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이번 겨울에 잘 어울리는 한 편의 공연이 찾아왔다.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지난 15일 개막해 2017년 2월 5일까지 공연하는 작품으로 '사랑'이 제목에 들어간 무수히 많은 작품들 중에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대부분의 사랑을 다룬 소규모 연극과 비슷하게 멀티 역을 포함한 4명의 인물이 나오는 작품이고 남녀 주인공의 만남을 다뤘지만 그 접근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극의 주인공인 은주와 동욱은 사랑의 열병에 걸려 상대의 얼굴을 떠올리며 잠들거나, 눈물을 펑펑 쏟게 만들 불치병을 사랑으로 극복하지도 않는다.

계약직 영어 교사였던 은주와 정교사 수학 교사인 동욱은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에 관한 호감을 조금씩 키워가지만 그뿐이다. 둘에겐 아프리카에 다녀오거나, 학생을 보살펴야 하는 각자의 삶에 더 매진한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서로의 마음이 겹쳐지기 시작할 무렵, 또다시 '환경'이 그들을 이어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사랑에 스치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연을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놓쳐버렸던가. 하지만 작품은 현실을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금은 행복한 결말로 두 사람을 밀어 넣는다. 그런 자그마한 판타지가 우리가 '사랑'을 꾸준히 보러 오는 이유지 않을까.

또 눈에 띄는 것은 섬세한 감성을 건드리는 배경음악의 활용이다. 뮤지컬 제작을 고민했다던 연출의 의중이 반영된 듯 작품의 흐름에 맞춘 감수성 넘치는 음악은 소극장의 느낌을 살린 절제된 무대와 결합해 관객을 사랑의 한 가운데에 앉혀놓을 것이다.

   
 

다만 두 사람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극이다 보니 윤희의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작동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녀의 성장 서사 역시 극의 중요한 내용이지만, 다소 어른의 시각에서 그녀의 마음을 풋사랑으로 표현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은 아쉽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많은 극 중 특별한 감성을 관객에게 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 혹은 그 사랑이 무뎌진다 느끼는 사람들이 보면 특별히 더 좋을 작품이다. 동욱 역에 김지완과 오동욱, 은주 역에 성현아와 최영신, 윤희 역에 김세진과 이정민, 멀티맨에 양권석과 허병필이 출연한다.

또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배우 성현아의 복귀작이자 첫 연극으로 그녀의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다. 30대 중반의 자유로운 독신주의자 은주 역을 실감 나게 표현한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깔끔한 발음과 발성은 앞으로의 연극 활동을 기대하게 한다. 2017년 2월 5일까지 대학로 드림씨어터.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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