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콘서트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 리뷰
유키 구라모토 |
[문화뉴스] 유키 구라모토 할아버지가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한국을 방문했다.
사랑스러운 음악 뿐 아니라 친근한 미소, 어색하지만 귀여운 한국어 발음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그가 2009년부터 진행해온 '크리스마스 콘서트 :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콘서트는 지난 24일과 25일 3회에 걸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
이번 '유키 구라모토의 친구들'로 선정된 음악가는 K클래식의 대표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피아니스트 지용이다. 신지아는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을, 피아니스트 지용은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코리아 쿱오케스트라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신지아의 아름다운 현악 선율과 우아한 애티튜드, 지용의 강렬한 퍼포먼스는 이번 콘서트가 듣기 좋을 뿐 아니라 보기도 좋은 콘서트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특히 현란한 개성을 건반 위에 그대로 얹어 놓은 지용의 퍼포먼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쿱 오케스트라와 백윤학 지휘자는 콘서트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관객들과 긴밀한 호흡을 자랑했다.
백윤학 지휘자 |
유키 구라모토의 '친구들'이 꾸민 1부가 끝이 나고, 2부부터 유키 구라모토의 친근한 곡들을 만날 수 있었다. 'Warm Affection', 'Tears For You', 'Lake Louise'는 유키 구라모토와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의 협연으로, 'Jingle Bell', 'Rudolph the Res Nosed Reindeer', 'Silent Night', 'Winter Wonderland', 'When You Wish Upon A Star' 등과 같은 캐럴들은 독주로, 'Meditation', 'Sonnet Of Fountain', 'Lovingly', 'Soaring', 'Romance', 'Paris, winter…'는 쿱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꾸며졌다.
유키 구라모토 음악의 힘은 따사로움에 있다. 특유의 드라마틱한 전개는 듣는 이로 하여금 누구든 제 인생의 서사를 나지막이 떠올려봄 직하게 한다. 또한 그 서사는 선율이 가진 잔잔한 힘에 의해 구슬픔과 명랑함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비애에 젖었던 순간도 잠시, 결국은 유키 구라모토의 선율에 의해 우리의 상처받은 서사는 포근하게 감싸지곤 한다.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 |
"이제 산타클로스 의상이 어울리는 나이가 됐다. 어릴 적 받았던 선물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기뻤던 사실만큼은 아직 마음에 남아있다"며 관객들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만한 좋은 추억'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유키 구라모토는 특유의 따스한 감성으로 어느 새 크리스마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손주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포근한 할아버지의 손길처럼 조심스럽고 섬세한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는 국내 관객들의 쓰라린 2016년을 보듬어주고 있었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크레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