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구태환 연출, 박윤희, 황세원, 한윤춘, 조하영 배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연극에서 장면마다 음식을 먹고 어떨 때는 거북한 섹슈얼리티가 포함되어있다. 먹는 것과 성에 관한 행위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근원적 행위다."

 
극단 '수'의 구태환 연출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속 욕망을 보여준다. 2016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 작품 선정작인 '좋은 이웃'이 7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작품은 시골에 살며 문명을 접하지 못한 부부 '정기'(한윤춘)와 '경이'(조하영)가 문명을 떠나 시골 농가로 이사 온 예술가부부 '서진'(박윤희), '차련'(황세원)이 서로에게 문명의 대비를 느끼고, 그들의 욕망과 본능을 끌어내며 '이웃'의 진정한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룬다.
 
대부분의 작품이 시간 순서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 작품은 극 중 인물들의 내면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하게 시간의 역 진행 방식을 택한다. 시간이 역으로 흐르면서, 두 이웃 간의 숨겨진 비밀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이웃의 심리를 추적하며 긴장감 속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6일 오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구태환 연출과 배우들이 참석한 질의를 통해 작품을 살펴본다.
 
   
▲ 구태환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시간의 역 진행 방식과 파격적 무대를 선보였다. 어느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연출을 했는가? 
ㄴ 구태환 : 보통 극의 구성은 시간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이 작품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며 인물의 관계를 알아본다. 관객들도 원인을 알아가는 맛이 있을 것 같다. 특별히 주안점을 둔 것은 우리 일상의 의식적인 행동이나 언어 뒤에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연극에서 장면마다 음식을 먹고 어떨 때는 거북한 섹슈얼리티가 포함되어있다. 먹는 것과 성에 관한 행위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근원적 행위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 등 많은 행위를 하는데 그것들을 걷어내고 보면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몇 가지 행위가 있다. 먹는 것과 성에 관한 행위는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배우들과 탐구해가며 무의식의 세계를 펼쳐보려고 노력했다.

연극 '좋은 이웃'이 심리 추리극인 만큼 내면 연기가 힘들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거나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면?
ㄴ 박윤희 : 연기 처음 시작할 때쯤에 선생님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요즘 그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날 때마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두렵다. 또 이전에 했던 연기를 다시 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만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심리극이 어려웠다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이어서 어려웠고 굳이 하나를 찾아보면 내면적인 흐름보다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기 때문에 스킨십 장면들을 제대로 못 만들어냈다. 그래서 신체를 많이 쓰시는 선생님을 모셔서 도움을 받았다. 그런 것들이 부끄럽기도 하고 제일 어려웠던 부분이었다.
 
   
▲ 황세원 배우가 '차련'을 연기한다.
 
작품이 두 이웃의 문명 대비를 통한 원시적 본능을 다루고 있다. 극 중 문명인인 '차련'의 캐릭터를 받아들이기 위해 배우로서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ㄴ 황세원 : '차련'은 원시를 상징하는 부부와 달리 안에 감춰진 욕망이 있다. 원시적인 부부가 자유로운 표현을 한다면 문명이 상징하는 것은 감추고 숨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러 겹의 옷을 껴입고 있는 듯 내면과 외면이 다른 것이 배우로서 연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내면을 숨기고 있는 외면을 만들기 위해 걸음걸이부터 시선, 손끝 하나하나 디테일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했다. 

극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ㄴ 한윤춘 : 이 연극을 하며 새롭게 꽂힌 장면과 대사가 있다. 축사 장면에서 "비와, 비 와요. 지나가는 비는 잠시만 피해있으면 돼요"라는 대사다. 나는 이것이 무의식과 의식이 같이 공존하는 거라 느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행동은 다른 데 있고, 몸은 달리 움직이는, 이런 말과 행동이 다른 게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해소하지 못한 욕망에 대한 갈증 해소, 이해되는 돌발행동을 통해 무의식과 의식이 공존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축사 장면이 많이 공감되고 나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 '경이' 역의 조하영 배우가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ㄴ 조하영 : 연출, 배우분들과 같이 작업을 하면서 새롭게 의미를 규정한 단어나 표현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18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연극이 18금이다 보니 그런 대화나 분석이 많이 오고 갔다. 그때마다 그 사람을 음란하거나 야하다 얘기하지 않고 본능과 자연에 가까운 '맑은 사람'이라고 얘기했다. "너 참 맑은 얘기를 했구나." (웃음)
 
또, 연출님께서 한 여자가 남자를 탐하는 일상적 불륜이 아닌 '원시'를 상징하는 인물이 '문명'을 상징하는 인물을 존경하고, 갈망한다는 포괄적 개념을 갖고 연기하길 원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이지 않고 비일상적인, 중력적이지 않은 무중력의 상태로 연기를 지시했다. 태어나 무중력 연기는 처음 하는데 희한하게도 연습할 때 연출님이 "너무 중력적이야"라고 말하면 알아서 무중력으로 하게 되더라. 정말 인상 깊은 연습과정이었다. (웃음)

무대에 거울이 눈에 띈다. 거울이 일반적인 평면이 아닌 왜곡된 느낌이 드는데, 거울을 배치한 이유와 거울을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가?
ㄴ 구태환 : 무대를 정하고 만들 땐 당연히 내 생각과 의미가 들어가지만, 관객이 부여하는 의미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생각을 관객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우리는 거울을 보고 우리의 외면을 확인하지만, 이 거울은 내가 알 수 없는 나의 무의식, 내면도 비출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곡되어 보이는 거울의 모습은 늘 보던 모습이 아닌 모습을 비춰주고, 큰 규모의 거울이 무대를 비추면 객석의 위치마다 다른 것들이 보일 것이다. 나는 우리가 늘 보던 모습이 아닌 그 너머의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관객은 아마 의문을 가지며 거울의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각자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 돌아갈 거라 믿는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다 옳은 의미이지 않을까?
 
   
▲ 무대의 중앙 천장엔 커다란 거울이 있다. 거울에서 반사된 배우들과 구태환 연출의 모습.
 
[글] 문화뉴스 태유나·김수미 인턴기자 you@mhns.co.kr
[편집·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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