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하지만 익숙한…액션 설계가 돋보이는 영화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2013년 원신연 감독의 '용의자' 이후 오랜만에 북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개봉한다. 현빈과 유해진의 조합으로 화제가 된 '공조'는 도망친 북한 장교를 체포하기 위해 남한과 북한의 형사가 서울에서 공조수사를 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유해진이 아닌 현빈이 북한 형사라는 설정에서 '반전이다'라는 재미있는 의견들이 있었는데, 사실 북한 특수부대 출신의 캐릭터는 '멋지다'는 소리를 지겹게 들었을 배우들이 줄곧 맡아 온 배역이다. 앞서 언급한 '용의자'엔 공유가 있었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의형제'의 강동원이 있었다. '공조'의 캐스팅에 의아함을 느꼈다면, 유해진이 북한군을 더 잘 연기할 것 같은 편견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하지만 익숙한
13년 이후, 다시 찾아온 설정 및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지만, 아쉽게도 '공조'의 스토리엔 색다른 점이 크게 없다. 많은 예상 가능한 지점을 지나며, 관객이 기대하는 순간에 도착하는 이 영화는 '버디 무비' 형사물의 전개를 답습하고, 이미 우리가 봤던 북한 특수부대 관련 영화의 이야기를 통과한다. 대표적으로 '의형제'가 가장 많이 생각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익숙함이 아쉽지만은 않다. 의도된 익숙함이고, 김성훈 감독은 인터뷰에서 밝혔듯,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오락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 영화를 깊게 논의하는 게 가능할 수는 있지만, 대게 그 논의는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익숙한 이야기 안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변별점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보이고, 기대하게 되는 건 유해진의 캐릭터다. 형사라는 거칠고 묵직한 역이 유해진의 얼굴로 표현될 때, 가져올 흥미로운 순간을 기다리는 관개들이 많을 것 같다. TV에서 옆집에 있을 법한 '참바다씨'로 대중과의 벽을 없앤 유해진의 티켓 파워는 '럭키'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럭키'에서 절제되었던 유해진의 유머러스한 모습에 아쉬웠을 관객도 있을 텐데, '공조'에서는 많이 볼 수 있으니 기대하시라.
 
김주혁의 악역 변신도 새롭다. 그 역시 참바다씨처럼, 예능에 출연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혔는데, '공조'에서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잘 볼 수 없던 잔인하고, 비열한 북한 장교 '차기성'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인 윤아의 모습도 반갑다. 걸그룹으로써 이미지를 아껴왔던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푼수 역을 맡았는데, 그녀의 운동복 차림만큼 낯설고, 그만큼 즐거운 순간을 선물한다.
 
   
 
 
액션 설계가 돋보이는 영화
여러 매력이 있겠지만, 결국 '공조'는 '액션'에 많은 방점이 찍힌 영화다. 맨손 격투부터 시작해, 발로 뛰는 추격전, 수직 낙하, 카 체이싱, 총격전 등 다양한 종류의 액션이 준비되어 있다. 현빈은 특수부대 소속의 '림철영' 역을 맡아, 멋진 순간을 많이 만들어 낸다. 유해진이 직접 꼽았을 정도로, 줄을 타고 뛰어내리는 낙하 장면의 액션은 시원스럽고, 일품이다.
 
'공조'는 스크린의 가로, 세로 동선을 모두 적절히 활용한 액션 설계가 돋보이며, 다양한 구조물 및 소품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었다. 익숙한 이야기를 가졌지만, 배우의 연기 케미스트리와 액션 등의 볼거리가 주는 즐거움이 많은 '공조'. 연휴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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