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꽃꽂이를 좋아했던 소녀가 다육식물 농부가 되기까지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사막의장미 '문현미' 대표

[문화뉴스 MHN 오지현 기자] 국화나 장미처럼 꽃모양의 선인장들이 있는가하면, 탑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선인장도 있다.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다육식물들을 보니 하나 키워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막의장미는 전라북도 지역 도소매상들이라면 다들 아는 다육식물 도매센터다. 스물여섯살 젊은 농부 문현미 대표는 그 어렵다는 창업농으로 시작해 사막의 장미를 벌써 4년째 야무지게 운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농업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던 똑순이

문현미 대표는 아주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고 자라면서는 꽃꽂이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때는 아버지가 전라북도 전주 시내에서 다육식물가게를 운영해 자연스레 다육식물들을 많이 접하게됐다. 문 대표는 학교를 마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아버지가게에 들러 분갈이를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은 물론, 삽질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일을 거들었다. 이후 농업에 대한 의지와 확신을 가지고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농업 특성화고인 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등학교에 들어간 문 대표는 농업 과목 수업에 재미를 느끼고 실습 현장에서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농업에 미래를 투자할 생각으로 오랫동안 신중하게 고민하고 계획한 문 대표는 대학도 농수산업 특성화 대학인 한국농수산대학을 선택했다. 문 대표는 그렇게 학창시절 때부터 한길만을 걸어왔다. 영농 후계자가 아니라 가산점은 없었지만 당당하게 2013년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에 입학했고, 늘 그랬듯 똑소리나게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보람차고 유익했던 해외연수와 국내연구소 생활

전국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인 만큼 1학년 때는 낯설기도 하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느 정도 적응되고 수업 시간도 점점 더 즐거워졌다. 2학년이 되고 6개월 간은 호주에 있는 호접란 농장으로 장기 현장실습을 나갔다. 몸은 고됐지만 나름의 노하우를 익히고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 이후 남은 실습기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경기도 고양에 있는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에서 연구생활을 했다. 다육식물과 다양한 식물들을 비교할 수 있었기에 연구소에서 보낸 시간들이 참 유익했다. 3학년 졸업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던 문 대표는 잠시 다른 진로를 모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육식물 직접 재배를 귄유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다육식물 농장이자 도매센터인 사막의 장미를 세우게 됐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사막의장미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농장 운영

문 대표는 2016년에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영농자금 2억 원을 대출받아 고향인 전라북도 김제로 갔다. 말 그대로 창업농이 었기에 단돈 2억 원으로 땅과 시설을 모두 구입해야 했다. 발품을 팔아 입지 조건이 좋은 땅을 찾으러 다녔고, 마음에 드는 땅을 구입하고 남은 대출금 전부로는 하우스를 지었다. 고향이긴 했지만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농업을 시작하다 보니 처음에는 가족끼리 힘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직접 부딪치며 경험을 통해 배워 나가야 했기에 힘든 부분도 많았다. 더욱이 김제 지역은 쌀과 소가 특산물이라 화훼에 대한 지역 사회 지원은 전무했다. 그러다 주위에서 농 사를 짓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생들을 만나게 됐고, 생각보다 이쪽 지역에 동문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문 대표는 청년 농업인 모임인 4-H연 합회에 참여했고, 현재는 부회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씨앗 발아가 관건인 다육식물 재배

다육식물은 고온다습에 약하기 때문에 물관리가 필수다. 1년에 4번 정도 물을 주는 것이 적당하며, 특히 여름에는 습도가 높아서 따로 물을 줄 필요가 없다고 한다. 또 다육식물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작고 색깔이 예쁜 것이 수요가 훨씬 더 많다. 다육식물 재배에서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이다. 다육식물의 씨는 곰팡이만큼 크기가 작아 맨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라 씨앗을 잘 틔우는 것이 쉽지 않은데, 문 대표는 이 부분에서 특히 자신이 있다고 한다. 발아시키기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를 정확히 파악해 씨앗을 맞춤식으로 틔워 내고 있는 것 이다. 요즘에는 새로운 육종 품종이 많아져 특이한 것들만 찾는 마니아층도 생겨나고 있다. 신품종은 기존 품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더 좋기에 사막의장미에서도 교잡을 통해 여러 육종을 계속 개발하는 중이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사막의장미 '다육식물'

오로지 도매, 직거래로만 목표 판매량 달성

주요기사

사막의장미는 전라북도 일대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다육식물 도매센터다. 문 대표의 아버지는 매주 월요일마다 전국을 부지런하게 돌며 시장조사를 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구해 오기도 한다. 김제 지역내 작은 화훼 농장들의 재고가 많이 남으면 가져와 판매하는 등 서로 상생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막의장미에서는 모든 식물을 100% 도매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다. 부안과 고창을 비롯한 전라북도 일대의 도소매 상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근처 고속도로에 현수막을 붙여 놨더니 그걸 보고 오는 사람들도 꽤 많다. 또 다육식물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 등에 올린 홍보 글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 들도 많다. 한창 날씨가 좋은 봄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들이 꾸준히 이어진다. 직거래만으로 매 분기 목표 판매량을 채우고 있으니 도매시장을 나갈 필요 없이 농장에 오신 분들에게 서비스를 좀 더 잘해 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니아층이 두꺼운 다육식물

다육식물 시장의 전망은 나쁘지 않다. 해외로 수출되는 화훼 주요 품목일뿐더러 현재는 국내 시장 내에서 특이한 종만 수집하는 다육식물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어서 수백만 원 까지 호가하는 고가의 다육식물들도 거래가 되고 있다. 서울 및 경기 수도권쪽에는 시장이 밀집돼 있어 레드오션이란 말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사막의장미는 지난 4년 동안 이런 걱정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운영돼 왔다. 비록 수도권에서 거리가 꽤 되지만 인근 지역에서는 제1의 다육식물 도매 센터로 불릴만큼 입지 조건이 훌륭한 것이 이에 한몫했다. 문 대표는 이런 입지 조건을 십분 활용해 차후 농장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한국농수산대학 4학년 전공심화 과정을 다니는 중이라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이 과정을 마치면 하우스 한동을 확장해 볼 생각이다.

 

출처 한국농수산대학, 사막의장미 '문현미' 대표

오랫동안 꿈꿔 온 일은 바로 '선인장 카페' 운영

문 대표에게는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하나 있다. 농장 기반을 좀 더 다지고 나면 언젠가는 꼭 ‘다육이 선인장 카페’를 운영하고자 한다. 문 대표가 직접 키운 다육식물들을 눈으로 보면서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1·2·3차산업이 복합된 이른바 6차산업 아이템이기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현실화해서 전라북도 일대의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것이 문 대표의 다부진 계획이다. 문 대표에게 다육식물은 매일 대하지만 매일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고 힘든 마음을 치유시키기도 하는 반려식물이자 인생이 되었다. 다육식물은 이제 문 대표의 인생이 돼버렸다. 어릴 적 꽃꽂이를 좋아하던 소녀는 다육식물과 함께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

-----

농장명 : 사막의장미

농장소재 : 전라북도 김제시

경영유형 : 직접경영

영농경력 : 4년 차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