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6 '너브'

   
 

[문화뉴스] 연초부터 연이어 개봉하는 영화들 때문에 두 사람이 갑작스럽게 바빠졌고, 그래서 '연결고리'로 소개해야 할 영화들이 엄청 쌓이고 있다. 2017년 첫 번째 영화로 소개했던 '너의 이름은'에 이어 이번 영화는 12일에 개봉한 영화 '너브'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들려주는 '너브'는 어떠할까?

'너브'를 본 후, 두 사람 다 한동안 '멍 때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만큼 '너브'가 정신줄을 놓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영화인가? 당신의 감상평을 듣고 싶다.

ㄴ 양미르 기자(이하 양) : 이 영화를 온전히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선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먼저 '너브'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등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소통하는 현대인을 보여주는 것으로 출발하더니, 그다음에 나오는 플랫폼은 '아프리카 TV'나 '유튜브'와 같은 '개인방송'이다. 게임, 뷰티, 키즈, 요리(먹방) 등 자신만의 콘텐츠를 방송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식이다.

물론 '윤리적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통한다면야 누구한테 비판받을 일은 없지만, 이 '너브'는 자극적인 경쟁으로 일그러진 실시간 방송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방송하는 위치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속옷을 입고 건물을 뛰어다니거나, 눈을 감은 채로 시내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기도 하고, 심지어 사다리를 타고 고층 건물을 타기도 한다.

그저 사람들의 관심과 돈을 한 번에 받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TV'에서 물의가 되었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남성 BJ의 거리 헌팅, 속옷만 입고 방송한 여성 BJ가 떠오른다면 이 영화는 큰 공감을 받을 수 있다. '뉴미디어론' 수업을 들을 학생은 꼭 보고 가는 게 어떨까?

   
 

석재현 기자(이하 석) : '너브'를 보고 한동안 멍 때렸던 이유는,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삶을 너무나도 똑같이 담아냈기 때문이다. 잠에서 깨어나 눈 뜨면서부터 자신들의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만큼, 우리는 소셜 네트워크의 늪에 빠져있는 상태다. 영화 초반에 보여주는 '비너스'의 일상을 보면서 뜨끔했던 사람들 분명 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그녀가 컴퓨터를 활용하는 패턴들 하나하나에 나를 보는 것 같아 괜히 찔렸다.

'너브'라는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철창 안에서 둘 중 하나 쓰러질 때까지 치고받고 싸우는 격투기와 같다. '명성'과 '배팅금액', 그리고 '우승'을 위해 오로지 앞에 있는 상대보다 더 돋보이려 하는 동시에 그들을 누르고 올라가려는 '플레이어', 그리고 그들만의 싸움에 저마다 배팅을 걸어 누가 더 잘하나 구경하러 온 '왓쳐'.

만약 '너브'라는 울타리 안에서 난타전을 펼치던 '플레이어'들이 도중에 사고를 당한다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메시지도 담고 있었다. 감독인 헨리 유스트와 아리엘 슐만이 이전 작에서부터 계속 이 소셜 네트워크의 문제점을 줄곧 지적해왔던 게 이번에도 반영되었다.

두 사람 다 '너브'를 봤으니 물어보겠다. 당신들은 '플레이어'와 '왓쳐', 어느 쪽 성향에 가까운가?
ㄴ 양 : 솔직히 '왓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나는 안전한 '플레이어'가 될 것 같다. 아마 '유교 방송'을 한다면 내가 되지 않을까? 역시 '유교 방송'은 별풍선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프리카 TV'에 별풍선을 받은 게 한 300개 정도 있다. 환전하고 싶지만, 1,000개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아마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방송하지 않은 지도 한 3년이 흐른 것 같다. 이젠 '유튜브'의 '시네마피아'에서 '양기자의 씨네픽업'을 연재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으로 지켜봐 달라. 이거 은근한 광고 멘트인데, '킬' 당할까 봐 불안하다.

   
 

석 : 여기서 기-승-전-'시네마피아' 구독 홍보를 할 줄이야! 살짝 벗어난 주제로 다시 돌아가서, 나는 타고난 '플레이어' 체질인 것 같다. 내 이름 석 자를 내걸었던 플랫폼이 없을 뿐이지, 나는 사람들로부터 주목받거나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유병재 씨처럼 나도 '관심병'이 있다는 걸 20대에 접어들고 나서 깨달았다. 지금도 관심고프다.

'플레이어'에게 걸만한 돈도 없을뿐더러, 가만히 앉아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왓쳐'는 내 직성에 맞지 않는다.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자극적이고 위험한 수준까지 도달하고 싶지 않다. 적절한 수위를 유지해야 오랫동안 '플레이어'로 활동할 테니.

이쯤 되면 두 사람 다 '너브'를 감명 깊게(?) 본 것으로 알겠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봤을 때, "'너브'에 이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는가?
ㄴ 양 : '너브'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실수라면 실수인데, '플레이어'가 도전을 수락해서 성공할 경우 받는 금액이 짜다. 메인 포스터에 있는 사례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낯선 남자와 키스하기'가 1,000달러이고, '속옷 차림으로 도시를 활보하기'는 3,000달러다. 그런데 '블라인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질주하기'가 10,000달러이고, '사다리 타고 고층 건물 건너가기'는 20,000달러다.

사실상 '삐끗하면 죽기 딱 좋은' 미션들이나, '경범죄'가 될 미션의 액수 차이가 크지 않다. 이른바 관심이 필요한 '플레이어'들이 이런 '적은' 액수에 도전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 같았으면 이정도 밖에 안준다면 안전한 플레이만 추구할 것이다.

   
 

석 : 양 기자가 지적한 도전 액수가 너무 적다는 건 매우 공감한다. '블라인드 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질주하기'나 '사다리 타고 고층 건물 건너가기' 같은 고난도 미션은 솔직히 위험수당 포함해 아무리 적어도 50,000달러부터 부르고 시작해야 맞지 않을까?

'너브'의 또 다른 아쉬운 점이라고 하면 '너브'에 등장하는 두 친구 '비너스'와 '시드니'의 극단적인 관계전환이다. 홍경민의 '흔들린 우정' 가사로 가다가 '손에 손잡고 벽을 넘는' 마무리가 되었다. '너브'라는 매력적인 이성 때문에 친구 사이인 '비너스'와 '시드니'가 틀어지면서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처럼 하더니, 몇 시간도 안돼서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하루 만에 감정의 기복이 끝과 끝을 찍었다.

'너브'를 최종적으로 코멘트 남긴다면?
석 : ★★★★ / 도시의 아른거리는 불빛처럼, 덧없는 인지도와 명성.
양 : ★★★★ / 감독님 '좋아요'와 '하트'드려요. 아 '별풍선'과 '스티커'도 보내고 싶은데.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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