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이름은.' OST 만든 래드웜프스 멤버 노다 요지로 내한 기자회견 열려

   
▲ 노다 요지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이 정도로 많은 관객이 올 것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도 많지 않았다.

 
약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일본영화 흥행 2위를 기록 중인 영화 '너의 이름은.' 이야기다. 역대 1위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약 301만 관객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말이 이제는 허언이 아닌 순간이다. 본지에서도 '너의 이름은.'의 리뷰와 분석 기사를 통해 흥행 이유를 짚어보기도 했다.

 
   
▲ 영화 '너의 이름은.'의 한 장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세계에서 작화 만큼이나 음악은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선택은 2001년 결성해 록, 재즈, 힙합, 전통음악까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기존 틀에 억매이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온 래드웜프스(RADWIMPS)였다. 래드웜프스는 1년 이상의 작업 끝에 4곡의 주제가인 '전전전세', '스파클', '꿈의 등불', '아무것도 아니야'와 배경음악 22곡을 완성했다.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시너지는 통했다. OST는 일본 발매 동시 오리콘 차트 1위, 6주 연속 음원 차트 TOP5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주요 음원 사이트 인기검색어, 인터파크, 알라딘, 교보문고 등에서 음악 종합 부문 주간 베스트 1위를 기록하며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다.
 
이런 흥행에 보답하고자 래드웜프스의 보컬을 맡은 노다 요지로가 한국에 왔다. 17일과 18일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팬들과 만난 노다 요지로는 18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있는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노다 요지로는 "한국에서 많은 분이 '너의 이름은.' 영화를 보신다는 소리를 듣고, 어제(17일) 급히 한국에 왔다"며 "한국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그에게 다양한 영화 음악 제작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노다 요지로가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다.
 
16일 제40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우수 감독상, 우수 각본상, 우수 음악상 수상이 결정됐다. (편집자 주 : 최우수상 결정은 3월 8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된다) 소감을 들려 달라.
ㄴ 수상 소식을 그저께 들었다. 2015년 '화장실의 피에타'에서 배우로 출연했을 때 신인연기상을 받았었다. 음악으로도 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 기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노다 요지로가 만든 영화 음악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작업하면서 감독과 어떤 교류가 있었나?
ㄴ 감독님과 1년 6개월 동안 함께 작업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번 영화 속에서 가사가 있는 곡이 4곡이 있는데 사실은 이 작품을 위해서 가사가 있는 곡을 10곡 정도 만들었다. 가사가 없는 극 중 음악도 어떤 한 부분을 10번 이상 수정하는 등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하며 음악을 많이 바꾸어 나갔다. 때로는 내가 음악적으로 양보를 못 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감독님이 양보를 해주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영화 음악을 매우 밀접하고 농밀한 작업을 이어갔다.

영화 OST 작업을 전반적으로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ㄴ 처음에는 감독님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애매하게 "음악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뒤에 두세 번 만남을 거듭했고, 감독님이 "사실은 영화 음악을 전반적으로 작업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마도 순서를 밟아 내 음악을 보면서, 제의한 것 같다.

'너의 이름은.' OST가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ㄴ 한국에서 이 정도 반응이 있는 것에 대해 많이 놀라고 있다.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도 사실 그 정도의 반응이 날것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이 작품이 좋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기보다 가늘고 길게 오래가는 작품이 될 거로 생각했다.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사실 우리가 상상 못 했던 굉장한 힘을 가진 영화 같다.
 
   
▲ 밴드 '래드웜프스'
나로서는 첫 OST 작업이었다. 그래서 1년 6개월 동안 그 어떤 제한도 두지 말고 일단 작업을 하자는 마음으로 계속했고, 그러한 마음들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으며 잘해냈다는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내한 공연을 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일정이 잡혔나?
ㄴ 영화 음악으로 래드웜프스의 음악을 소개했지만, 빨리 라이브로 직접 연주를 해서 퍼포먼스와 함께 한국의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보통 애니메이션의 서정적인 느낌과 달리 영화 '너의 이름은.'의 OST는 J팝과 같은 신나는 음악이라고 느꼈다. 감독의 의견인가 아니면 본인의 의견인가?
ㄴ 감독님의 의지가 매우 강했다. 영화라는 포맷 속에서 가사가 있는 곡이 극 중에 4곡이나 들어간다는 것에 나 또한 위화감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음악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들어 감독에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라고 의견을 말한 적도 있다. 또한, 음악에 대해서 감독님이 나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감독님은 나에게 "영화 씬 속에서 장면으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을 음악이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지금까지 없었던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으며 음악도 굉장히 개성 넘치는 곡을 써달라고 했다. 때로는 가사가 많이 들어가게 하고 때로는 가사를 빼라고 했다. 감독님은 지금까지 없었던 영화와 음악을 만들려고 했고, 그러한 감독님의 영화를 보는 눈이나 발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좋았다.
 
OST 작업이 래드웜프스의 새 앨범과 비슷하게 방대한 분량이다. OST 작업을 하며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해달라.
ㄴ 전체적으로 즐거운 작업이었다. 그동안 음악을 할 때 내 판단을 최종으로 음악을 완성했는데 이번 OST 작업은 처음으로 제삼자의 판단을 통해서 음악이 완성되는 과정이 있었다. 감독님이 오케이를 해야만 음악이 완성되는 작업은 새로운 작업이었다. 때로는 나는 "이게 좋은데 왜 안 되지?"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었고, 반면에 내가 알지 못했던 내 내면의 것들이 표현되기도 했었다.
 
또한, '이 정도까지 표현해도 되는구나'라고 발견한 적도 있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만들려고 할 때 내가 몰랐던 부분이 발휘된다는 것을 알았고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큰 동기가 되었다. 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매우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 노다 요지로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일본 밴드가 한국 음원 차트에 올라온 게 굉장히 드문 상황이다. 이 일을 계기로 한일 간의 교류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ㄴ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문화교류가 더 좋아진다면 나도 기쁠 것 같다. 나에게 있어 한국은 매우 특별한 나라이고 한국에 있는 특별한 친구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한국에 라이브 공연을 왔을 때 한국분들의 반응이 특별히 남달랐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한국과 일본은 무언가 특별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계기로 일본의 음악이나 문화에 대해서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고 우리도 마찬가지로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OST의 가사는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ㄴ 내가 곡을 만들어 나가는 1년 6개월 동안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완성된 실제 영화를 보지 못한 채 작업을 했다. 그래서 이 곡을 쓰고, 가사를 쓸 때는 감독님이 그려준 러프한 스케치를 기본으로 작업했으며 그 스케치들은 이 영화의 중요한 요소들을 그린 스케치였다. 러프한 스케치에서 하늘의 색이나 인물의 표정을 전혀 알 순 없었으나 몇십번 각본을 읽으며 미츠하와 타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면서 작업했다. 단순히 주인공들의 감정을 가사로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어서 내 안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가사와 음악을 만들어 나갔다.

영화 음악을 앞으로도 할 계획이 있는지?
ㄴ "그렇다"고 답을 하긴 어렵다. 시간적으로나 여러 가지로나 그렇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님의 작품을 또다시 하겠느냐?"는 제안이 온다면 하고 싶다고 할 것이다. 다만, 내가 직접 노래하기보다는 연주곡이나 배경 음악을 메인으로 하고 싶다. 이번처럼 내 목소리가 영화에서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매번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노다 요지로가 뽑은 '너의 이름은.' 최고의 장면.
 
처음 음악 작업을 하며 생각했을 때랑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한 것이 달랐을 것 같다. 어떤 느낌이었나?
ㄴ 처음에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충격이었다. 왜냐면 감독이 그려준 스케치만 보았을 때 하늘 같은 부분이 그저 하얀 종이였기 때문이다. 채워진 영상을 보았을 때 이렇게 아름다운 영상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각본을 읽어 스토리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었으나 영화로 봤을 때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되었고, 엄청난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또한, 보기 전에는 영상에 음악이 입혀졌을 때 영상과 음악이 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역시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해서 그런지 완성된 영화에 음악과 영상이 괴리감이 없었다. 단지, 영화 속의 내 목소리가 크게 나와 부끄러웠다. (웃음) 영화를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우리가 일심동체가 되어 영화를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으로, 이는 매우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장면은 무엇인지 들려달라.
ㄴ '타키'가 '미츠하'의 몸에 들어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슴을 만지며 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아마도 많은 남성의 염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 장면 직접적인 반응을 노리며 나온 장면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매번 미소가 나온다. 그리고 과연 가슴만 만져보고 끝이 났느냐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내용과 '전전전세'의 가사 내용이 다른 이유는?
ㄴ '전전전세'는 가사의 내용이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가사에 써 영화 속 음악을 표현한다면 100이면 100만큼만 표현할 수가 있다. 음악으로 세계를 부풀리는 등의 것들을 전혀 할 수 없으므로, 나는 이 영화의 내용으로 내가 느낀 감정과 그 감정의 움직임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미츠하'와 '타키'의 이야기와 직접적인 내용이 같지는 않지만,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받은 감정 중 가장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전전전세'의 가사로 표현했다. 또한, 이 가사의 내용 중 나에게 가장 와 닿을 수 부분이 어떠한 이야기인지 생각하며 가사를 써내려갔다. 내용은 다르지만, 이 영화의 영상과 내 가사가 콘티의 흐름상으론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이 곡을 만들어 감독님에게 들려줬을 때 감독님이 매우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하여 이 곡을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한국의 인디밴드 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지?
ㄴ 일본에서 유행하거나 인기 있는 분들은 들어서 아는데, 인디밴드는 잘 모른다.

좋아하는 한국영화작품이 있는지 궁금하다.
ㄴ 굉장히 충격을 받으면서 며칠 동안이나 나를 붙드는 것 같은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양익준 감독님이 주연했던 '똥파리'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으며 좋아한다. 양익준 감독님은 그 뒤로도 인연이 있어 일본에 올 때 집에서 만나기도 한다. 어제도 문자를 주고받았고 지금도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다.

본 영화 중에 인상 깊었던 영화 음악이 있는가?
ㄴ 솔직히 나는 영화를 볼 때 영화 음악에 의식하지 않았다. 근데 근래 2년간 '너의 이름은.'을 작업하면서 영화를 볼 때 음악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작업하며 영화를 보는 시점이 달라졌다. 사실 그 이전까지는 인식을 잘하지 않았기에 영화 음악에 대해 꼭 집어 말씀드리기 어렵다.

'너의 이름은.' 음악을 맡으면서 뮤지션 노다 요지로 삶의 변화가 있나?
ㄴ 실제로 영화 음악을 하며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하고 있다. 래드웜프스는 사실 메이저에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만 하며 십몇 년을 계속 활동해왔다. 거의 매스컴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일본에서도 매우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음악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세상의 한복판에 나오게 되면서 뮤지션으로서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꼭 이때까지 해온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여러 가지로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화장실의 피에타'에 출연한 노다 요지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화장실의 피에타'에서 주연을 맡았었다. 배우로서 노다 요지로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가?
ㄴ '화장실의 피에타'에 출연했던 직후로 밴드와 음악 활동을 해 그 뒤로는 배우 활동에 대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요새 조금씩 출연제안도 들어오고 있어 만약 시간과 타이밍이 맞는다면 활동하고 싶다. 이 모든 일은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시작이 된다. 영화 '너의 이름은.'도 아주 조그마한 방에서 시작된 이야기였고, 이렇게까지 확장되었다. 어떤 사람이 만든 것이 재미있고, 그 사람에게 신뢰가 가며 우리가 뭔가 함께 한다면 아주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곳에 뛰어들어서 하고 싶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데, 감독에게 래드웜프스 다음 앨범 뮤직비디오 작업을 제안해볼 생각이 있는가?
ㄴ 한번 뮤직비디오 건에 관해 감독에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근데 감독님의 작품은 몇 초의 영상을 위해서 몇십장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서는 좀 시간적으로나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직비디오 말고 함께할 수 있는 작업이 있다면 같이 해봤으면 한다. 

[글·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정리] 문화뉴스 권내영 인턴기자 leon@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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