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하느님의 나라' 출연진과 연출이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자료 조사로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고, 채팅방 제목에 눈이 들어왔다. '저는 40대 장애인 남성입니다. 저와 섹스하실 분, 1시간에 30만원.' 나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난 36년을 살면서 한번도 장애인이 섹스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당연히 하게 되는 섹스인데, 난 왜 한번 도 장애인이 섹스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을까? 나의 어마어마한 무지와 이 사회의 무관심이 너무나 충격적이다." - 노주현 프로듀서

 
18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 위로홀에서 열리는 연극 '하느님의 나라'는 얼핏 보면 '성극(聖劇)'의 이름 같아 보인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다른 내용이 펼쳐진다. 중중 장애인의 보금자리인 '항아리 공동생활 가정'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우리가 미디어에서 흔히 접하는 장애인의 삶에 눈물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들 역시 인간으로 공동체 안에서 웃고 울고, 질투하고 사랑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특유 삶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관객은 그들과 내가 다른 이가 아니며 나의 삶을 엿볼 수 있음을 알게 되고, 담담한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서일까? 이 작품은 흔히 말하는 '신파' 키워드는 찾아볼 수 없다. 으레 장애인을 내용으로 한 작품이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포장되는 것과는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다.
 
   
▲ 연극 '하느님의 나라'의 한 장면.
 
작품을 쓴 황대현 연출은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생각할 때 일그러지고 뒤틀린 모습은 외면하려고 한다"며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인지와 각오를 해야 한다. 거기에 맞춰 장애인 이야기를 소재로 잡았다"며 장애인의 이야기 중 '섹스'를 다룬 이유를 밝혔다.
 
한편, 18일 오후 개막을 앞두고 프레스콜이 대학로 위로홀에서 진행됐다. 질의응답 시간엔 황대현 작·연출, 노주현 프로듀서, '김원세' 역의 이도협, '장문우' 역의 권동렬, '김은혜' 역의 고혜란, '박인수' 역의 배준성, '박원락' 역의 강현식, '최덕원' 역의 박상욱, '황진성' 역의 성동한, 한상돈, '엄미숙' 역의 윤주희, '권동찬' 역의 신현일 배우가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황대현 연출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진짜 '하느님의 나라'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황대현 : 나도 잘 모르겠다. 갈등하고 질문을 던지는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화합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있나?
ㄴ 고혜란 : 화합의 방법이 뭘까 많이 생각해봤지만 이건 마치 남녀가 서로를 이해 못 하듯 장애인과 비장애인 역시 생각이 너무 다르므로 완벽한 하나로 화합되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도협 : 예전에 시각장애인인 분을 뵌 적이 있다. 거동이 불편해 보여 나도 모르게 붙잡아 드렸다. 그러니 손을 팍 치면서 화를 내더라. 처음엔 굳이 화낼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행동이 그들에겐 노이로제고, 사회 편견에 대한 분노가 잠재적으로 깔린 거라 느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자신을 동정의 시선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길 바라는 것 같다.

작품에도 등장하는 '장애 등급제 폐지'에 관한 연출자의 생각이 듣고 싶다.
ㄴ 황대현 : 장애 등급을 나누는 건 국가에선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겠단 의미지만 장애인 쪽에선 한우 등급 나누듯 자신들을 나누는 거로 생각한다. 인간적으로는 폐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장애 등급제를 폐지하면 지원이 주관적으로 이루어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예산이 무한하게 있는 게 아니라 어려운 문제이다. 결국, 돈 문제인 것 같다.
 
   
▲ 신현일 배우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캐릭터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ㄴ 신현일 : '동찬'은 처음엔 엄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최종 목표는 섹스고, 그걸 이루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에 무너진 이유는 '동찬'이 원했던 것과 본능에 대한 사랑은 달랐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빠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도협 : 극 중 '김원세'가 섹스가 하느님의 나라라고 한 것은 섹스의 의미가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의미가 아닌 인간의 교류를 말한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이 겪는 내밀한 고통 중 하나이다. 일반 사람들도 원하는 사랑을 다 이룰 수 없는데 하물며 장애인은 그런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지 않은가. 비장애인인 우리도 연애를 못 하면 외롭고, 괴로운데 장애인으로 62살까지 연애도 한 번 못 했다면 과연 그 기분이 어땠을까 생각하며 장애인들의 생각에 근접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많이 했다. 모든 걸 내밀하게 표현하진 못했어도 일부분이라도 표현됐기를 바란다.

장애인의 '성'이라는 소재로 연극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ㄴ 황대현 :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생각할 때 일그러지고 뒤틀린 모습은 외면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인지와 각오를 해야 한다. 거기에 맞춰 장애인 이야기를 소재로 잡았다.
 
   
▲ 이도협 배우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기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의 전환들이 있었는가?
ㄴ 권동렬 : 나는 연극 연습 도중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물어보니 목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각도에 장애 등급을 나눈다더라. 나도 병원에서 진단서를 때 동사무소에서 신청하면 장애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장애인이라는 용어도 없고, 모두가 평등하게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진정한 '하느님의 나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노주현 : 우리가 사회 혁명가는 아니다. 하지만 공연은 흘러가는 현대 사회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생각한다. 나는 장애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무조건 따뜻하고 아름답고 눈물짓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대본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수많은 연극공연 중 장애에 대한 소재는 찾기 힘들다. 불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눈감고 싶어 하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그래도 누군가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이런 겨자씨만 한 행동이 결국 좋은 열매를 맺지 않을까 기대한다.
 
[글·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정리] 문화뉴스 태유나 기자 you@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