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인도. 2016년 기준으로 13억 명이라는 방대한 인구가 사는 이 나라에 따라붙는 또 하나의 타이틀, "매년 10만 명의 어린이가 실종되는 나라".

인도의 기차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붐비지만, 갈 곳을 잃은 수많은 아이들이 방황하는 모습도 적잖게 발견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자신들보다 몸집이 훨씬 큰 낯선 어른들의 손에 끌려가 인신매매·앵벌이·매춘 등에 이용된다. 영화 '라이언'은 인도 사회 내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사실로부터 탄생하게 되었다.

인도 칸드와 가네샤 탈라이에 사는 5살 꼬마 '사루', 그는 형 '꾸뚜'를 따라 나와 낯선 기차역에서 홀로 잠들었다가 집을 잃어버렸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루는 집으로부터 1,500km 이상 떨어진 캘커타까지 떠밀려왔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남은 5살 아이의 눈에서 바라본 캘커타는 무법천지였다. 자신이 알아듣지 못하는 벵골어로 말하는 낯선 사람들,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 자신 또래의 아이들이 아닌 밤중에 어른들에게 납치되어가는 광경은 '사루'에게는 무서움 그 자체였다.

다행스럽게도, '사루'는 운이 좋았다. 착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사루'는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7,600km 떨어진 호주 태즈매니아에 사는 '브리얼리 부부'에게 입양된다. 좋은 가정환경 속에서 20여 년간 올바르게 자라던 '사루', 잊은 줄만 알았던 인도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그의 내적 갈등은 시작되었다.

잃어버린 줄로만 아는 자신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찾고 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잠을 편히 잘 수 없었고, 옛 가족을 찾으러 떠나려고 하자니 자신을 그동안 키워준 현재의 부모를 배신하는 것 같아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 고민 속에서도 '사루'는 '구글어스'를 통해 이미 희미해진 7,600km 멀리 떨어져 있는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사루'의 끊임없는 내적 갈등을 보면서, 백지상태가 아닌 과거의 기억을 일부 간직한 채 다른 가정으로 입양된 사람들도 '세월이 지나 지금 찾아가도 그대로 있을까?', '날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을까?' '내가 옛 가족을 찾으러 가면 부모님은 싫어하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가깝게 한국만 하더라도, 과거 어려웠던 시절에 미국이나 유럽 등지로 입양되던 세대들이 '사루'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더군다나 대부분 '구글어스'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 세대들이었기에, '사루'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관객들이 '사루'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건, '슬럼독 밀리어네어', '뉴스룸', '채피'를 거치면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데브 타펠의 섬세하고 깊이 있는 감정 연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사루'의 그리움을 극대화 시켜주는 데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5살 사루' 역을 맡은 써니 파와르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한 맑은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형에게 '젤라비'를 사달라고 조르는 귀여운 동생의 모습과 동시에 홀로 떨어져 낯설고 무서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처절함을 보여주면서 우리를 영화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라이언'이 데뷔작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로 대단한 연기재능이다. 써니 파와르가 있었기에, 사루 브리얼리의 감동 드라마가 완성되었다.

영화 말미에, "이 영화가 인도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자막이 등장한다. 그들뿐만 아니다. 전 세계 널리 퍼져있는 또 다른 '사루'들에게 '라이언'은 그들에게 '구글어스' 같은 어디든 찾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줄 것이니까.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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