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리뷰] '타인이 보는 나'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리뷰 - 3편 '인식'
  • 이솔 기자
  • 승인 2019.11.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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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범죄와 연관된 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폴트 라인', 중년 미혼모의 새로운 도전 이야기 '아나'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또한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특정한 사람에 대해 어떠하게 인식하는 경우, 그 사람이 하는 행동부터 말까지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출처 :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폴트 라인'

영화 '폴트 라인'(FAULT LINE)에서는 뺑소니 범죄와 연관된 학생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지진 대피 훈련이 한창인 가운데, 학생 '나할'은 팔이 다친채로 학교에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선생님의 지시로 학교 홈페이지에 올릴 타블렛을 친구와 함께 가져가는 도중, 한 학생과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이후 계단 근처에서 그 학생과 다투게 되고, 결국 서로 몸싸움을 하던 도중 나할은 계단에서 구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친구가 "넌 어서 도망가, 하스티"라는 말을 하는데, 높은 확률로 이는 계획된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스티와 나할, 그리고 친구가 짜고 나할이 계단에서 구르게 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목적이다.

영화를 천천히 보면, 또 하나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바로 나할과 친구가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 나할이 부르던 노래에서 음이탈을 내자, 친구가 나할의 오른팔을 감싸며 웃는다. 나할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은 오른팔에 통증을 호소했는데, 마치 이 장면에서는 다치지 않은 것 처럼 나할의 팔을 건드리고, 어깨동무를 하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에는 학교에 한 남자가 찾아오는데, 오전에 발생한 뺑소니 사고에 대해 나할이 강력하게 용의자라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나할이 끊임없이 부정하자, 남자는 나할의 팔을 보고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거 아니냐"는 뉘앙스의 말을 한다. 당연히 나할이 구른 계단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나할의 선생님은 "나할은 전교에서 매우 우수한 아이입니다, 나할이 경찰에 불려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남자에게 전한다. 이후 이어지는 지진 대피 수업 도중, 나할이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으로 가는 모습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또한 대부분 함정에 걸렸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마치 나할이 범죄자인 것 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할이 사고를 저질렀다는 증거는 어디도 없고, 나할의 다친 팔이 어떻게 다쳤는지 명확한 증거도 없다. 단지 영화가 만들어 낸 그럴듯한 '인식'에 의해 나할을 용의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영화 '폴트 라인'에서는 우리가 불분명한 사실로 누군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출처 : 아시아나 국제단편영화제, 상영작 '아나'

영화 '아나'(ANNA)는 한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나는 평범한 우크라이나 사람으로 정육점에서 일하고 있다. 오랫동안 외출도 안하던 아나는 한 라디오 광고에 이끌려 미국인과 연애를 주선해주는 파티에 참가하려고 한다.

영화 첫 장면에서는 고기를 검사하는 아나와 검수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장면은 이후 영화의 전개를 생각할 때 그냥 지나치기 쉬운 상당히 의미있는 장면이다. 우선 고기를 써는 직업을 가진 아나를 보여준다. 또한 마치 시체와 같은 핏기없고 축 늘어진 고기들 사이에 있는 아나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나의 삶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인식과 평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기의 상태를 보며 B,C,D등 다양한 등급으로 평가하는 모습이 영화 후반부의 평가받는 아나의 모습과 겹치며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주고 있다. 같은 정육점 씬이라도 수만가지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을 때 감독이 상당히 영화 장면마다 의미를 담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퇴근하는 아나를 쳐다보지도 않던 남자 무리들이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지나가니 추근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나는 뚱뚱하고, 나이든 아주머니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아나가 일하던 도중 파티에 대한 소식을 듣고,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회사 관계자를 만나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또한 회사 관계자가 탐탁치 않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고객이기 때문에 억지로 상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계자는 일반적인 세일즈맨을 떠올리면 생각할 수 있는 웃음, 친절함 등이 결여된 모습으로 나온다. 물론 국가적, 문화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세일즈라는 업무를 생각했을 때, 이러한 모습은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아나라는 사람에 대한 외모적 차별이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파티에서도 아나는 이질적으로 그려진다. 날씬하고 젊은 여자들 사이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아나는 파티에 참여했지만 잘 어울리지 못하고, 무엇을 먹고, 마시는 장면만 보인다. 이는 단적으로 외모지상주의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장면으로 아나가 처한 상황의 악순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없으니 먹으면서라도 시간을 보내고, 먹으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살이 찌고, 살이 찐 모습을 본 사람들이 아나를 더욱 기피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자기관리를 못했나?'하고 생각했었는데, 이에 대해 일정 부분 사회적인 책임도 있음을 느끼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런 생각 또한 '폴트 라인'에서 보인 것 처럼 함정에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 마지막에는 우연히도 딸을 보게 되는데 중년 남성이 딸에게 집적거리는 것을 보고 아나는 그를 밀치고 딸을 지키려고 애쓴다. 하지만, 싸움이 나고 난리가 난 상황에서도 아나는 결국 혼자가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식 속에' 살지만, 반대로 인식 속에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형성된 특정한 기준이 있으면 모두들 무의식중에 그 기준을 따르려고 애쓰고,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에게는 '이상하다, 특이하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 오히려 진짜 이상하고 특이한 일이라는 사실이 두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실제적인 문제는 우리들의 무지일수도, 사회적인 기준이 이상한 것일수도 있지만 모두들 그 개인의 성격, 생각, 혹은 습관 등 다양한 것으로 그 이유를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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