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눈을 뜨는 순간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기타 자신들의 SNS 계정을 로그인한다. 밤새 누가 '좋아요'나 '하트' 등을 눌렀는지, 혹은 내가 올린 게시물에 누가 댓글을 달았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밥을 먹거나, 출근해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와중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시야 밖에서 떼지 못하고 손에 붙들고 있어야 하는 중독에 빠졌다.

현대인들의 이런 패턴과 취향에 맞춰 현실 반영해서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 게임(VR)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지만, VR 중 대표적인 게임인 '포켓몬GO'만 하더라도 해외에서 지나가다 쉽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SNS에서 유명인 또는 연예인들 못지않은 인지도와 명성을 얻기 위해 일반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 심지어 자극적인 행동까지 보여가면서 시선을 끌고 그들의 관심을 통해 슈퍼스타가 된 듯 마냥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뜬구름을 잡으러 다니기도 한다. 이제 더는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SNS와 증강현실 게임, 그리고 스마트폰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팩트폭력을 가할 만한 신선한 영화가 한 편 등장했다. 이름에서부터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영화 '너브'가 주인공이다. '너브'가 우리에게 팩트폭력을 가한다고 말한 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현대인의 일상을 그대로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비너스'의 컴퓨터 사용하는 모습이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을 쥐고 있는 SNS 미션 수행사이트 '너브'는 가입 시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미션을 직접 수행하는 '플레이어(Player)', 그리고 그들의 미션 성공 여부를 배팅하고 도전과제를 던져주는 '왓쳐(Watcher)'다. 이 설정,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아프리카TV가 ‘너브’ 같은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BJ(방장)'이라 불리는 수만 명의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방에 들어오는 불특정 다수의 익명의 '왓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남들이 함부로 따라 하지 못하면서 자극적이거나 대담한(nerve) 행동을 생중계로 보여준다. BJ들의 퍼포먼스가 무르익어갈수록, 시청자들은 '별풍선', 혹은 '스티커' 등을 채팅창에 띄워 그들에게 좋은 구경을 했다는 의미의 보상을 한다.

만약 BJ들이 시청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경쟁자들에게 인지도나 명성 등이 뒤처지기 시작하면 극도의 불안감(nerve)에 시달리곤 한다(이는 '아프리카'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슷한 서비스인 '다음팟', '유튜브'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런 '너브'형 구조의 인기는 이미 전 세계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으며, 단지 인기와 명성을 위해 '플레이어'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앞만 보고 질주하고 있다. '너브'의 '플레이어'들도 누가 더 대담한 미션에 도전하는지 서로가 경쟁하여 '우승자'라는 최종관문까지 끝장을 보는 치킨런을 한다. '플레이어'들은 제각기 다양한 '너브(nerve)'를 영화 내내 보여준다.

물론 '플레이어'나, '왓쳐', 그 누구도 위험한 게임 중에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에 대해선 책임을 지거나 죄책감보다는, 방관한다. 영화 중반에 '시드니'가 위험천만한 미션을 받고 도전할 때, 주위 사람들의 모습이 단적인 예다. 그중에서 말리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왓쳐'들은 자기 일이 아니기에 쉽게 그녀를 향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자신들의 행동이 '방조죄', 나아가는 '교사죄'에 해당하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너브'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매우 공감되어 대부분 쉽게 일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와 증강현실 게임의 주요 사용계층, 혹은 SNS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영화로 비칠 수 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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