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문화전시]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 ‘미디어 랩소디’ 展
  • 홍현주 기자
  • 승인 2019.12.0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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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미술가 : 백남준, 박현기, 육근병, 권순환 등 총 12명

▲ 포스터

[문화뉴스]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미디어 랩소디’ 展을 개최한다.

‘미디어 랩소디’ 展은 미디어를 예술과 접목한 다양한 방식의 작품과 텍스트로 미디어아트의 실천적 실험의 흐름과 비전을 조망한 기획전이다.

20세기 후반 동시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백남준, 그 맥을 이은 박현기 등 아날로그 미디어아트 작품의 회고적 소환과 권순환·김해민·육근병·육태진·김범·이용백·홍남기·박철호·최성록·선우훈 등 현재의 디지털 미디어아트 미술가 작품들을 교차해서 만날 수 있게 구성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디어 작품과 현재 활동 중인 미술가들의 작품들이 서로 다르게 수용하고 매개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는 메시지다. The Media is the Massage, 1967’에서 미디어가 인간의 촉각을 자극할 것이고 모든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에 전면적이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술했다.

그는 미디어가 단지 물리적인 것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창출해내는 ‘에너지의 소용돌이’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디어 자체가 메시지라는 그의 주장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디어의 발전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했으며 동시대 미술을 견인하고 있다.

백남준의 ‘TV 부처’를 [1974년 作] 전북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종교적 구도자이며 동양적 지혜의 상징인 부처가 대중매체인 TV를 하염없이 보고 있다. 화면 속 자신에 빠져든 나르시스적인 태도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바라보며 성찰한다’는 진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박현기는 백남준 이후 한국 비디오아트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만다라 시리즈’[1997년 作]는 서적에서 스캔한 여러 장의 만다라 이미지를 편집하고 수십 개의 포르노 영상을 배경으로 돌려 두 가지의 다른 이미지들을 교차시켜서 종교적 영역과 세속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권순환의 ‘Hobject-PaPhe Project’[2019년 作]는 소통단절의 시대상을 반영한 인간의 얼굴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아이 마스크를 씌워 홀로그램으로 만든 후, 투명한 유리 상자에 넣어 관객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얼굴이 보이다가 안 보이게 간극을 두었다. 한편으로 오브제의 그림자에 해당하는 모니터 속 영상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을 대변하고 있다.

홍남기의 ‘Memorial - Apocalyptic landscape’[2018년 作]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건들과 상징적 이미지를 콜라주 해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3D 프린터로 출력한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조금씩 발화되어 불타 재가 되거나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오브제를 담은 영상작업이다.

선우훈의 ‘Flat is the New Deep’[2018년 作], 그의 픽셀은 테크놀로지가 만든 소통방식의 대변혁을 가져온 장본인이기도 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유토피아적인 개인의 표상을 대변한다. 픽셀과 모니터 화면의 관계를 개인과 민주주의 사회의 관계로 맞대어 비교하고 있다.

김해민의 ‘TV 해머’[1992년 作]는 모니터 안의 영상과 실제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 지점, 즉 과거와 현재라는 시공간의 경계 지점이기도 한 브라운관 유리가 망치의 충격으로 인해 깨진 것처럼 보이는 비디오 설치 작품이다. TV 화면을 매개로 시지각의 경험이 지닌 실상과 허상, 실재와 가상, 현재와 과거의 접점을 미디어 매체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김범의 ‘라디오 모양의 다리미, 다리미 모양의 주전자, 주전자 모양의 라디오’[2002년 作]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개념미술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대표작이다. 사물의 질서에 대한 상식을 거스르면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오가는 작품 속 존재들을 보여주고 있다. 오브제와 실재의 관계를 통해 사물들이 본래 지닌 기존 관념들과 충돌시킨다. 기존의 질서를 혼돈으로 빠트리는 일련의 작업 과정에는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존재를 바라보도록 관객을 인도한다.

육근병의 ‘The sound of landscape+eye for field’[2018년 作]는 우주와 인간의 축소체인 ‘인간의 눈’을 통해, 삶과 죽음, 역사에 대한 사유를 보여주는 작업을 이어왔다. 굳이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세상을 직시하는‘인간의 눈’을 통한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육태진의 ‘회전’[2004년 作’은 소외된 현대인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민낯으로 보여주기 위해 계속해서 회전하는 화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결코 특별한 삶이 아닌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담담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미술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이용백의 ‘천사-군인, Angel soldier’[2012년 作] 시리즈는 비디오 영사, 오브제 설치, 사진 등 여러 가지 매체들로 제작한 시리즈 영상작품 중 하나이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가상의 공간에는 화려한 인조 꽃무늬로 위장한 군인이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면서 총을 든 채 앞으로 서서히 전진한다. 현실 세계와 가상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풍광을 대변하고 있다.

최성록의 ‘스크롤을 내리는 여정 Scroll Down Journey’[2015년 作]은 드론으로 촬영한 세상을 2D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영상작품이다. 화면 중앙에 작은 자동차가 나타나면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하늘을 나는 드론이 지상의 자동차를 촬영하는 시점으로 전개된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 위해 매일 디지털 지도 앱으로 끊임없이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현대인의 행위는 작품 속 어딘가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모습과 유사하다.

박철호의 ‘자살 돼지’[2017년 作]는‘키네틱·영상·그림자·오브제를 종합적으로 결합해서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인류는 태곳적부터 자신들의 생명을 연명하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들을 포획해 왔는데, 잡아먹히는 동물들의 감정 따윈 애초부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러한 인간의 사고방식은 살아있는 생명을 잡아먹는다는 죄의식마저 상실했다. 현대사회의 공장화된 먹거리, 유희적인 음식 방송과 동물의 권리 사이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 그리고 아이러니함을 위트와 재치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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