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5 '너의 이름은'

   
 

[문화뉴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2017년 처음 선택한 연결고리는 바로 지난 4일에 개봉하여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다.

두 사람은 작년 12월 20일에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가졌던 '너의 이름은'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했기에, 이정도로 국내에 인기를 몰고 올 줄은 솔직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선 관람 후 평가 하는데, 의도치 않게 너무 오래 걸렸다. 두 사람이 말하는 '너의 이름은'을 들어보시라.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 개봉하기 앞서, 일본 현지에서 엄청난 흥행을 이끌었다고 한다. 이 작품이 무엇 때문에 인기가 많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중추를 담당하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은퇴 이야기가 스멀스멀 나오던 때부터 일본 애니메이션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미야자키는 작년 11월에 현역 복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매출액과 흥행이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증명하고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가 물러난 이후 단 한 번도 100억 엔 이상을 넘는 흥행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본 애니메이션의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너의 이름은'의 개봉은 꺼져가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불씨를 살리는 전환점이 되었다. 일본 현지에서 '너의 이름은' 돌풍이 일어났던 건, 2011년 일본 도호쿠 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일본인들의 마음을 '힐링'했던 점이다. 신카이 마코토는 지진으로 힘들어하는 일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기 위해서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힐링의 메시지가 일본 전역을 치유했기에 흥행까지 이어진 것이라 보면 된다.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위 의견에 동의하며, 참고삼아 한국과 일본의 영화 역대 박스오피스를 비교해봤다. 먼저 관객수로 순위를 매기는 한국 박스오피스는 다음과 같다. 1위 '명량'(2014년/1,761만명), 2위 '국제시장'(2014년/1,462만명), 3위 '베테랑'(2015년/1,341만명), 4위 '아바타'(2009년/1,330만명), 5위 '도둑들'(2012년/1,298만명), 6위 '7번방의 선물'(2013년/1,281만명), 7위 '암살'(2015년/1,270만명), 8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년/1,232만명), 9위 '부산행'(2016년/1,156만명), 10위 '변호인'(2013년/1,137만명)까지 한국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흥행 수익으로 순위를 매기는 일본 박스오피스는 다음과 같다. 1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년/308억엔), 2위 '타이타닉'(1997년/262억엔), 3위 '겨울왕국'(2014년/255억엔), 4위 '너의 이름은.'(2015년/213억엔), 5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년/203억엔), 6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년/196억엔), 7위 '모노노케 히메'(1997년/193억엔), 8위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2 - 레인보우 브릿지를 봉쇄하라'(2003년/173억엔), 9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2002년/173억엔), 10위 '아바타'(2009년/156억엔) 순이다. 일본은 자국 애니메이션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애니메이션을 '단지 아이들의 문화'라고 치부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순위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너의 이름은'이 가진 장점은 무엇이었던가?
ㄴ 석 : 가장 먼저 꼽아보자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초속 5센티미터'나 '언어의 정원' 등 러닝타임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카이 마코토 고유의 그림체가 이번 '너의 이름은' 에서도 빛을 보았다.

애니메이션의 실제 배경모델이 되었던 도쿄 신주쿠(타키가 사는 도시)와 기후현 히다시(미츠하가 살던 시골), 그리고 하늘에서 혜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하나같이 '아름답다', '예쁘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하기 부족할 만큼 영상미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영화에서 느꼈던 여운을 되짚어보기 위해서 일본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의 모티브가 되었던 장소들을 찾는다고 할 정도(필자 또한 얼마 전 도쿄 여행을 하면서 성지순례 격으로 도쿄 신주쿠 일대를 다녀왔다).

그동안 어둡고 무겁게 흘러가던 전작들과 반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밝고 가볍게, 그리고 새드엔딩이 아닌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 방식으로 대중성 위주로 제작했다는 점이 이 영화의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양 : 이 작품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작화'다. 이번 작품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에 참여한 안도 마사시 작화 감독이 참여했다. 주로 가상의 세계를 그린 안도 마사시는 이 작품으로 일상과 환상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선보인다. 여기에 실사 영화만큼이나 세밀한 '화면 구성' 역시 일품이다. 혜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장면이나 도쿄의 신주쿠를 바라보는 시점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다.

 
그러나 이 작품이 주는 최고의 장점은 2011년 발생한 대지진을 경험한 일본인들에게 큰 위로를 준 것이다. 이 대목은 우리에게도 영향을 준다. 작품 중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미츠하의 말에 미츠하의 아버지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던진다. 1,000일이 흐른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나온 그 말이 아니던가. 한편, 영국 매체인 BBC는 2016년 최고의 영화 10선에 이 작품을 10위로 선정하며, 그 이유 중 하나로 "한 나라를 변화시킨 지진을 상기시켜줬다"고 보도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역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언제든지 재앙을 당할 수 있다. 도쿄 역시 이런 식으로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당신들은 '너의 이름은' 영화가 자신의 취향에 적합했었는가?
ㄴ 석 : 솔직하게 내 취향은 아니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오글거림' 때문만은 아니다. '너의 이름은' 영화 내내 한결같이 '무스비(結び)'만을 강조해 우연으로 너무 억지로 엮어내는 기분이었다. 말그대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만나야만 했던 운명이었다'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이 줄곧 개연성이 매우 약하다고 평가받아왔는데 이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도 그 문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의 몸이 뜬금없이 오랫동안 서로 바뀌었는데 그 괴상한 현실에 순응하고, 서로 바뀐 모습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은 그저 '쟤 오늘 왜 저러지?' 라는 황당한 모습으로 쳐다보기만 하고, 혜성충돌이라는 큰 사건을 타키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점, 시종일관 장황하게 설명하다가 정작 설명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이상하게 생략하는(미츠하가 아버지를 설득한 장면이나 그 짧은 시간에 혜성충돌을 피해 미츠하네 마을 사람들이 전부 대피했는지 등) 등 납득하기 다소 어려웠다. 영상미 하나로만 어필하려고 했다.

양 : '무스비'(結び, 잇는다)를 강조했기 때문에, 우연히 일어나는 장면이 매우 많다. '할머니'의 대사 중엔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모두 신의 영역이야. 우리가 만드는 매듭 끈도 신의 능력, 시간의 흐름을 형상화한 거란다"가 있다. 타키와 미츠하가 '무스비'로 연결된 셈인데, 그 때문인지 우연성이 강조된다. 영화를 만드는데는 썩 좋지 않은 구성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우연이 남발되면 극의 집중도나 완성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타키와 미츠하가 우연히 만나는 여러 차례의 장면은 뜬금 없어보인다.

   
 

영화 '너의 이름은'을 본 후, 감상평을 정리하자면?
석 : ★★☆ / 아이유가 부릅니다. '너의 의미'. "넌 대체 누구니?"
양 : ★★★★ / 컷 하나 하나가 정물화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자아 정체성 찾기 시리즈 결정판.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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