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2007년 '초속 5센티미터'를 시작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했던 신카이 마코토. '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에 이어 지난여름 일본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을 공개했다. 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1년 일본에서 벌어졌던 도호쿠 대지진이었다.

그렇다 보니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현실적이고 슬픈 연애 소설들과는 상반된, 긍정적이면서도 가벼운, 대중적이면서도 희망의 메시지가 담긴 애니메이션이 탄생한 것이다. 일본 현지에서 엄청난 파급력과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이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입소문이 났는지, 영화관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너의 이름은'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영상미다. 이전 작들의 전례를 따라가듯, 신카이 마코토가 그려낸 그림체들은 사진을 찍어놓은 듯 정밀묘사에 아름다움이란 색채를 더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그의 화풍이 가져다주는 여운에 헤어나오지 못한 이들은 실제로 영화의 모티브가 된 장소들(도쿄 신주쿠 일대, 기후 현 히다 시)을 성지 순례하러 여행하기도 하며,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너의 이름은'은 정말 좋은 영화라고 말해야 할지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작품들과 '너의 이름은.'을 비교한다면 전작들이 더 나았다고나 할까?

먼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타키'와 '미츠하' 두 사람은 '무스비(結び)'로 연결되었다." 식으로 우연성으로 엮어가려고만 했다. '타키'와 '미츠하'의 만남은 전부 '우연히' 일어났고 "그들은 운명이다"라는 정의로 끝맺음하려 했다.

후르츠맛 음료수를 맛보면 분명 맛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이게 맛인지 구별할 수 없듯이 이 영화도 그렇다. 여론과 홍보사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스튜디오 지브리'의 수장이자,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예로 들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관을 동화에 담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만, '너의 이름은'의 경우 사실적인 배경에 판타지를 담아내는 데 그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에서 항상 지적받던 개연성 부족이 이번에도 제기되었다. 예를 들면,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의 몸이 지속해서 바뀌는 현상을 겪었음에도 3년이라는 시간의 차이를 깨닫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미츠하'가 살고 있는 시골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분명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음이 분명한데 '타키'가 이 사건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게다가 작품 전반적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필요 이상으로 설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에 반해, 영화 속 결정적인 장면들('미츠하'가 어떻게 아버지를 설득했는지, 그 짧은 시간에 혜성충돌을 피해 마을 사람들 어떻게 전부 대피했는지 등)에 대해선 이상하게 생략해버렸다. 후에 발간된 만화나 소설을 찾아 읽지 않는 한 생략된 부분에 대해선 알 도리가 없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 또한 다소 불편하게 다가왔는데, '타키'가 '미츠하'로 몸이 바뀔 때마다 그녀의 가슴을 주물럭대지만 '미츠하'가 '타키'의 몸에 들어갈 때는 수줍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점, 후반부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도 '미츠하'의 여성성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을 보아, 신카이 마코토가 바라는 여성상이 다소곳한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야카지 하야오의 작품에서 등장한 여성들의 모습이나,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여주인공 '마코토'나 '늑대아이'의 '하나'와 대조한다면, 신카이 마코토의 틀에 박힌 여성캐릭터 묘사가 상당히 거슬렸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일부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를 이 정도 규모로 크게 끌고 와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게 아니냐, 혹은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이나 국내에 있었던 세월호 사건 등과 맞물려 영화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하는 게 아니냐고들 말한다. 미안하지만, 메시지와 작품성은 별개다.

담긴 메시지가 중요하더라도 모든 이들이 그 메시지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이를 보고 반발하는 이가 발생한다면 이는 전달 실패다. 만약 이 영화가 도호쿠 대지진이라는 특정 사건을 모티브 하지 않았다면,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 이렇게까지 큰 호응을 얻었을까? 신카이 마코토의 이번 작품에 꽤 과대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해볼 시점이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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