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아담', 동성애에 대한 정체성을 다룬 영화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적으로 다뤄지는 주제 중 하나로, 수만가지의 답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출처 :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아담'

영화 '아담'은 한 아이의 모습을 다룬다. 함께할 친구가 없어 혼자 장난감 차를 가지고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아담이 집에서 혼나고 제대로 된 구성원 취급을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엄마의 아이에게 먹일 분유를 타다가 분유통을 쏟고, 아빠에게 혼나고 다시 분유를 사와서 집에 들어가려던 주인공은 잠겨있는 집의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린다. 이 과정 속에서 아담은 풀 죽은 모습으로 대부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는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아담'을 보여준다. 친구라는 그룹에도 속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가족의 따듯한 사랑도 받을 수 없다. 감독의 설명으로는 가족은 중국인 아빠와 말레이시아인 엄마를 둔 싱가포르의 흔한 다자녀 가정을 묘사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아담이 겪는 국가적 정체성의 혼란을 다루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아담은 이윽고 생모에게 향하고, 생모에게 간 아담이지만 생모는 아담과 거리감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친근하게 대해준다. 하지만 생모와 아담과 영화로 대화하는 모습에서는 다소 이질적인 모습이 느껴졌다. 아담은 생모에게 "나 여기서 엄마랑 살면 안 돼?"라는 질문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절 할 수 밖에 없다.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아담을 충분히 책임지지 못 할 것을 생모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후 씬에서는 아빠의 집에 돌아간 아담이 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오고, 기껏 사 온 분유통을 아파트의 높은 곳에서 쏟아버리고 생모를 찾아간다. 생모를 찾아갔지만 생모는 아담이 머리를 깎는 사이 도망쳐버리고, 아담은 하염없이 거리를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분유통을 쏟은 의미는, 일차적으로는 보살핌받고 있는 아이에 대한 아담의 분노로도 보여질 수 있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생모 또한 말레이시아 사람으로, 자신과 똑같은 일을 겪을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는 상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감독은 아담이 마지막씬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달리는 모습에서 "자신이 감정적으로 의지하거나, 육체적으로 쉴 곳이 없다는 상황을 드러내려고 했으며, 마치 처음부터 아담이 없었던 것 처럼 아담이 갑자기 사라지는 씬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출처 :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

다른 영화인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는 주유소에서 마주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아직까지는 다소 사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동성애라는 주제를 담았다.

늦은 밤, 국도. 두 사람이 허름한 주유소에서 처음 만난다. 한 사람(A)은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으려고 들렀고, 한 사람(B)은 자가 없어 그냥 발이 묶인 상태이다. B는 동성애자로, 어떤 남성과 영상통화를 하던 도중이었다. 하지만 집에 가기 위해서 22.50 유로가 필요한 남자는 여러 물품을 구매하기를 권유한다.

첫 번째로는 담배, 독한 담배를 권유하는 B에게 A는 "난 담배 안펴"라는 말로 그의 권유를 거절한다. 두번째로는 마약, 물론 허세를 부리는 B이지만 A는 "내가 경찰이면 어쩔 건데?"라고 거절한다. 이윽고 세번째로 종이를 접어 만든 잉꼬새 부부를 제안하는데, A는 흥미를 보이면서도 "한 쪽만 살 수 없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B는 "잉꼬는 부부가 아니면 죽어버리거든"이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런데 이후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진다. 담배를 꺼내문 B는 "그럼 어쩔수 없지"라고 한다. A는 이 말에 황당해하면서 "고작 22.5유로 때문에 죽자고?"라고 말한다. 그러나 B는 아랑곳하지않고 A에게 불을 빌리는데, 이후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결국 B는 A의 스쿠터를 얻어 타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혀 로멘틱하지 않은 대화 도중 갑자기 로멘틱한 분위기가 전개되는 것도 의아했고, 중간에 잉꼬의 이야기와 달, "그리고 하늘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 하고 물어보는 장면은 보면서도 고개가 절로 갸우뚱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아마 사랑이라는 것이 이처럼 이해할 수 없이 찾아온다는 것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 두 영화를 감상하며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것은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보이는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 아담은 불우한 유년생활을 보내고 있으며, 성적인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면 극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

[MHN 리뷰]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리뷰 - 2편 '정체성'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아담', 동성애에 대한 정체성을 다룬 영화 '우리와 하늘 사이의 거리'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