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단 하나의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일상의 결'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18일 문화뉴스에서는 음악 앞에서 자신 만의 확고한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있는 단단한 음악인, '구름'을 만났다.

   
 

그동안 톡톡 튀는 노래부터 감성 짖은 노래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을 발표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던 그룹 '치즈(Cheeze)'. '치즈'의 멤버였던 '구름'은 전반적인 프로듀싱과 건반 연주, 노래 등을 맡았었다. 18일 '구름'은 그룹 '치즈'에서 탈퇴할 것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싱글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한편 구름은 2011년 한국 대중음악상 신인상, 헬로루키 대상, 미국 SWSX 등 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던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을 통해 데뷔했다. 이후 그룹 치즈(Cheeze)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백예린의 '우주를 건너', 'Bye Bye My Blue'(바이바이 마이 블루)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문화뉴스에서는 뮤지션 '구름'을 만나 치즈 탈퇴의 속사정부터 시작해 그의 음악 세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싱글 발매가 '더 나은 사람' -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 '내가 모르게' 순서로 진행 됐다. 곡을 순서대로 듣고 있자면 점점 더 낮은 온도를 느끼게 된다. 본인이 생각할 때는 어떤 것 같나. 그런 느낌을 주려고 한 건가

ㄴ사실 발매 순서에 대단한 짜임 같은 건 없다. 만들어진 곡이 있는 상태에서 하나씩 낸다. 계절감은 있지만 일부러 맞추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곡을 쓴 시간 순으로 하려고 했었다. 계절감이 있는 노래들이기는 하다.

싱글 작업은 어떻게 하는 편인지? 곡 제작하시는 데 있어서 속도감이나 작업과정 같은 것들이 궁금하다.

ㄴ작업 속도는 빠른 편이다. 시작한 일을 안 끝내면 잘 못 잔다. 당일에 끝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틀린 게 나와도 듣기에 괜찮거나, 이 부분 때문에 전체 곡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냥 둘 때도 있다.

그런데 팀 활동 같은 경우는, 음악 제작하는 스텝이 여러 명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적으로 디테일 해야 할 때가 있고, 너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만든 곡이 제작진 마음에 딱 안들 때도 있고, 남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문제에 내가 신경 쓸 때도 있다.

대외적으로 상업적인 성과가 필요한 곡을 만들어야 할 때는 의식을 하는 편인데, 싱글 작업 할 때는 그런 의식이 전혀 없다.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생각 없이 한다. 사람이 편지를 쓸 때는 같은 개념을 어떻게 하면 전달력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나. 반면에 일기는 감정을 쌓아 놓는 공간이다. 후자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다 써놓고 보면, '전달력이 없나' 싶기도 하다. 현재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설득력을 가지는 게 중요한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작업을 할 때는 이런 부분을 최대한 조심하려고 한다. 건반 연주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가사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ㄴ가사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다. 내 음악 빼고 가사 작업한 적은 3번 정도. 가사는 하고 싶은 말을 쓴다. 자연스럽게 멜로디에 붙이는 편이다. 디테일 하거나 감각적인 게 폭발하는 과정은 그다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작업하는 것 치고는 공감을 많이 얻는 편 아닌가.
ㄴ나도 그게 신기하다. 사실 내 의도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구나, 싶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두번째 곡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을 듣고 슬프다고 하는데, 막상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작업했다. 제일 행복한 순간에 쓴 가사다. 삶의 이유를 충전하는 가사.

   
▲ '구름'의 이번 싱글 자켓 사진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싱글 자켓 사진의 느낌이 좋다. 어떻게 작업했나.

ㄴ훈련 받지 않은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잘 못한다. 이번 싱글 자켓 사진은 친한 사람과 함께 일본에서 놀면서 찍었다. 필름카메라로 작업하기도 했다. 자연스러운 느낌을 담고 싶었다.

싱글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그룹 활동을 할 때도 쭉 가지고 있던 것인지, 아니면 작업을 했던 곡들을 자연스럽게 싱글로 발표하게 된 것인지

ㄴ혼자서 하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작업을 했던 것. 자신의 곡을 갖는 것은 정말 단순하고 당연한 거다. 밴드들도 자기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거기에 곡을 만들 줄 아는 재주가 있으니까 내 음악들을 비축해 놓을 수 있었다.

싱글을 한 데 모아서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ㄴ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내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발매나 프로모션 과정을 내가 고민하게 되면 나중에 다른 곡을 쓸 때 '어떻게 써서 어떻게 엮어야 하나' 같은 고민들을 하게 된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하고 싶지는 않다.

회사 분들의 의견도 비슷해서 전적으로 수렴하게 됐다. 사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씩 나오는 것 보다 한번에 많이 나와서 들을 수 있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반면에 싱글이 하나씩 나오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듣고 기대를 하게 된다. 앨범을 한번에 냈으면 내 음악을 몰랐을 사람들도 있을텐데, 싱글 작업은 내 음악을 알리기에도 좋은 환경 조성인 것 같다.

본인의 보컬은 어떤 느낌인 것 같나. 예를 들면 '힘을 빼고 부르려고 한다.' '어떤 느낌을 주고 싶다.' 같은 생각을 하면서 부르나.

ㄴ노래 역시 의식의 흐름이다. 어렸을 때는 노래를 잘 부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싱글을 만들면서 노래를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은 부르기에 괜찮았다. 술 먹고 다음날 일어나서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노래만 만들려고 한다.

   
 

음악과 관련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강점은?

ㄴ어디 가서 많이 얘기하지만, 음악을 만드는데 돈이 안 드는 것 같다. 가내수공업 형태의 음악인 거다. 욕심이 많아서 이것 저것 하는게 이렇게 된 것의 시초 같다. 그것 때문에 많은 일을 하게 된 것 같다. 남의 곡에 가서 연주만하거나, 엔지니어링만 하거나. 그럴 때도 있었다.

혹시 국내 인디 뮤지션 중에서 콜라보 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

ㄴ딱히 없다. 공동작업을 해보고 싶은 뮤지션들과는 다 해본 것 같다. 얼마 전 함께 작업한 백예린은 제일 함께 해보고 싶던 뮤지션이다. 공동작업은 같은 위치가 아닌 이상 한계가 있다. 나도 그렇고, 다른 팀들도 그렇고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들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요즘 곡 쓰는 젊은 뮤지션들에게는 '이제 특정한 장르 안에 음악을 가두는 게 큰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꼭 말로 정의를 내려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래도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있을 텐데 어떤 건가?

ㄴ사실 나는 생계형 음악인의 형태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수익 구조 또한 아는 사람들을 형성되게끔 만들며 지내왔다. 팀도 그걸 발판으로 해서 남을 수 있게된 거다. 대중가요의 경우, 요구하는 바가 분명하다. 곡이 가득 차있는 느낌이랄까. 시장에서 남을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한 거다. 주로 대중가요를 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킬링포인트'를 음악 안에 담고자 한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대중음악이 만들어지는 기본적인 과정에서 끌리지 않는 것들은 잘 안하려고 한다.

실제로 의뢰를 받아서 작업할 때도 비슷하다. 일단 하고 싶은대로 해서 보내고, 수정요청이 오면 수정방안 중에서 가장 하고 싶은 포인트만 골라서 다시 보낸다. 원하는 것 딱 하나는 꼭 남겨두려고 한다. 전혀 그런 포인트도 못 찾겠는 작업은 하지 않는다.

어차피 잘 안 맞는다고 느끼면 그 팀과는 다시 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요구사항이 오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그래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였으니 그렇게 하는 거다. 전에는 그렇게 못했다.

요즘 자신에게 가장 영감을 주는 것은?

ㄴ최근에 들어서는 오랫동안 없었던 것 같다. 요즘 음악을 잘 안 듣는다. 나를 포함해서 음악들이 다 비슷한것 같다. 얼마 전에 에너지를 줬던 건 '레이디 가가'와 '블랙아이드피스'. 내가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는 시기에 나왔던 음악들이다. 그때 당시 블랙아이드피스의 'The en'’를 (블랙아이드 피스) 들었을 때 아무 곳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음악 같았다. 

그게 음악이 됐든, 퍼포먼스가 됐든, '이런게 또 어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에너지를 얻었다.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2017년에는 뮤직페스티벌도 포함해서 공연을 자주 할 예정인지? 팬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으면 좋겠다.

ㄴ공연 자체에 욕심이 있지는 않다. 그런데 회사에서 권해주는건 거의 하는 편이다. 필요한 공연은 한다.

이번 단독 공연에서는 어떤 모습들을 볼 수 있는지.

ㄴ싱글 활동 할 때는 연주도 해야 하고 노래도 해야 했었다. 그래서 뭔가가 분산되는 느낌을 많이받았다. 이번 단독 공연에서는 연주를 많이 안 할 예정이다. 난생 처음 보는 모습일 거다.

다음 싱글은 언제쯤 발매될 예정인지.

ㄴ시기가 정해진 건 없고 자연스럽게 나온다 시기는 회사에서 정하는 편이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와 일하기 전과 후, 어떤 점이 가장 다른 것 같나.

ㄴ건강해진 것 같다. 작업을 하면 많은 것들을 소모하게 된다. 정신적, 체력적인 면에서 내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을 해야 하는데 음악을 하면 모든 에너지를 거기에 사용하게 된다.

작업할 때는 음악 하는 것에서 쉽게 손이 안 떨어진다. 체계적으로 구색을 맞춰서 하는 것은 회사에서 해준다. 그런 것들이 편하다. 회사도 나로 인해 건강해졌으면 한다.

   
 

오늘 아침에 탈퇴기사가 떴다. 탈퇴를 고민 한 시기도 궁금하고,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ㄴ사람이 하고 싶어서 간절한 일들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살면서 '이걸 해서 굳이 나쁠 건 없다' 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은 정말 많이 해봤다. 팀은 내게 '반드시 이걸 꼭 해야겠다' 같은 극명한 꼴이 있던 일은 아니었다. 하면 좋았고, 안 할 이유도 없었기에 계속해온 것. 그런데 지금은 정말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 외의 것들은 정리하게 된 거다. 내 삶을 정리해가는 과정 중 하나다. 그동안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ㄴ첫번째로 안 좋은 소식을 전해드린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가진다. 하지만 그만큼 더 다른 좋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뭔가 하나 사라지는 게 아니다. 변하는 과정이다. 계절의 변화와 같은 것. 제 인생에서 강렬했던 생각이나 상황을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남기려고 한다. 그런 게 듣는 사람들에게도 다른 좋은 영향이 됐으면 좋겠다. '치즈'의 변화도 곧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쏟아지는 일, 끊임없이 터지는 크고 작은 일상의 사건들. 이런 삶의 홍수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붙잡고 살아가기란 얼마나 녹록지 못한지.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 문득 낯선 나를 만나고 혼란스러워지는 때도 있다. 그때 당신은 무엇을 붙잡고 그 혼란스러움을 이겨내는가.

구름의 말처럼, 우리들은 '내가 원하는 것 딱 하나'는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 전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는 있는 걸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구름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음악 앞에서의 태도를 이대로 이어간다면, 그의 에너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천천히 스며들 것이다.

'내가 붙잡고 싶은 것'을 알고 그것을 축으로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 쉬워 보이는 일이지만 사실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붙잡고 싶은 것'에 대해 골몰하고, 그것을 위해 열렬히 살아가야 한다. 비로소 그때 길고 긴 삶의 여정을 고른 숨으로 걸어 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구름의 음악은 당신에게 그런 힘을 보태줄 것이다.

한편 구름의 단독 공연은 3월 중 진행 될 예정이다.

[글] 문화뉴스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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