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아빠 아빠 우리 아빠'로 데뷔한 이래 한국 만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구영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불청객 시리즈’라는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었고, 1980년대에는 이현세, 박봉성과 더불어 대본소 3대 작가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 측면에서도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그가 선보였던 무수히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는 대표작들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동시에 대본소 만화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된 작품이나 잡지나 대본소가 아닌 신문을 통해 발표된 희소성 있는 작품에 대해서도 다뤄 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다.

 만화웹툰작가평론선 - 고행선

 

고행석

1941년 전남 광양에서 태어나 여수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오랜 무명생활을 보내고 1981년 마흔한 살이란 늦은 나이에 '아빠 아빠 우리 아빠'로 데뷔했다. 1984년 발표한 '요절복통 불청객'으로 인기를 얻었다. 이후 ‘구영탄’을 내세운 ‘불청객 시리즈’는 고행석만의 브랜드가 되었다. '서울 불청객' '기공천하 불청객' 등 200권이 넘는 불청객 시리즈를 펴냈다. 2000년대에는 ‘구영탄’을 캐릭터로 한 또 다른 시리즈인 ‘악질 시리즈’를 발표했다. 잡지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면서 '전설의 야구왕'(1988), '아카루카의 불청객'(1988) 등과 같은 명작을 선보였고, '마법사의 아들 코리'(1991)는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책 속으로 

독보적인 눈의 형상만큼이나 그가 보여 준 행동과 철학 역시 동시대 만화 주인공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가령, 오혜성이나 최강타가 보여 준 행동의 원천은 누가 보더라도 간절함 그 자체였다. 그들은 꼭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각고의 노력을 통해 끝내 목표를 쟁취해 나갔다. 독자들 역시 거기에 감흥해 감동과 박수를 보냈던 것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구영탄은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그의 행동 역시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목표를 향해 내쳐 달리는 오혜성이나 최강타와 달리 그는 언제든 옆길로 샐 수 있었으며, 그래서 그의 행동들은 다른 이들에게 그야말로 ‘불청객’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구영탄’ 중에서

작품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기상천외한 발상이 눈에 띈다. 일단 ‘아카루카라는 외계 행성에서도 야구를 한다’, 그리고 ‘외계인들과 지구 대표팀이 야구 대결을 펼친다’는 설정이 그렇다. 지구 대표 야구 선수로 등장하는 구영탄에게 반한 아카루카 행성의 공주가 구영탄에게 청혼한다는 설정 또한 평범하지 않다. 우리가 기억하는  SF 장르 계열의 영화들이 떠올려 보면 거기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외계인과의 전투 혹은 외계 행성의 개척 등에 관한 내용을 주요하게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아카루카의 불청객'’ 중에서

그러니 이 작품을 접한 당대 많은 청소년 독자들은 비범한 능력이나 특별한 재능이 없는 구영탄의 모습으로부터 어쩌면 진한 동질감을 느꼈을 수 있었을 듯하다. 특별하지도 혹은 비범하지도 않은 구영탄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마침내 전교생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게 되는 모습은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위로와 공감 그리고 용기로 전이되었으리라. 그것은 또한 입시전쟁에 내몰리는 현실 속에서도 청소년들에게 우선시되는 가치는 여전히 친구 혹은 우정 등과 같은 단어들에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우상'’ 중에서

■ 지은이 소개

김성훈

만화콘텐츠 기획사 (주)재담미디어 부장이다. 연세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한겨레출판만화학교(기초반)와 한국 만화문화연구원을 수료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에서 “만화정책의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계간만화≫ 편집기자, 디지털 웹진 ≪비트≫ 편집위원 등을 거쳤으며, 만화비평모임 ‘엇지’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 만화비평의 쟁점(2014), 한국 만화 미디어믹스의 역사(2014), 한국의 만화가 1, 2(2010, 공저), 조선을 그린 이두호(2008, 공저), 한국 만화비평의 선구자들(2007), 만화 속 백수 이야기(2005), 북한 만화의 이해(2005,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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