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거대한 나라 ‘몽골’.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거인이라 불리는 ’카자흐스탄‘
이 광활한 대평원 위엔 1억 마리 이상의 가축들이 살고 있다.
철 따라 전해오는 풀 향기를 쫓아 양들이 이동하고자연의 시간에 맞춰 삶을 이어가는 유목민들
그래서 이 넓고 고요한 대지 위에 발을 딛는 순간누구라도 사람이 아닌 산과 강과 구름을 먼저 사색하게 된다.
우리는 왜 바쁠까. 무엇이 우리를 고독하게 할까? 왜 우리는 늘 어디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그 질문을 갖고 40대 중반에 접어든 탐험가 남영호 씨가 몽골 대초원과 카자흐스탄의 평원을 찾아간다.

EBS 세계테마기행이 12월 첫주부터 5부작으로 카자흐스탄 기행을 떠난다. 탐험가 남영호가 안내하는 카자흐스탄 평원을 같이 가보자.

1부, 양들의 시간 – 12월 02일 오후 8시 50분

 이번 여행은 ‘몽골’ 대초원에서 시작한다. 몇 시간을 달려도 온통 지평선뿐인 아득한 땅. 그 광활한 대지 위로 하염없이 이어진 길. 그렇게 한나절을 꼬박 달린 여행자는 날이 저물녘에야 비로소 작은 게르 하나를 만난다. 갑자기 들이닥친 낯선 이방인을 멀리서 온 손님이라며 귀한 양고기 요리 ‘베스바르막’과 잠자리까지 흔쾌히 내주는 유목민 바얀 씨 가족. 비록 비좁고 추운 게르 안이지만 난로 하나에 의지해 밤 별 아래서 잠든다는 게 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의 묘미인가!

바얀 씨 가족의 삶이 궁금해진 여행자는 다음날, 이들과 함께 겨울용 땔감인 가축의 배설물 줍기와 가축 몰이에 나서기로 한다. 늘 쫓기듯 바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와 달리 자연의 시간표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멀리 있는 만년 설산 ‘참바가라브’를 어머니의 품처럼 여기는 이들을 바라보며 새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의미를 떠올려본다.

2부, 바람의 전설을 찾아서 – 12월 03일 오후 8시 50분

 몽골 대륙의 최서단에 있는 ‘바양울기’. 마치 달의 뒤편처럼 황량한 이곳엔 카자흐족이 살고 있다. 지금은 성냥갑처럼 블록집들이 즐비하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동북아 지역 2천 킬로미터를 달려온 알타이산맥과 너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카자흐족은 이곳을 무대로 지난 수천 년 동안 유목민의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카자흐족 선조들은 유목의 전통과 함께 또 하나의 소중한 전통을 후손에게 남겼다. 바로 매사냥이다. 날개 길이 2m가 넘는 몸집에 여우는 물론 늑대마저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날카로운 발톱. 그래서 매사냥은 전통적으로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올해 열여섯의 소녀 아일리가 매사냥꾼의 길을 걷고 있다. 여우와 늑대 털로 만든 두툼한 사냥복을 입고, 아버지와 함께 산에 오르는 아일리. 이윽고 평원을 내려다보던 아일리가 기다렸다는 듯 매를 날린다. 비호처럼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매. 과연 매는 아일리의 바람대로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3부, 유목민으로 산다는 것 – 12월 04일 오후 8시 50분

 동북아시아의 지붕이라 불리는 톈산산맥. 톈산산맥이 이고 있는 만년설은 품고 있던 물을 내보내 홉드강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홉드강'엔 해마다 먼 바다를 떠돌던 황어들이 찾아온다. 여행의 노독을 풀 겸 잠시 현지인들과 낚시 재미에 빠진 여행자. 비록 많은 물고기를 잡지 못했지만 두어 마리의 황어를 잡아 순박한 현지인들과 함께 구워 먹으며 아름다운 기억을 만든다.

움직일 때마다 만나는 새로운 풍경, 또 새로운 사람들. 평원을 내달리던 여행자는 사막에서 곤경에 처한 한 유목민 가족을 만나게 된다. 날이 추워지자 가을 숙영지로 가던 유목민 가족의 차가 사막 모래밭에 빠진 것. 천신만고 끝에 이들이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여행자는 이들과 함께 하룻밤 동행키로 한다.

다음날 찾아간 2,724km2의 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몽골 엘스’사막. 몇 년 전 칼라하리와 치와와주 사막을 횡단했던 여행자는 오랜만에 다시 사막을 마주한다. 사막 한가운데에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탐험의 설렘에 빠져드는 여행자. 자연의 세계에서 오롯이 혼자가 되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4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면 – 12월 05일 오후 8시 50분

 톈산산맥의 도시 ‘알마티’. ‘카인디 호수’는 이 도시의 푸른 보석이라 불린다. 특유의 코발트 빛 물색과 지진으로 인해 물에 잠긴 자작나무의 오묘한 자태. 이처럼 하늘을 이고 있는 톈산산맥은 자신의 품 곳곳에 수많은 비경을 감추고 있다. ‘사티마을’도 그중 하나. 아름다운 강과 무성하게 자란 과일나무, 그리고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들이 둘러싸고 있는 전원마을이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직접 블루베리로 만든 잼과 양고기 만두가 있는 식사를 초대받은 여행자는 러시아식 사우나인 ‘반야’에서 모처럼 여독을 풀어낸다.

모든 삶은 흔적을 남긴다고 했을까. 아직까지 한국에 한번도 소개된 적 없는 석회암 지대 ‘망기스타우’. 카자흐스탄 서부 끝에 자리한 이곳은 5백만 년 전, 바닷물이 빠지고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독특한 천연기념물과 색색의 퇴적층은 마치 다른 행성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75m 깊이의 거대 소금 호수 ‘카린쟈르크(karyn zharyk)’, 자연이 깎아낸 석회암 조각들이 진열된 ‘버즈라(boszhira)’. 이곳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불멍(불 보며 넋 놓기)을 하는 순간이 여행자에겐 생경하지만 행복하다.

카자흐스탄의 남부는 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 중, 1500년 카자흐의 오랜 역사와 이슬람문화를 간직한 도시 쉼켄트. 도시의 상징인 아흐메드 야사위 영묘는 카자흐스탄 최대의 건축 기념물이자 이슬람교도의 중요 순례지다. 여행자는 거대한 영묘와 주위를 돌며 기도하는 여성들 속에서 남은 여정의 안위를 기원한다.

서부 톈산산맥에 자리 잡은 ‘악수 자바글리(Aksu-Zhabagly)’. 이곳은 중앙아시아 최초의 자연보호 구역이자 UNESCO에 등재된 유산으로서 의미가 깊다. 보호 구역의 시작점인 ‘자바글리’마을에서는 ‘콕바르’ 경기 준비가 한창이다. 죽은 동물을 빼앗아 특정 장소에 던져 승패를 가르는 유목민의 전통 스포츠인 콕바르. 15kg이 거뜬히 넘는 양을 말 위에서 가까스로 잡아보니 유목민 후예들의 용맹함이 절로 느껴진다.

톈산산맥 아래에서 맞이한 상쾌한 아침. 산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선다. 말을 타고, 또 걷기를 반복한 지 한나절. 해발 2,500m의 산 중턱에 다다르자 가을에 물든 톈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풀 냄새 물씬 풍기는 산등성이에 텐트를 치는 여행자. 산속에 어둠이 내려앉자 협곡을 비추는 밤 별을 보며 여정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 기획: 김경은 CP

■ 방송일시: 12월 02일(월) - 12월 06일(금)

■ 연출: 양혜정 (미디어길)

■ 글/구성: 이용규

■ 촬영감독: 김용수

■ 큐레이터: 남영호 (탐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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