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리뷰] "서명하시겠습니까?" 악마의 달콤한 유혹같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 이솔 기자
  • 승인 2019.11.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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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소품, 그리고 주제는 거들 뿐... 배우들의 연기로 시작해서 연기로 끝나는 거절할 수 없는 화려하고 잔혹한 공연
출처 : 알앤디웍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포스터

[문화뉴스 MHN 이솔 기자] 모든 거래에는 줘야할 것과 받아야 할 것이 있다. 받을 것만 생각하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중요한 것을 잃을 수 있고, 줄 것만 생각하면 나에게 필요하고 값진 물건을 얻기 주저하기 마련이다.

 

등장인물, 전형적이다.

욕망에 사로잡혀 앞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 슐레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인공을 돕는 충실한 하인인 벤델, 그리고 주인공을 사랑하지만 그의 모습에 끝내 돌아서고 마는 연인 리나 등 삶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메세지는 명확한데, '욕망에 따른 인간이 어떻게 비춰지는지'를 슐레밀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돈을 나눠주는 등 선행을 베풀기도 했고, 단지 정당한 거래를 한 것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고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모습을 통해 욕망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단편적이지만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주제,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

위에 쓰인 그대로 '욕망'이다. 무대는 욕망 그 자체를 보여주는 무대와 사건으로 구성되는데, 단편적인 예시로 '토마스 융'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물질에 지배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끝없는 행복과 안락, 그리고 그 이상을 바라는 사람들의 모습은 화려하지만 하늘에 날리는 종이처럼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고 있었다.

또한 작중 중요시하게 표현되는 '그림자'를 통해 다른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추방하고, 마치 '악귀', '악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누구도 그림자가 왜 없어졌는지,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대체 뭐가 문제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들에게는 '자신들과 다름'이라는 사실 하나만 중요하다.

이러한 두 가지 주제를 통해 뮤지컬에서는 '인간'에 대한 부분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내가 만약 저러한 상황이라면? 그림자를 잃었거나, 그림자를 잃은 사람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욕망'은 나쁜것이라고 해석하는 일방적인 사고를 뒤틀기를 시도한다.

 

출처 : 알앤디웍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 장면

무대와 소품, 초현실적이지만 현실적인

무대와 소품은 LED 조명을 활용해 배경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거기에 조명을 통해 한 층 분위기를고조시킨다. 특히 슐레밀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비추는 한 줄기 빛은, 희망이라고 보이기 보다는 어둠 속에 홀로 남은 슐레밀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 처럼 보인다.

사실 극이 전개되는 시간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은 주목해서 다루지 않았는데, 뮤지컬에서는 그러한 것 보다는 주제와 인물, 그리고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을 선택했다. 따라서 무대 장치가 다소 난해하고, 직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그럼에도, 오히려 이러한 지리멸렬한 설명을 최소화함으로써 극의 진행속도를 높이고, R&D라는 장르를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배경과 상황 설명을 하느라 130분을 낭비하느니, 한 곡의 넘버와 아름다운 조명으로 이러한 부분을 채우겠다는 공연 기획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운드, 문제는 있다

사운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2명 이상이 넘버를 구성하는 경우 한쪽의 소리가 묻혔으며, 극 초반부에는 배경음악으로 인해 넘버가 묻히는 등 아쉬운 현상들이 발생했다. 극 중반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단체 넘버에서는 대사보다는 분위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해야 했으며 극 후반부에는 주인공인 두 인물이 대립되는 상황이었음에도 한 쪽의 이야기만 명확하게 들려서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솔로 파트와 대부분의 넘버는 괜찮았다. 솔로 파트에서는 압도적인 성량과 파워풀한 목소리로 음향장비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며, 단체 넘버의 대부분에서는 사실 말로 표현하는 내용보다는 분위기로 표현하는 내용들이 더욱 주효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기획력과 배우의 개인 능력으로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3D사운드도 인상깊었는데, 극 중-후반부 펼쳐지는 그레이맨의 넘버에서 마치 머릿속에 속삭이는 듯 한 그레이맨의 속삭이는 넘버는 고조되는 극 중 분위기를 그대로 관객의 머리 속에 펼쳐보였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큰 효과음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1막의 마지막 씬 등 중간중간 번개가 치는 듯 한 효과음이 너무 커서 공연 중간에 깜짝 놀랐다는 의견이 일부 있기 때문에 관람에 주의해야 한다.

출처 : 알앤디웍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 장면
출처 : 알앤디웍스,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공연 장면

연기, 무대라는 한계를 뛰어넘다

다른 무엇보다도, 연기 하나로 이 뮤지컬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비라는 물리적인 한계와 무대라는 공간적인 한계를 벗어나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모든 것을 전달하는 데는 그들의 연기면 충분했다. 때로는 흔들리며 방황하는 슐리밀을, 때로는 그런 슐레밀을 보고 자신의 사명감을 느끼는 그레이맨의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 자체가 예술이자, 음악이었다.

특히 슐레밀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비관하는 1막 후반부의 넘버를, 그레이맨은 슐레밀을 보며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2막 중-후반부의 넘버를 공연 최고의 넘버로 꼽을 수 있다. 대사는 90퍼센트 이상이 넘버로 전달되는 만큼, 이러한 넘버들에서 음향장치를 넘어선 배우들의 연기는 이 공연이 왜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종합적으로, 무대와 소품, 그리고 뒷맛이 남는 주제 등은 거들 뿐, 연기로 시작해 연기로 끝나는, 눈과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머리에 무언가 남는다는 느낌보다는 마치 불꽃놀이처럼 한 순간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그런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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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 리뷰] "서명하시겠습니까?" 악마의 달콤한 유혹같은 뮤지컬 그림자를 판 사나이 

무대와 소품, 그리고 주제는 거들 뿐... 배우들의 연기로 시작해서 연기로 끝나는 거절할 수 없는 화려하고 잔혹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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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솔 기자 |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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