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영'…배우 김태리의 첫 번째 '워맨스' 영화

[문화뉴스] 김태리의 새로운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64분이 온다.

제37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과 제25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17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연기자상 등을 받으며 영화 '아가씨'를 통해 충무로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배우 김태리의 첫 주연작품인 독립영화 '문영'이 12일 개봉을 앞두고 3일 오후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첫 모습을 드러냈다.

단편 영화 '너에게 가까이', '너는 거지란다'를 연출한 김소연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인 '문영'은 제41회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단편 초청, 제6회 서울 프라이드 영화제 코리아 프라이드 초청, 제21회 인디포럼 신작전-단편 초청된 작품으로 말없이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오직 캠코더만으로 세상을 담는 신비한 분위기의 18세 소녀 '문영'과 조금 전 남자친구와 결별한 28세 여자 '희수'가 만나며 벌어진 일을 다뤘다.

100% 핸드헬드 촬영과 문영이 촬영한 캠코더 화면으로 만들어진 영화의 비주얼은 불안하고 거칠지만, '문영과 '희수' 두 배우의 깊은 감정을 담아낸 구도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또 두 캐릭터가 함께하는 케미가 이야기를 무겁고 불편한 데서 그치지 않게 만들며 강한 흡인력을 보였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연출을 맡은 김소연 감독과 '희수' 역의 정현 배우가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시작됐다. 김소연 감독은 기자간담회의 첫머리에 "성장, 치유보단 그들의 이후가 궁금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영화 '문영' 하이라이트 캡쳐 ⓒKT&G 상상마당

처음 '문영' 이야기를 생각한 계기가 궁금하다.

ㄴ 김소연 감독: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고민했을 때 "거짓말하지 않고, 잘 아는 이야기를 쓰자" 라고 생각해서 만든 영화이다.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방식이 조금 치기 어린 '문영'에게 '희수'를 소개해 주고 싶었고, 둘이 만나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궁금해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이 영화를 통해 성장과 치유를 말하기보다는 영화가 끝났을 때 "그들은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

ㄴ 김소연 감독: '문영'역의 김태리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땐 소속사 없이 극단에서 활동하는 배우였다. 처음부터 이 배우를 염두에 둔 건 아니었고, 생각한 이미지와는 정반대였지만 그런 면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밌고, 신선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캐스팅하게 됐다. '희수'역의 정현 배우는 대학생 때 인연으로 알게 됐다. 스태프로 참여한 단편영화에서 허구적 캐릭터를 온몸을 내던지며 리얼하게 연기하는 것을 보고 이 배우와 함께하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으로 부탁했고 흔쾌히 승낙해 줬다.

최근 들어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많아지는 추세다. 여자 두 명을 주인공으로 한 이유와 기존 여성 영화와의 차별성은 무엇인지?

ㄴ 김소연 감독: 성별에 대해 처음부터 정해놓고 간 것은 아니다. 여자 두 명을 주인공으로 해 미묘한 관계의 이야기를 한다거나 그런 의도는 없었고 '문영'이 제가 잘 알고 있는 캐릭터듯 '희수' 역시 아는 언니의 캐릭터를 빌려왔다. 이 두 캐릭터가 만나서 생기는 교감과 정서가 남자보다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가 편하고 잘 아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여성으로 설정했다.

김태리 배우가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가 무엇인지?

ㄴ 김소연 감독: 처음에 떠올린 '문영'의 이미지는 조금 더 어둡고, 시크한 이미지였다. 김태리 배우는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먼 여성스럽고, 귀엽고, 잘 웃는 배우였다. 그런데 촬영을 해봐도 되냐며 카메라를 들이밀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전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더라. 눈길조차 안 주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캐릭터라고 해서 어두운 이미지의 배우가 하는 것보다 김태리 배우의 변신이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이 친구를 바꾸는 과정 역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작업하면서 느낀 점은?

ㄴ 김소연 감독: 김태리 배우는 이 당시까지만 해도 영화 경험이 많이 있지 않은 친구였는데 그런 게 전혀 상관없을 정도로 집중력도 좋고, 똑똑한 친구였다. 영화 준비 단계에서 대화를 많이 나눴고, 촬영 현장에서는 그걸 바탕으로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어 저 역시 많은 걸 배웠다.

'희수'가 가진 삶의 태도는 어떻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는지?

ㄴ 정현: 28살 '희수'에게 세상은 여러 면에서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여성으로서, 직업, 가족. 사랑, 특히 자아가. '희수'는 그런 마음을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극대화 시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사는 인물이다. 그러던 와중에 '문영'을 만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하고 싶지 않던 생각을 하면서 도망가고 싶었을 것 같다. 술도 더 많이 마셨을 거 같고(웃음). 그런 혼란스러운 '희수'의 상황을 연기할 때 오히려 연기로 생각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연기에 임했던 것 같다.

두 인물이 만나는 것을 통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ㄴ 김소연 감독: 사람이 만나는 거 자체가 사건이고, 그것부터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하지 않던 생각과 행동들을 하게 되는 과정을 일기처럼 담고 싶었다. 극 중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배경들을 다 보여주지 않아도 그들의 소통을 통해 짐작할 수 있고, 관객 스스로 "나도 유사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지. 나는 그때 그랬지. 이 친구들은 잘살고 있을까" 그런 것들이 궁금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정현 배우의 애드립이 많이 보인다. 원래 애드립을 많이 하는지?

ㄴ 정현: 작품마다 다르다. 내가 원하는 바와 감독님이 원하는 바에 합의점을 찾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영화는 다큐스럽고 리얼한 걸 원하셔서 혼자 많이 놀았던 것 같다. 현장 분위기가 밝지는 않았다(웃음). 그래서 혼자 엄청 까불고, '희수'에게 몰입해서 없는 말도 지어냈다. 저 때문에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시간이 길어져서.

ㄴ 김소연 감독 : 아니다. 오히려 내가 잠을 잘 못 재웠다(웃음).

ㄴ 정현 : 잠을 많이 못 자니까 더 웃는 분위기에서 했다.

   
 

김태리 배우와의 촬영 현장 에피소드는?

ㄴ 정현: (김)태리씨가 진지한 면도 있고, '문영'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어려운 인물이라 내가 좀 더 장난을 많이 쳤던 것 같다. 그런데 뜻밖에 장난도 잘 받아 줬다. 연기할 때는 힘든 거 없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문영'은 농아인이 아닌 농아인으로 설정되어 있다. 굳이 농아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ㄴ 김소연 감독 : '문영'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건 굉장한 치기라고 생각한다. 18살이 어리고 미성숙한 나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면서 하나쯤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고 그들 모두가 '문영' 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문영'을 설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상처받은 걸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는 말도 안 되는 방법을 통해 세상을 향해 두드리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예전부터 작은 상처를 예방하기 위해 더 큰 상처를 만드는 인물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살아가는 환경이 작은 상처라고 한다면 이것을 낫게 하기 위해서는 말을 해야 나아질 수 있는데 "난 괜찮아" 하면서 말을 하지 않는 게 더 큰 상처를 낸다는 걸 '문영'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기 때문에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치기 어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을 하지 않던 '문영'이 마지막에 말을 하게 되는 건 어떤 의미인가.

ㄴ 김소연 감독: '문영'이 '희수'를 만나 한마디라도 할 수 있게 된 건 이후의 삶이 밝던, 혹은 마찬가지이던 한마디를 했기에 지금보다는 조금 덜 치기 어리고, 혼자 상처를 감내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살아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었다.

   
 

독립영화에 있어서 1만 관객은 큰 숫자다. 1만 관객 공약이 있는가.

ㄴ 김소연 감독: 이 영화가 개봉하게 된 가장 큰 힘은 출연한 배우에 관한 관심과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1만 관객이 돌파한다면 모든 주연배우와 함께 GV 시간을 마련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 많이 도와달라(웃음).

ㄴ 정현: 어떻게든 태리씨를 모셔서 함께 영화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다.

[글] 문화뉴스 태유나 인턴기자 you@mhns.co.kr

[편집]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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