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포켓몬 덕후'가 직접 남기는 '포켓몬 GO' 후기

[문화뉴스] 1월 23일 저녁, KBS 뉴스는 '포켓몬 덕후'들을 설레게 하는 거대한 뉴스를 보도했다. 오랫동안 출시문제로 씨름해왔던 '포켓몬 GO'가 24일부로 정식 출시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에서 할 수 없어서, 작년 전 세계에 처음 출시될 때부터 해외여행(남미, 미국, 일본 등)을 하는 동안 틈틈이 게임을 해왔던 입장에선, 더는 Wi-Fi에 의존하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자마자, 아직 정식 서비스가 되기 전이었음에도 굳이 스마트폰으로 해외계정으로 전환하여 업데이트까지 끝마쳤다. 작년 연말 도쿄 여행 때 이후로 한 달 만이었다.

   
▲ 허허벌판이었던 지도에 하루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24일 아침, 눈뜨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포켓몬 GO' 실행이었다. 어젯밤만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하루 사이에 도로가 그려지고 포켓스탑, 그리고 체육관이 눈앞에 등장했으니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왼손은 수전증 걸린 것처럼 덜덜 떨렸다.

하지만 몇 초 뒤, 설렘은 탄식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포켓스탑이 GPS 오차범위 50m 내를 벗어난 2,300m 거리에 위치했기에, 직접 움직여야 도달할 수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포켓몬 잡지 말라는 나이언틱의 교묘한 술수 같았다.

이대로 좌절하여 손가락만 빨고 있는 '포켓몬 덕후'가 아니었기에, 출근하는 길에 직접 집 근처 포켓스탑들을 정찰하러 나섰다. '포켓몬 GO'를 실행한 채로 집 밖을 나와 몇 걸음 걸었을 때, 갑자기 거센 진동이 울렸다. 이전 해외여행에서 부화 직전까지 갔던 알 3개가 동시에 부화한 것이다.

   
▲ 출시 첫 날부터, 강챙이(좌)와 에레브(중간)라뇨! 으어, 도감에 포켓몬 100종 돌파(우)!

출시 첫날부터 예감이 좋았다. 알에서는 '에레브', '발챙이', 그리고 '니드런(♀)'이었다. '발챙이'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수륙챙이'를 '강챙이'로 진화시키는 발판으로 활용했다. 이렇게 새로운 포켓몬을 2마리씩이나 얻으면서 포켓몬 도감은 이로서 100종을 채웠다. 이 정도면 국내에서 아무리 못해도 최소 상위 5% 수준일 것이다(지금도 자신하고 있다). '운수 좋은 날'인가 보다.

CGV 왕십리에서 영화 시사회가 있었기에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분당선을 따라 왕십리까지 편안하게 왔다. 왕십리로 달려가는 동안, "인구도 훨씬 많은 대도시 서울은 뭔가 다르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상했던 것과 달리, 크나큰 왕십리역 그 어디에도 포켓스탑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역 건물 밖에는 포켓스탑이 한 두 블록마다 배치되어 있었다. 역 내부 시설물에도 포켓스탑으로 등장하는 외국과는 사뭇 달랐다.

   
▲ 부에노스아이레스 변두리(좌)에도 '꽃가루'가 흩날리는데, 너무나 조용한 왕십리(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만 하더라도 지하철역 자체가 포켓스탑이거나 건물 하나에 포켓스탑이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존재한다(물론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도시 전역이 무료 Wi-Fi 사용이 가능하니, 그 영향인 탓도 있겠지만).

'포켓몬 GO'가 실행이 된다는 한반도 일부 지역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포켓몬을 잡으러 떠났던 작년 여름보다, 확실히 '포켓몬 GO'의 인기가 식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포켓 스탑 5, 6개 중 하나에 일명 '꽃가루(루어모듈)'가 흩날리지만, 서울 왕십리 부근의 포켓스탑들은 잠잠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포켓몬 GO' 열풍이 한풀 꺾인 점과 한국에 정식으로 서비스 출시하는 시기가 늦어진 탓이 가장 크긴 했지만, 뭔가 씁쓸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전설의 포켓몬'을 풀지 않는 한, 길가에 서서 포켓몬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발견하긴 힘들 것 같다. 적어도 이때까진 그랬다.

Part.2에서 계속됩니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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