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외 관계자의 템퍼링은 무기한 출전정지 타당, 폭행 및 폭언은?

출처 : 픽사베이, 정의의 여신상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피해자의 눈물이 증거입니다" 라는 말은 어떤 판결에 대해서 조롱하거나, 편향된 판결이 의심되는 경우 종종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말이다. 모든 판단은 공정한 증거와 조사 절차에 따라서 진행되어야 하며, 가능한 한 모든 정황과 증거를 수집해 판단해야 한다. 또한 불복절차 등을 통해 재심을 청구할 구제 절차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20일, 다소 의아한 소식이 발표되었다. '그리핀 사건 관련 LCK운영위원회 최종 조사 결과 발표'라는 이름으로 게제된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 LCK를 운영하는 주체인 라이엇코리아(이하 라코)의 팀 그리핀 관련 판결이 그것이다.

 

해당 게시글을 요약하면

1. 조규남 전 대표에 대해서 '무기한 출장 정지'(미성년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사유)

2. 김대호 전 감독에 대해서 '무기한 출장 정지'(일부 선수에 대한 폭행 및 폭언) 

3. 팀 그리핀은 '1억원의 벌금 및 재발시 시드권 박탈' (위 사항들를 방관하고 방치)

라고 판결을 내렸는데, 상당히 의아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출처 :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 처벌 규정인 'GPI',
선수 외 템퍼링 처벌 규정

우선, '대표'라는 직함에 대한 출장 정지이다. 판결에는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 주관하는 e스포츠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참가할 수 없음을 명확히 밝힙니다" 라는 말로 그럴듯한 단어를 선택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따져 본다면, 대표가 경기에 직접 나서서 출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가? 대표는 선수단에 대한 지원과 후원사 협약, 회사의 프런트와 이야기하는 등의 보조적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이다. 따라서 '출장 정지', '참가' 등의 단어는 굉장히 어색하다.

백번 양보해서, "조규남 전 대표가 소속된 회사, 팀은 무조건 출전자격을 제한할 것" 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다른 방법을 통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바로 '스폰서' 이다. 스폰서는 팀을 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며, 팀 외부 소속으로 선수들에 대해 지원하는 업무를 맡는다. 따라서 조규남 전 대표가 팀 소속이 아니라 스폰서 위치로 가서 "저는 팀의 업무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데요?, 저는 스폰서 사의 직원입니다" 라고 하면,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진다.

요약하면, 생각보다 큰 타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달라진 것은 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출장 정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국회위원도, 지역구 의원도 아닌 한 아주머니가 대한민국의 정책을 결정할 수 있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출처 :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 LCK 규정집 내 '폭행, 폭언' 문단

두 번째로는 김대호 전 감독에 대한 처벌이다. 짧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정식 규정이 없다. 있긴 한데 처벌 수위가 정해지지 않았다. 폭행과 폭언에 대한 처벌에 대한 GPI사항은 없었으며, 다만 게임 내 '폭언' 및 '심각한 폭언' 등의 사항만 존재했을 뿐이다. 게임 외적인 폭언과 폭행 등의 GPI는 없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코리아에서는 2016년의 GPI 이후 업데이트된 사항이 없는 관계로, 해당 규정으로 판단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

도의적으로 폭행과 폭언에 대한 처벌은 있어야 한다. 특히 '소드'선수의 인터뷰처럼, 특정 계층에 대한 차별발언과 비하발언이 병행된 이런 '악질'적인 발언은 정상적인 업무증진을 위한 과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래 된 친구들이 장난으로 이런 말을 주고받는 경우는 있어도, 업무 상에서는 조금 더 프로다운 모습이 필요했다고 본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건 '도의적' 차원의 문제이지, 규정이 있는게 아니다. 규정집 맨 하단 부분에서는 '규정에 오해가 있거나, 규정이 없는 경우 관계법령에 의거해 판단'한다고 적혀있다. 관계법령에서 폭행과 폭언은 무기징역, 혹은 '동종업계 진출 금지' 등에 해당하는가? 산업에 대한 기밀 유출 등으로 이와 비슷한 판례를 받은 경우는 있지만, 직장 내에서 폭행과 폭언을 했다고 업무적으로 배제되는 경우는 OO디스크의 사례 빼고는 보지 못했다. 그 사례 또한 전 직원에 대한 갑질과 폭행 폭언이 수 년간 지속된 결과에, 직접적인 증거영상과 녹취 등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하지만 김 전 감독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실제 폭행과 폭언의 대상자가 된 모 선수는 "저한테 그런 말을 하긴 했는데, 정말 진심이 아니라 장난스런 분위기로 했었어요"라고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한 선수들의 증언 외에는 다른 증거자료가 없다. 폭행이나 폭언을 당했고, 그게 기분이 나빴으면 환부에 대한 촬영, 녹취, 일지 기록 등 수많은 방법이 있었을 텐데 폭행당한 영상이나 녹취, 하다못해 '전치 X주'의 증거로 쓰는 폭행을 당한 사진도 없다.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도 간 걸까?

선수는, 때로는 가시돋힌 말도 들어야 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사람들의 결과가 어떠한가, 애플은 본인들 손으로 내쫒은 스티브잡스를 다시 데려와야만 했고, 중국의 '진시황'으로 유명한 진나라는 나라가 망하는 사건을 겪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그리핀 또한 한 회사 차원이 아닌, 전 국민의 응원을 받고 사랑을 받는 하나의 '대표'로써 그러한 점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폭언과 폭행이 정당화될 수 는 없지만, 판결의 기본은 '증거'와 '공정성'이다. 한 선수의 선수로서의 삶을 앗아갈 만 한 사건과 선수들의 경기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과정을 거친 폭언과 폭행은 차원이 다르다. 더군다나 '감독'과 '대표'의 출장정지는 격이 다르니 더욱 그렇다. 규정도 제대로 없는 '재량'에 의거한 판단의 결과는 과연 무엇인지 기대가 되는 2020시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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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집을 토대로 판단한' LCK 운영위원회의 그리핀 및 김대호 전 감독 처벌

선수 외 관계자의 템퍼링은 무기한 출전정지 타당, 폭행 및 폭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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