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대중 서사체로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양한 형태로 매체 전환되고 있다. 이는 웹툰 서사의 소구력이 웹툰의 독자에 한정되지 않으며, 매체의 경계를 뛰어넘어 동시대의 한국 대중에게 보편적으로 향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에서는 한국 웹툰이 서사를 구현하는 방식을 공간성 개념과 가능세계 이론을 통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웹툰 서사의 변별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로써 한국 웹툰이 대중서사로서 지니는 의미와 대안 담론으로서의 독자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웹툰의 서사 공간

 

책 속으로 

장편 연재 웹툰의 서사는 일견 로맨스, 액션, SF, 판타지 등 전통적인 출판만화의 장르 구분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술했듯 출판만화의 컷을 세로로 나열해서 인터넷에 업로드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세로로 나열’해서 ‘인터넷에 업로드’했다는 디지털 매체로서의 특성은 일상성과 공유성, 상호작용성(박인하, 2015)이라는 강력한 변별 자질을 웹툰에 부여한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말처럼 매체는 텍스트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미디어와 콘텐츠의 완전한 분리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매체적 특성은 텍스트에 영향을 주어 서사적 특성으로 발현된다. 형식과 내용이 통합된 서사체로서 웹툰의 서사 구조가 갖는 특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웹툰은 이야기다’ 중에서

마리로르 라이언(MarieᐨLaure Ryan) 역시 이런 관점을 따르고 있는데, 텍스트는 하나의 우주(textual universe)이기 때문에 서사에서의 사실(fact) 여부 역시 텍스트가 속한 가능 세계(possible world) 내에서 파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능세계론은 본래 철학과 윤리학을 중심으로 발전되어 온 형식 모델이나 라이언은 이를 적극적으로 서사학에 적용하고 있다. 라이언의 이론에서 우리가 태어난 현실 체계(system)이자 텍스트의 창작가가 위치한 세계인 ‘실제 세계(actual world)’와 ‘텍스트의 실제 세계(textual actual world)’는 명확히 구분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텍스트의 실제 세계’라 할지라도 ‘텍스트 우주’의 완전한 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우리 개인이 인지하는 현실 체계가 현실 우주의 전체와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볼 수 없듯 텍스트에 그려지는 세계상 또한 그러하다. 텍스트 우주 내에는 무수한 텍스트 세계들이 있으며, 그중 하나가 ‘실제(actual)’로 지정되어 독자에게 ‘텍스트의 실제 세계’로 인식된다. 

-‘허구 세계의 층위 ’ 중에서

성장 서사는 문학의 개념으로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된다. 한용환(2015)은 “유년기에서 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세계로 입문하는 한 인물이 겪는 내면적 갈등과 정신적 성장,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각성의 과정을 주로 담고 있는 작품”으로, 나병철(2007)은 “미성숙한 소년, 청년 주인공이 자아의 내적 성숙을 통해 사회적 공동체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작품”으로 각각 정의하고 있다. 한편 독일에서는 역사적으로 ‘빌둥스로만(Bildungsᐨroman)’을 중요한 서사 장르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주인공이 내면의 성숙 과정을 거쳐 조화로운 완성의 단계까지 이르는 소설로 ‘성장소설’로 번역된다. 빌둥스로만의 전통적인 주인공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완성해 간다.

-‘성장 서사 ’ 중에서

지은이 소개

양혜림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융합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웹툰 <세실자유경제고등학교>가 대원웹툰대상에 당선되며 스토리 작가로 데뷔한 후 만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연구와 창작 양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결혼해龍>(2016), 아멘티아(2015), <왕자님이 있다>(2014),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2학기(2014),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2011) 등의 기획 및 스토리를 맡아 연재했으며 이 중 <결혼해龍>은 중국과 대만에서, 아멘티아는 일본에서 동시 연재 및 출간되었다. 저서로 일본에서 출간된 なぜ学校でマンガを教えるのか(왜 학교에서 만화를 가르치는가)(공저, 2019)가 있으며, 연구 논문으로는 “브랜드웹툰의 서사 구조 연구”(2017), “연작 웹툰 2013 전설의 고향에 나타나는 상호텍스트성 연구”(201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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