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잡을 데 없는 연기, 주제와 감정을 잘 드러낸 넘버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탄탄한 스토리가 뷰포인트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팬레터' 포토존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지난 1편의 리뷰에서는 역사적 고증을 거친 '칠인회'와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뮤지컬에서는 등장인물과 그 배경외에도 다양한 구성요소가 있는 만큼, 이번 2편에서는 그 구성요소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음향

지난 11월 15일 진행된 공연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첫 넘버(노래)의 일부 소절이 잘 들리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앞자리였던 B열에서 관람했음에도 대사 전달시 일부 내용이 잘 들리지 않는 등 음향 문제가 있었다. 물론 극 후반부에 첫 넘버를 다시 들려주는 앵콜이 있어서 천만 다행이었지만, 만약 이 앵콜이 없었다면 끝나고도 첫 넘버의 내용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한편, 전체적인 음향을 부담스럽지 않게 조정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극 하이라이트 부분의 넘버인 '거짓말이 아니야'에서는 남녀 배우간의 음역차이로 인해 한쪽 배역의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음향시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두 배역간의 마이크 크기를 서로 다르게 조정한 시도도 볼 수 있었다.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팬레터' 무대

 

무대 및 소품

 

공연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명확하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특히 초반부에 극히 제한적인 정보를 통해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행동의 의미를 알아가는 부분이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굉장히 매력적인 무대 구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입부와 중반부에 펼쳐지는 여러 복선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지난시간에 소개한 '칠인회'이다. 칠인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은 김해진, 이윤, 이태준, 김수남, 김환태가 있는데, 여기에 세훈이 조수로써 일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여섯 명이 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극 중간 '히카루'의 정체가 드러나고, 실질적으로는 해진과 멀리서 편지를 주고받는 '히카루'를 포함한 '일곱 명'이 '칠인회'에 소속되게 된다는 점이 바로 복선 중 하나이다.

이처럼 의미를 모르고 보면 그냥 지나갈 수 있으나, 의미를 알고 보면 작가가 무대를 구성하는 사건이나 지명, 그리고 소품 등에 얼마나 신경썼는지 볼 수 있다. 이런 숨은 의미들을 찾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요소이다.

또한 극 중 화려하고 많은 소품을 활용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소품을 가지고 극을 진행하는데, 편지와 종이, 의자와 책상 등으로 많은 넘버들을 비롯해 등장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한 점이 인상깊다고 할 수 있다. 소품이 적은 만큼 등장인물의 감정과 상황이 주가 되며, 이는 탄탄하지만 여러 실마리들을 주고 있는 스토리와 함께 아름다운 무대를 구성한다.

한편 '그림자'를 활용한 스토리텔링도 인상깊었다. 창호지를 바른 것 같은 무대의 뒷부분에서는 그림자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펼쳐졌는데, 이는 마치 빛과 어둠처럼, 밑 단락에서 다룰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장치였다. 무대 중앙의 우측편에 있는 '거울' 또한 비슷한 용도로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무대의 완성도와 주제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었다. 

 

출처 : 문화뉴스, 뮤지컬 '팬레터' 커튼콜 중 단체인사

주제

무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이상과 현실'이다. 등장인물의 면면을 살펴봐도 자신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고뇌하는 태도를 보인다. 칠인회는 일관되게 '순수예술'을 추구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사상 검열과 탄압등에 대처해야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으며, 주인공 중 한명인 김해진은 문학이라는 자신의 사명과도 같은 길과 히카루라는 동료 속에서 고뇌하고 흔들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세훈 역시 그의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자 하는 욕망과 동시에 그의 건강과 안위를 생각하는 현실적인 모습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무대는 이러한 '이상과 현실'에 대한 많은 고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극의 마지막부분의 명대사인 "나의 봄을 이제는 보낸다..."라는 대사는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리뷰에서 다루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에는 '나의 뜻을 정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이상의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무언가를 봄에 심고 잘 가꾸어야 가을에 수확을 하듯, 문학의 부흥이라는 가을의 모습을 향해 고민을 끝내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김해진이라는 마음 속의 봄에 대한 이야기라는 정석적인 측면의 해석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고민하는 삶의 모습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고뇌, 그리고 아픔 등을 다룬 뮤지컬 '팬레터'는 비단 문학계의 일만이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하기로 마음먹었거나 하고 싶은 것을 결심하지 못한 우리의 모습도 볼 수 있고, 현실적인 상황에 침잠된 나머지 이상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이번 뮤지컬 팬레터를 통해, 우리들 안에 잠들어있던 '이상'을 깨워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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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나의 봄을... 이제는 보낸다' 뮤지컬 '팬레터' 리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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