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배우 성현아가 6년 만에 첫 연극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복귀작인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지난 15일 개막해 2017년 2월 5일까지 공연하는 작품으로 '사랑'이 제목에 들어간 무수히 많은 작품 중에도 눈에 띈다.

계약직 영어 교사였던 은주와 정교사 수학 교사인 동욱이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에 관한 호감을 느끼며 시작한 '사랑에 스치다'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잔잔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살짝 스친다.

성현아 배우는 그중 '은주' 역을 맡아 그녀의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연극 첫 도전이라고 밝힌 그녀는 무대 밖에서도 '은주'처럼 쾌활하고 재치 넘치며 소탈했다.

무척 오랜만의 복귀인데 영화에도 출연했다고 들었다.

ㄴ 김기덕 감독님 작품인데 잠깐 우정 출연이다. 북한 사람들 전향팀으로 나와 류승범 씨 설득하는 역으로 잠깐 나왔다. 기분전환으로 잠깐 찍고 가라고 하셔서(웃음).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ㄴ 최근에는 그냥 집에 있었다(웃음). 전혀 다른 활동 없었고 이번 연극이 시작이다.

연습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ㄴ 10월부터 대본 리딩과 엠티를 다녀오고 11월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연극에서 엠티나 시파티, 쫑파티를 하는 걸 이번에 알았다. 원래 시파티는 다 새벽까지 크게 한댔는데 배우들이 다음날 공연이 있어서 술을 안 마시니까 연출님이 이런 시파티는 없었다고 하시더라(웃음). 저는 연극 쪽이 완전 처음이라 신선했다. 엠티는 원주 쪽으로 갔는데 공기가 너무 좋더라. 그래서 술이 이상하게 안 취했는데 다른 분들은 다 취해서 저만 즐거웠다(웃음).

연습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지적 많이 받았다(웃음). 그리고 스스로 벽에 부딪힌 게 캐릭터는 30대 중반인데 배우들은 40대 초반이라서(웃음). 옆 페어는 반대로 나이가 어린 편이라 우리 페어가 중견 배우의 모습이 보이면 안 된다고 해서 압박감을 느꼈다. 하다 하다 힘들어서 연출님께 '왜 비슷한 나이 안 쓰고 저를 썼냐'고 항의도 하고(웃음). 그런데 그 이후로 그런 스트레스가 풀렸다. 캐릭터의 나이에 맞는 느낌을 살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저를 더 '업'시키라는 연출님의 의도였던 것 같다. 지금은 그런 게 싹 날아갔는데 그 당시엔 꽤 있었다. 연극은 바로 앞에서 보이니까 메이크업, 조명으로 커버될 수 없는 게 많으니까. 그런 점이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캐릭터 은주와 본인의 성격을 비교한다면.

ㄴ 비슷하게 한다. 연극에는 또 자기화 과정이란 게 있더라. 그래서 연습을 계속하다 무대 오를 무렵이 되면 캐릭터 분석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화 과정을 통해서 캐릭터와 나를 맞추는 과정이 있더라. 똑같은 신을 서너 번씩 연습하기도 하고, 하루에 한 씬만 연습한 적도 있다. 특히 술 취했을 때(웃음). 저는 술 취하면 목소리도 커지고 웃음도 커지는데 연출님이 술 취한 모습도 여러 가지가 있다며 그런 부분이 어느 정도 은주 캐릭터에 맞춰 선을 지켜야 했다. 또 어떤 부분은 제 모습대로 가기도 하고 그런 디테일을 필요로 하더라.

   
 

연극의 시스템을 체험한 과정이 됐다.

ㄴ 무척 재밌었다. 그리고 뭔가 동지애 같은 게 느껴지는구나. 케미가 왜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상대방의 그 날 컨디션에 따라 대사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에 애드립을 잘 못 하는 저도 애드립을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더라. 대사를 잘못 했을 때도 어떻게 돌릴지 임기응변도 필요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

동욱 역의 김지완 배우와 한 페어로 계속 공연하는지.

ㄴ 그렇게 됐다. 보통 더블이면 섞어서 가기도 하는데 나이에 맞춰서(웃음). 사실 오동욱 배우랑 저랑 나이 차가 별로 안 나는데 그렇게 갈라놓으셨다.

진득한 케미에서 느껴지는 재미도 있지만, 그런 생소한 데서 오는 재미도 있는데 아쉽다.

ㄴ 아쉽게 섞이진 않을 것 같다. 윤희는 섞이지만, 은주와 동욱은 한 세트다. (김지완 배우랑 정들겠다) 포근한 요람 같다. 연습에 늦으면 전화해서 어딘지 물어보고(웃음). 다른 팀과 연습할 땐 뭔가 편안함이 적기도 하다.

연극 '사랑에 스치다' 공연이 개막하고 1주일 정도 지났다. 소감이 궁금하다.

ㄴ 처음에는 그간 준비한 게 보이는 거니까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연극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관객이 바로 앞에 앉아 함께 호흡하고 웃어주고 공감하는 반응이 바로 느껴지는 점이 매력적이다.

소극장이라 더 그런 편이겠다.

ㄴ 막 앞에서 침 튀는 것도 다 보인다(웃음). 속으로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란다. 또 맨 앞자리는 관객이 보이니까 멍하니 하늘을 볼 때는 그 관객들 사이를 봐야 눈이 안 마주친다. 그런데 배우들이랑 이야기해보니 막공쯤 되면 오늘은 한 명만 쳐다보며 연기할 거라고 이야기한다더라.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지만, 막공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되겠다.

ㄴ 근데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 벌써 이번 달도 끝나간다.

공연이란 게 그런 것 같다. 매일 반복하는 일정을 살아야 하니까(웃음). 동욱의 시점에서 주로 극이 흐르지만, 은주의 역할 역시 그에 못지않다. 본인과 최영신 배우의 은주는 어떻게 다른지. 공연은 봤나.

ㄴ 물론이다. 첫공은 봐주는 게 예의라고 하더라. 우리는 '노련함'이라고 한다면 오동욱, 최영신 배우 페어는 발랄함과 풋풋함이 있다. 물론 동욱 배우가 워낙 노련한 연극배우긴 하다. 은주는 캐릭터가 약간 각자의 나이대만 소화할 수 있는 사소한 다른 면이 있다. 술 취해서 부르는 노래도 있고, 연기의 디테일도 달라서 제가 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두 페어의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영신 배우도 동욱 배우 못지않게 엄청 열심이다. 준비도 많이 했더라. 술병 따는 것도 막 팔을 비틀어 돌려 따는데 언제 연습해왔는지 그 나잇대의 젊은 감각이 느껴지더라(웃음). 저는 노련하게 술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웃음).

   
 

나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남자 배우와 달리 여자 배우는 40대가 되면 배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도 그런 면에 신경을 쓰는지.

ㄴ 저는 제 나이에 맞는 역을 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에선 배역과 차이가 조금 나니까(웃음). 은주 역도 몇 년 뒤면 사실 못할 수도 있다(웃음). 지환 오빠랑 함께하니까 가능은 하겠지만. 하지만 그만큼 좋은 배우들이 다양하게 활약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나쁘지만은 않다.

연극, 뮤지컬에선 특히 대부분의 여자 캐릭터가 폭이 좁다. 그런데도 연극에 도전한 계기가 무엇이고 앞으로도 연극 출연에 욕심이 있는지.

ㄴ 확실히 남자 배우들 위주로 공연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제겐 이 기회도 무척 좋게 주어졌다 생각한다. 제가 할 수 있는 배역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어떤 역을 맡더라도 특별히 그런 부분을 괘념친 않을 것 같다. 연극도 이번에 해보니 너무 재밌어서 앞으로도 계속 경험하고 싶다. 연극 '친정엄마'도 출연하고 싶다. 무척 오래된 연극이지 않나.

'사랑에 스치다'를 보면 코믹한 역도 어울릴 것 같더라. 그동안 도시적인 외모라서 그런 모습을 잘 못 보여준 것 같다.

ㄴ 매체 쪽에선 좀 그랬다. 전 코믹도 잘할 수 있는데 안 시켜주셔서 못 한 거다(웃음). 뭐든 다 잘할 수 있다 생각하고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술 취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웃음).

ㄴ 수십 번을 해서 나온 그림이다. 너무 진상처럼 하면 안 된다고 하셔서(웃음). 영신 배우는 좀 더 그렇게 가도 재밌을 수 있는데 저나 지환 오빠는 너무 키도 크고 해서 조금만 해도 동작이 너무 커 보이니까 오히려 자중하는 걸 연습했다. 우리가 조금만 해도 앞에 앉은 관객에겐 이만해 보인다고.

작품이 극적인 사건 구성이 있지 않아서 오히려 연기에서 극적인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했는데 반대의 답변이다.

ㄴ 이 공연을 매번 연출님이 업그레이드한다고 하셨다. 조금씩 대본 대사도 바뀌고. 처음 받은 대본이랑도 바뀌었다. 전화하는 장면도 술 취해서 친구에게 전화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냥 혼자 독백이었다. 술 취한 연기도 김치찌개 운운하는 대사도 있는데 여러 번 바꿔봤다. 영신 배우는 성대모사도 하고, 하면서 배우에게 맞는 걸 찾아갔다. 배우가 바뀌며 달라지는 게 무척 많더라. 연출님께서 말씀하시길 '은주가 다치지 않게 하며' 배우에게 캐릭터를 잡아간다더라. 저는 노래 부르는 것도 '당신은 모르실 거야'인데 영신 배우는 '울고 싶어라'다. 바닷가 씬에서의 동작도 좀 다르고 연출님과 상의하며 저희가 그런 부분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앞서 말한 독백도 '마음이 아파서 담아둘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말을 꺼내는 건데 이 부분이 은주의 마음을 보여주는 씬인데 너무 무거워 보이니까 다르게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하며 배우들에게 숙제를 내셨다. 그래서 정말 대본 쓰듯 써서 보내보고, 너무 드라마스럽다고 하셔서 '죄송합니다. 그냥 다시 써주세요' 하고(웃음). 음악도 바뀌었고 연습을 하며 점점 깎아 다듬었다. 지금도 보다가 연출님이 제안하셔서 조금씩 바뀌는 부분은 있지만, 큰 틀은 완성이 됐다.

계속해서 덜 극적이게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ㄴ 연출님이 늘 강조하시는 게 호흡을 빨리 가져가며 툭툭 던져야 한다고 하셨다. 큰 기승전결이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작품이 늘어지면 안 된다. 또 지금 제 성격보단 30% 정도는 띄워서 가야 한다. 그런 게 힘이 들더라. 영신 배우가 2회 공연을 하는데 옷을 벗다가도 가만히 넋 놓고, 메이크업을 지우다가도 넋 놓고 했다는데 저도 시파티 날이 2회 공연한 날이었다. 영신 배우가 절 보더니 자기랑 똑같다며 막 웃더라. 저도 영신 배우가 이해됐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웃음). 초 집중하게 하는 공연이다.

예쁜 대사가 많은 작품이다. 좋아하는 대사가 있다면.

ㄴ 포스터에 적힌 대사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이 약인 것 같아요'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뭔지 홍보팀이 물어보셔서 꼽은 대사다.

BGM 활용이 좋은 작품이다. 극 중 노래 중 기억에 남는 노래가 있다면.

ㄴ 가수 이문세의 '사랑 그렇게 보내네'다. 그 노래를 아마 오동욱 배우님이 추천했을 거다. 항상 감정 몰입되는 음악은 배우마다 정해진 것 같다. 연출님이 음악을 참 잘 쓰셨다. 원래 뮤지컬로 만들려고 하셨던 작품이라 배우들이 노래를 잘 못 불러도 마지막 장면에서 노래를 한다(웃음). 어떤 연극적인 한 부분인데 연출님이 막 저희를 협박하셨다. 음정 못 맞추면 배우들이 노래 너무 못 불러서 없앴다고 할 거라며(웃음).

그 마지막 노래 제목은 뭔가.

ㄴ 김광석의 '기다려줘'다.

   
 

작품이 마지막에 열린 결말로 끝난다. 성현아가 생각한 은주와 동욱의 결말은.

ㄴ 저는 동욱에게 감동한 느낌으로 마지막을 연기했다. 원래 이 작품이 연출님의 사연을 극화한 거라더라. 그런데 연출님은 비행기 공포증이 있으셔서 비행기를 못 탄다더라. 동욱이 연출님이라고 생각해 보면 이 남자는 어쨌든 비행기 공포증이 있는데도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까지 그 여자를 찾아간 거니까.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아마 동욱이 그렇게 한다면 은주도 마음을 열지 않았을까 싶다.

관객들이 연극 '사랑에 스치다'를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ㄴ 요즘 자극적인 것도 많은 세상인데 편안하게 좋은 음악을 한 곡 듣는 느낌으로 오셨으면 좋겠다. 또 저희 작품이 12세 관람가라서 가족 단위로 함께 오셔도 좋다(웃음). 중장년 층 관객도 많이 오셔서 부담이 적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 시간이 지나서 관계가 소원해진 부부나 연인들이 오시면 느끼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연출님 말씀이 전통적으로 남자 혼자서 오신 분들이 많다더라(웃음).

작품에 술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실제로도 술 좋아하는지.

ㄴ 어렸을 땐 잘 마셨지만, 지금은 즐겨 먹지 않는다. 술이 많이 약해져서 자신을 감당하기 어렵더라. 그래서 계속 안 먹다가 이번에 연극 시작하며 다시 조금 먹고 있다. 술 마시고 좀 풀어진 분위기 같은 건 좋아한다.

그럼 평소에 취미는 뭘 하는지.

ㄴ 미싱을 한다. 공방 다닌다. 옷, 가방 만들고. (기자: 어렵지 않은지) 에코백 같은 건 쉽다. 아기 옷도 만든다. 원래는 운동을 좋아하는데 아이 있고 난 후론 마땅한 취미를 못 찾다가 찾았다.

공연이 없는 휴일에는 뭘 하는지.

ㄴ 집안 일한다(웃음). 제가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성격이 안 된다. 오늘도 오전에 청소도 다 해놓고 할 일이 없어서 TV를 켰는데 어르신들이 왜 무료하다고 하시는지 알겠더라.

요새 '도깨비'가 인기던데.

ㄴ 아직 못 봤다. 재밌을 것 같더라. TV 틀면 매일 예고편 나온다.

그럼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안 보는지.

ㄴ 일본 드라마 좋아한다. 소재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또 제가 약간 암울한 것 좋아하는데 그런 점도 잘 맞는다.

지금 보는 중인 드라마가 있다면.

ㄴ 오구리 슌 나오는 '대상'이란 드라마 본다. 일본 특유의 암울함이 있는데 그런 것도 좋아하고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 드라마 스타일의 작품을 좋아한다.

   
 

최근에 본 공연이 있다면.

ㄴ 연출님이 잠깐 하신 다른 공연이 있는데 그거 보러 간 정도다. 앞으론 많이 보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좀 본 것 같은 데 지금은 보기 힘들다. 오후 8시면 아이 챙기고 집에서 밥해야 할 시간이라서(웃음).

배우들이 오히려 놓치는 게 많다.

ㄴ 맞다. 전 '응팔' 못 봤다고 주변에서 구박 받았었다(웃음). 봐주는 게 예의라면서(웃음).

이제 본격적인 배우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ㄴ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 좋겠다. 배우가 해야 할 일은 사실 연기가 중요하고. 인간적으론 좋은 분들과 관계 지속하며 별 탈 없이 잘 가고 싶다. 그게 살면서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매번 강조한다. 배우 생활 다시 시작했으니 일로서 큰 걸 바라지 않고 들어오는 일 있으면 잘 받아서 잔잔하게 가고 싶고, 주변 분들 행복하고 아픈 사람 없으면 좋겠다(웃음).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하시면 좋겠다.

배우 성현아를 만날 수 있는 연극 '사랑에 스치다'는 2017년 2월 5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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