이런 관점이 매몰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감정, 정서를 따라가다 보니 두 여성이 그 시대에 모든 걸 제치고 사랑을 선택했던 이유는 서로가 함께할 수 없던 이유 때문이고 시대의 압력 때문이고 사람의 힘으로 탈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콩칠팔 새삼륙'이란 말이 누군가를 얽매지 않나. 그 둘을 얽맨 세상이 얼마나 한탄스러웠을까. 그런데도 함께 죽기 위해 철로에 봄날 나들이 가듯 갔을 두 여인을 생각하면 당차고 아름다웠다. '퍼플시대'와 '콩칠팔 새삼륙'은 밀접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퍼플이란건 여러 사람의 말, 시선 등이 혼재된 것이고 그 시대 안에서 살아가야 했던 두 여성을 의미한다. 사랑을 택했는데 그 사랑조차 사람들에게 환영하지 못했다. 지금은 달라졌냐 하면 지금도 아니다. 지금은 동성애가 뭔지 어렴풋이 알기에 오히려 받아들일 수 없어졌다. 대부분 겉으론 정치적 올바름을 이야기하며 받아들이려 하지만 동성애의 삶을 당당히 선택해 살 수 있는 것이 이 시대에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저는 그래서 영화 '아가씨'도 그렇고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지만 '콩칠팔 새삼륙'의 경우 2008년부터 디벨롭했고 12년에 초연을 했다. 영화 등이 대세라서 한 게 아니라 그때랑은 시대가 좀 더 변해서 이런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여성들의 이야기를 '퍼플시대'를, '콩칠팔 새삼륙'의 이야기를 다시 해야 마땅하다 생각했다.

   
▲ 신경미 음악감독

음악이 그 시대로 다시 돌아간 듯한 악기의 배합 등이 좋았다. 악기 구성 가운데서 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주안점을 두고 밀어 넣은 악기가 있는지.

ㄴ 신경미 음악감독: 악기 구성을 먼저 말씀드리면 피아노, 아코디언, 클라리넷, 어쿠스틱 기타, 콘트라베이스, 타악기가 있다. 초연 때는 타악기를 따로 안 두고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심벌을 제가 직접 지휘하며 쳤는데 이번엔 시대가 확장되며 음악도 확장되는 부분이 있어서 타악기를 추가했다. 특별한 악기를 추가한다기보단 곡이 주는 느낌과 그에 맞는 편성을 하려 했다. 아코디언이 있긴 하지만 30년대라서 넣은 것은 아니다.

   
 

최근 Lgbt 관련 컨텐츠에 관한 여러 이슈나 사건, 사고도 많았는데 출연에 두려움이 있진 않았는지.

ㄴ 신의정: 사실 초연을 하지 않았고 저 하나만 생각했다면 망설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저희가 포커스를 그런 것에 두지 않았기에 거부감이나 힘든 점은 전혀 없었다.

ㄴ 최미소: 저도 그런 부분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저와 신의정 배우가 안지 오래됐고 친하게 오래 지냈고 자매 같은 부분이 있기에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관점으로만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랑을 하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였기에 외부적인 것이 힘들진 않았다.

   
 

2016년은 여성이 힘들었던 해다. 그런 부분에 대해 시선을 작품에 넣은 것이 있는지.

ㄴ 이나오 연출: 너무 아이러니한 시대인 것 같다. 제가 느끼기엔 혐오를 말하지만, 혐오자와 혐오대상이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명백히 나눌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고 모든 것이 너무 엉켜있는 시점인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선 '화동'이란 인물을 통해 여러 가지를 관통하고 싶었다. 퍼플살롱이란 공간 자체가 옥임과 용주에겐 어찌 됐든 도피를 할 수 있는, 자유를 한 번쯤은 만끽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화동의 경우 거기서만 숨을 쉴 수 있는 여성이었다. 인생의 다른 옵션이 없는 화동이란 인물이 결국엔 아랫세대의 용주와 옥임에게 손을 내민 것이고 그걸 잡은 둘은 좀 더 진취적이고 뭔가 도전해보는 여성이었다. 화동은 맹목적으로 사랑을 선택할 수 없는 여성이었지만 차세대 여성인 옥임과 용주는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퍼플살롱'의 넘버가 세 명을 관통한다. '모던 껄-즈'는 아이러니한 유머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그 시대 여성들에게 있던 어떤 울타리랄까. 여성들이 억압될 수 있던 부분은 남성들이 바라보는 시각이었고 최대한 화동이 능동적으로 그 신을 장악하는 넘버를 보여주고 싶었다. '모던 껄-즈'의 테마를 용주가 바톤 터치해 '퍼플시대'로 부른다. 근데 그땐 좀 덜 기계적이고 덜 서커스적인 넘버로 바뀐다. 용주의 욕구, 자유분방함 등이 들어간다. 남장을 해서 얻는 해방감. 여자로서 걷는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그녀. 그리고 그것을 무대에서 마음껏 펼치는 순간 등의 연결선을 좀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넘버를 쓸 때 그런 좀 당당함. 인생은 쇼고 인생은 서커스다. 그러니까 이런 것을 너무 비참한 마음으로 바라보지 말고 좀 여유 있게 보고 시대를 논하자 이런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보기 드물게 남자와의 사랑에 헌신하거나 고민하지 않고 여성의 능동적인 움직임이 주된 서사를 이룬 이번 작품은 2016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여러 페미니즘적 관점을 다시 한번 곱씹게 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14일부터 2017년 1월 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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