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 '연결고리' #018 '공조'

   
 

[문화뉴스] 1월 18일에 첫 국내 대작 영화가 동시 개봉했다. 하나는 우리가 지난 편에 소개했던 '더 킹'이었고, 나머지는 눈치챘겠지만, 우리가 이번에 다룰 '공조'다. 같이 개봉했음에도 출발 선상이 확연하게 갈리면서 관객 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이 글이 발행되는 시점에도 '더 킹'이 훨씬 앞서고 있다).

그래서 준비해보았다. '영알못' 석재현과 '평점계의 유니세프' 양미르 기자가 왜 '공조'가 '더 킹'에 밀리고 있는지 한 번 분자 단위로 분석해봤다.

'공조'가 왜 '더 킹'에 비해 밀리는 걸까? 두 사람 다 두 영화를 봤으니, 솔직하게 답변 바란다.
ㄴ양미르 기자(이하 양) : '더 킹'이 주는 시대적 메시지가 아무래도 '공조'보다 강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이번 국정농단의 주축인 최순실은 고함을 치면서 "억울하다, 민주 특검이 아니다"라고 말을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 시국에서 왜 그런 '나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됐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보여주는 영화. 그것도 '스타 캐스팅'으로 구성된 상업영화는 근래 볼 수 없었다.

이런 면에서 신선함을 주는 '더 킹'과 다르게 '공조'는 역시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기자는 '군함도'를 준비 중인 류승완 감독의 액션 스릴러 영화인 '베를린'을 보면서 "그래도 '남북문제'를 다루는 영화는 할리우드가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게 낫다"는 생각을 꺼냈었다. 하지만 그냥 '남북문제' 자체를 진부하게 그 설정만 놓고 사용한다면 관객은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석재현 기자에게 맡기겠다.

   
 

석재현 기자(이하 석) : 이것저것 할 말은 많다. 가장 문제점으로 꼽자면, '공조'가 꺼내 든 소재 '남북관계'를 사용한 시점이다. 아마 '남북관계' 소재라면 요즘 영화보단 TV에서 더 재밌는 내용을 많이 다룬다. 종편채널인 TV조선이나 채널A만 하더라도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지 않던가? 요즘은 잠잠하지만, 김정은을 밀착취재하던 뉴스라던지, 탈북 여성들을 패널로 모셔놓고 하는 토크쇼나 그녀들과의 가상 부부 등 이게 '공조'보다 훨씬 더 재밌다.

만약, 1990년대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영화인 '쉬리'가 개봉할 당시에 '공조'가 개봉했더라면 전설적인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쉬리'가 보여주었던 갖가지 액션보다는 훨씬 더 화려하고 스케일이 커졌으니까. 아니면,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으로 나왔던 '의형제'보다 먼저 나왔던가 해야 했다. 그랬더라면, 최소한 "어라? 이 영화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을 사용하네?", "이제 식상하지 않냐?" 같은 혹평은 안 들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평을 보면 '공조'가 크게 잘못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 괜찮은 면 하나라도 있지 않았을까?
ㄴ 석 : 그나마 건질만 한 건, 이번 '공조'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임윤아의 재발견이 아닐까? 걸그룹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청순가련한' 배역으로만 출연했기에, '공조'에서 그녀가 이 영화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사실 있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그녀가 '공조'의 신스틸러였다. 뻔뻔하면서 코믹 발랄한 연기에서 이렇게 두각을 낼 줄이야. 그녀의 연기, 아주~ 칭찬해!

   
 

양 : 그래도 액션 하니만큼은 극장에서 팝콘 먹으면서 보기엔 적당했다. '본 시리즈'의 성공 이후, 러시아 무술인 시스테마는 액션 영화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 작품을 위해 현빈은 시스테마와 북한의 주체격술을 연마했다.

그렇다고 액션 영화의 다른 축인 총격전, 차량 추격전이 소홀하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터널과 다리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그래도 스크린에서 보기에 딱 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하나 더 질문하겠다. 이건 좀 난감한 질문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만약, 당신이 '공조' 감독이었다면, 어느 부분을 고쳤을 것인가??
ㄴ 양 : 고칠 부분은 많겠지만, '남북관계'와 관련된 영화의 공통점이 있다. 혹시 '북벤져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최근 북한 특수 요원이나 군인을 맡은 배우들의 외모가 매우 출중해서 나오는 말이다.

'태풍' 장동건, '의형제' 강동원, '베를린' 하정우, '간첩' 김명민, '의형제' 강동원, '용의자' 공유, '은밀하게 위대하게' 김수현, '동창생' 탑 등이 이 멤버에 속한다. 이런 '꽃미남' 배우들의 엇비슷한 묘사는 어쩌면 또 다른 '스테레오 타입'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있다. 물론 제작사 측에선 '티켓 파워'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석 : 김상훈 감독이 '공조'를 만들면서 참고했다는 '나쁜 녀석들'만 하더라도 액션 이외에 두 주연배우인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의 주고받는 입담 등의 코미디 요소까지 두루 갖췄다. 하지만 '공조'는 철저히 역할 분담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니, 액션은 화려하나 재미가 없다.

특히 '림철령'은 너무 무게만 잡고 나와서 별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림철령'은 액션과 멋짐만 신경 쓸 뿐, 정작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고 밝은 요소를 전담하는 건 유해진이 연기한 '강진태'뿐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준 현빈을 모습을 '림철령'에게도 녹일 수도 있었잖은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끝으로 '공조'에 대해서 정리를 해주길 바란다.
석 : ★★ / '의형제' 아니었으면 비교대상이 없어서 그나마 덜 까였겠지, 아니면 1990년대에 개봉하던가 했어야
양 : ★★ / 섞이지 않은 짜장면 같은 영화다. 달달한 소스와(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콩, 오이, 달걀 프라이 등으로 이뤄진 액션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상영시간 중 대부분은 밍밍한 면을 먹는 느낌이다. 둘이 온전히 섞였으면 더 좋은 영화가 됐을 텐데.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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