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외계인' 혹은 '외계 생명체'는 우리가 지구 밖 우주를 향해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사와 함께해온 미지의 존재들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그들이 있다고, 혹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갑론을박하며 지금까지도 그들의 존재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과학계에서 부단히 애써오고 있다.

영화계에서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다루기 시작했던 건 1968년 스탠리 큐브릭의 역작 중 하나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였고, '스타워즈 시리즈'와 '에일리언 시리즈', 그리고 1980년대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내놓은 'ET'를 통해 외계인은 우리에게 조금씩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1990년대부터 '외계인'과 '우주'는 SF 영화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핵심요소가 되었다.

감독의 의도에 따라 그들은 우리의 친구가 되었다가, 때로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적으로 돌변한다. 그렇기에 올해 2월 초에 개봉 예정인 '컨택트'의 예고편만 보았을 때, '우주'와 '외계인'을 다뤘던 SF 영화들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하게 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산산조각이 났다. 예고편을 보고 단순히 SF 영화를 기대하고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엄청난 '묵직함'을 두 손에 들고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컨택트'는 지난 2014년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인 '인터스텔라'가 줄곧 찾아 헤맸던 답을 제시한 SF영화였다.

   
 

기묘한 형태의 12개 쉘과 미지의 존재와 접촉하기 위해 쉘 내부 통로를 걸어가는 그들, 그리고 신비스러운 '헵타포트'와의 만남은 상영관을 나온 이후에도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 만큼 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직접 '헵타포트'를 가까이서 본 듯한 잔상이 남아있을 정도(영화 내 흘러나오는 기묘한 사운드는 잔상의 농도를 짙게 만드는 촉매제였다).

드니 빌뇌브는 멈추지 않고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헵타포드'와 교류하는 과정 중간에 전체적인 영화 줄거리 흐름을 랜덤으로 섞어놓으면서 영화가 내뿜는 모호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 강화함과 동시에 반전 요소까지 심어두었다. 영화에서 '헵타포드'가 보여주는 외계어가 무슨 말이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파고들었던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처럼, '컨택트'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보는 내내 소통하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컨택트'가 기존 SF영화들과 다른 어떤 메시지를 주냐고 물어본다면, 여기서 공개한다면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 말할 수는 없다. 자신들이 듣고 싶은 것만 보려는 이들과 달리 '헵타포드'와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시도하는 '루이스'의 태도와 소통에서 얻는 그녀의 마음가짐이 아마 힌트가 될 것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에이미 아담스의 노미네이트다. 이번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아카데미 시상식에 그녀는 '컨택트'가 아닌 '녹터널 애니멀스'로 후보에 올라섰다. 둘 다 본 입장에선 '컨택트'로 후보에 올랐어야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전 세계 문과인들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전도사 역할은 했지만, 그녀의 상복은 올해도 없는 것 같다.

문화뉴스 석재현 인턴기자 syrano@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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