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소녀시대는 아이돌계에서도 넘사벽 뒤에 존재하는 그룹으로 분류된다. 2NE1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스타일링으로 세계의 아티스트들에게도 인정받는 그룹이다. 한류돌 슈퍼주니어는 슈퍼주니어 M으로 새로운 무대를 선보였고, 컴백한지 2주차에 접어든 포미닛은 상큼하게 오늘 뭐하냐고 묻는다. 귀도 즐겁지만 보는 눈도 즐겁다. 생각 없이 아이돌의 노래를 듣고, 아이돌의 무대를 본다. 한편의 즐거운 공연들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 가수들은 2분~4분의 시간 동안 놀라운 연기력으로 우리를 사로잡지만, 정작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은 없다. 그리고 우리를 위로해주는 아이돌은 없다. 그렇다고 목소리만으로 혹은 존재만으로 우리에게 위로가 되는 아이돌도 없다.

 

▶주목할만한 지난 주 이야기!!_ 세 명의 1위 후보: 이선희, 임창정, 박효신

그런데 대중들은 위로가 혹은 진심을 보고 듣고 싶었나 보다.  아이돌 일색이던 가요프로그램에 새로운 세력들이 등장했다. 물론 가요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무대는 여전히 아이돌들의 무대이다. 여전히 화려하다. 그런데 정작 가요프로그램 맨 마지막을 장식한 1위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4년 만에 조용히 야생화를 들고 나온 박효신의 차지였다. 그러나 주목할 이야기는 더 있다. MBC 음악중심의 1위 후보 이선희, 임창정, 박효신이다. 화려한 무대들 사이에서 임창정은 조용히 노래를 불렀고, 이선희, 박효신은 무대에 서지도 않았다. 그런데 1위 후보이다. 음원∙음반점수, 동영상점수, 시청자 점수 모두 높다. 1시간이 넘도록 화려한 아이돌 무대만 줄기차게 보았는데 정작 1위 후보는 내가 어릴 때 전성기를 보냈던 이제는 가요계의 대선배들인 가수들의 몫이었다.

신.기.했.다. 아 2014년인데 이런 일이 가능하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야생화에 빗대어 힘을 빼고 덤덤하게 불러낸 박효신,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행복하고 그와의 헤어짐을 어른스럽게 이야기해주는 소녀 같은 대선배가수 이선희, 평범한 일상처럼 흔한 노래라고 이야기해버려 이별을 더 슬프게 느끼게 하는 임창정. 이 세 명이 가요프로그램 1위 후보라니. 셋이 함께 1위 후보라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심지어 그 상황이 아이돌로 그득 채워진 가요프로그램에서 벌어지다니.  

   
 

▶새삼스러운 1위 후보가 새삼스럽게 반가운 이유

기.뻤.다. 진짜 대중들이 대중음악을 소비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부터 가요프로그램은 가수들의 의상 규제부터 시작해서 존폐까지도 논의되었다. 그 이유는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었다. 그리고 대중가요를 위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그 소비층이 청소년들에게 한정되어 있어 의미가 없다는 이유였다. 진짜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새 출발을 할 생각보다는 진짜 대중이 아니니까 폐지하겠다의 논리였다. 어린 시절에는 그런 어른들이 마냥 미워 보였고, 지금 와서 생각해도 그러한 논리는 썩 좋은 논리 같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가요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어른들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든다. 퀄리티가 있는 아이돌의 무대는 좀 덜하지만 번쩍거리는 조명과 화려한 의상, 의미 없어 보이는 노래 가사 등등을 보고 있자면, 그 무대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다. 심지어 그런 아이돌들은 무슨 생각으로 무대에 섰으며, 기획사는 무슨 생각으로 저 아이들을 무대에 세웠는가 그들의 가치관을 뜯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가요프로그램은 몇몇 가수의 무대를 제외하고는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조금은 거북스러울 때가 있다. 정말 우리 오빠, 우리 누나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전유믈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세 명의 1위 후보를 보니 단순히 내가 알던 가수,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귀환이라는 단순한 반가움 이상의 것이 있었다. 과거 가요프로그램을 전유물처럼 향유했던 청소년들이 자랐고, 성인이 된 청소년들은 이제 더는 가요프로그램을 소비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대중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자본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진심을 담은, 어른이 된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자신의 가치관을 반영할 수 있는 대중문화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가요프로그램의 1위 후보 사진에서 만난 박효신, 이선희, 임창정이 너무도 반가웠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 즉, 모든 대중들이 대중가요를 소비하고 있고, 그런 대중들의 의견이 왜곡 없이 반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가사가 아니라 우리가 공감할 수 있고, 우리가 경험 했던, 우리를 위로해 주는, 진심을 담은 노래들을 대중이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요프로그램에서 만난 새삼스러웠던 세 명의 1위 후보!! 이제 진짜 대중의 힘, 진짜 대중의 의견이 보이기 시작한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