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playticket@mhns.co.kr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

[문화뉴스]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 46회 게스트는 국립극장 하우스매니저 김명수다. 87년부터 국립극장에서 근무하여 올해로 30년째 국립극장의 하우스를 담당하고 있다.

 

Q. 하우스 매니저와 안내원들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ㄴ 크게 안전관리와 서비스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는 다른 자잘한 업무를 얘기할 것 없이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다. 그리고 관객 안내를 담당하는 안내원들의 교육도 나에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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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하우스매니저가 갖추고 있는 기본마인드가 있다면?

ㄴ 하우스매니저는 기본적으로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도 항상 관객이 1순위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성이다. 하루에 1~2천 명의 관객이 온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맞춰줄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편안하게 공연을 보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관객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남을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 플스 46회 게스트_국립극장 하우스매니저 김명수

 

Q. 공연장 하우스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

ㄴ 내가 87년도에 국립극장 입사했을 때는 故 허규극장장님 재임 시절이었다. 그분은 공연연출을 하는 분이라 관객의 입장에서 많이 고민하셨다. 그 당시는 극장의 로비가 개방되지 않고 옛날 영화관처럼 건물 외부로 나 있는 조그만 창구를 통해 티켓을 구매해서 공연을 시작할 때만 로비를 통해 극장 입장이 가능했다.

그때 극장장님께서 말씀하시길 "관객들이 여름에 비 올 때나 겨울에 춥고 눈 올 때 건물 바깥에서 기다리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고 하셨고 이후에 여러 가지 검토를 거쳐 로비를 개방하게 되었다. 로비를 개방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하우스를 관리하거나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도 생각하지 못했던 때다. 로비가 관객들의 휴식공간이라는 생각을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공연장이 로비와 관객에 대한 서비스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 공연장에 오는 것은 비단 공연을 관람하는 목적만 있는 것은 아니라 관객들에게 소풍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낮 공연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들이나 특히 나이든 관객들이 많이 온다. 친구들이랑 와서 로비에서 차를 마시고 간식도 드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이런 분들에게 좋은 분위기를 제공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하우스매니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Q. 다른 기관이나 단체에서 벤치마킹을 할 만한 국립극장 하우스 운영시스템의 장점이 있다면?

ㄴ 안내원의 대부분은 아르바이트생이다. 아무래도 직원만큼의 애착이나 전문성이 덜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대화나 교육을 통해서 나와 같은 업무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나도 가능하면 다른 공연장을 많이 다니고 있다. 대부분의 공연장이 나름대로 특장점을 가지고 있다. 모든 공연장이 다 똑같이 운영될 수는 없고 각자 자기 상황과 성격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같은 공연장이라 할지라도 방문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서비스를 달리하여야 한다. 국립극장도 다목적극장이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지고 그에 따른 관객층도 천차만별이다.

어린이 관객들이 왔는데 딱딱하게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 드신 관객들은 혹시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다가가서 여쭤보고 말을 걸기도 한다. 굳이 우리 극장 하우스의 장점을 꼽으라면 시설이나 시스템이 아닌 이러한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고민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곧 하우스운영은 사람 마인드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우스를 법률이나 수학 공식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 관객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의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

 

 

   
▲ 플스 방송 중

Q. 관객들을 상대하다 생기는 어려운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ㄴ 관객의 불만이 있을 때는 그걸 들어주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관객들과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국립극장도 고정관객이 있다. 로비에 나가다 보면 늘 극장을 찾는 관객들과 자주 마주친다. 그 고정관객 중 유독 올 때마다 클레임을 거는 분이 있었다. 당연히 그 입장을 이해하고 매번 들어주려고 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불만을 가질 상황이 아니라 생각될 때도 있었다. 주로 나보다는 어린 안내원들에게 불만을 표시하는데 직접 가서 얘기를 들어보고 대신 사과를 드리곤 했다. 그러면 사정을 이해하고 수긍하기도 하지만 다음에 올 때는 또 무언가로 불만을 표출하는 분이었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극장공사 때문에 주차공간이 협소하여 바깥에서 안내하게 되었다. 또 그분과 마주쳤고 나는 평소처럼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이 "주차안내도 하세요?"라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네, 바쁘면 주차일도 돕죠."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고생하시네요."라고 말했다. 그다음부터 클레임을 걸지 않았다. 이유를 물을 수는 없지만 아마도 우리가 정말 애쓰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라고 짐작한다. 관객들에게는 형식적인 모습보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대하다 보면 관객들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

 

Q. 하우스에서 실수한 경우가 아니라 무대 혹은 티켓에서의 불찰로 관객 입장이 지연된다거나 불만이 생겼을 경우에도 하우스에서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ㄴ 관객이 불만을 제기했을 때는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급박한 상황이 생겼을 때는 해당 파트의 입장을 일일이 따져 물을 수는 없다. 다만 혼자 해결할 사항이 아니라면 해당 파트의 담당자와 급히 상의하여 관객에게 답변을 준다. 나도 내 파트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담당자를 돌리고 있다면 그것은 더 큰 불만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하우스에서 조치를 취하고 일단 공연을 보시게 한다. 그리고 휴식시간이나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원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명을 한다. 얼마 전에도 누군가가 로비에 와서 "야, 하우스 매니저 나와"라고 소리 질러서 가봤더니 주차에 문제가 있어서 나를 찾은 관객이었다. 여러 가지 불만들을 나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내가 처리해야 할 일이 아니었음에도 속으로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극장에 오는 모든 관객이 일단 하우스매니저를 찾으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우스매니저라는 직업이 그만큼 관객에게 인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하우스매니저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 어르신 단체가 왔는데 공연이 끝나고 지하철역까지 내려가는 극장 셔틀버스에 다 타시기엔 자리가 부족했다. 그래서 배차실에 요청해서 한 번 더 차량운행을 하게 했고 직접 지하철까지 모셔다드렸다. 노인분들이 자신들의 간식으로 싸 온 봉지를 나에게 주시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셨다. 오히려 더 많이 못 챙겨 드린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 국립극장 사무실에서

Q. 대학로엔 공연장 환경이 열악한 곳이 많다. 고정된 하우스 인력을 배치하지 못하더라도 공연단체가 관객들을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ㄴ 안전문제가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나도 소극장협회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벌어질 위급한 상황에 대해 늘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행동요령을 숙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밖에 서비스 측면에서 본다면 각 공연장이나 공연단체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에 관계된 여러 분야가 있고 각자의 역할이 다르지만, 공연장에 나와 관객을 맞을 때는 모두가 하우스매니저라는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좋겠다. 이것은 내가 지방공연장에 가서 하우스 운영교육을 할 때 늘상 하는 말이다.

Q. 국립극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관객들에게는 사실 어떻게 해달라는 요구는 할 수 없다. 일단 보러오는 것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극장이 관객에게 무언가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 만족을 못 시키더라도 자그마한 불만 사항에 대해서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것이 우리 몫이다. 국립극장에는 관객뿐 아니라 대관 공연을 하는 공연단체 관계자들도 온다. 장기공연을 하면서 공연제작프로세스에 익숙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공연단체도 있다. 그들에게도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Q. 하우스매니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ㄴ 몇 년 전부터 장래희망 또는 논문작성 등을 목적으로 나에게 면담을 요청하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일단은 도전해 볼 만한 좋은 직업이라고 얘기한다. 다만 공연 활동하는 사람들보다 일자리가 많지 않다. 그래서 쉽게 권할 수만은 없는 환경이다.

예전에 일본 산토리홀을 갔는데 그곳의 하우스매니저가 연미복을 입고 관객을 맞이하는 것을 보았다. 당시 그분도 공연장에서 30년 정도 일한 60대의 남자였는데 아마 극장에서 직급도 꽤 높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순한 관객 안내를 위한 하우스매니저가 아닌 공연장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자주 오는 오랜 관객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악수도 하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고 내가 꿈꾸는 하우스매니저의 모델이라 생각했다.

나는 못 이룬다 할지라도 후배들에게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 사실 나도 30년을 일하다 보니 예전에 알던 공연관계자분들이 와서 인사를 할 때는 반갑고 그들도 반가워한다. 전임극장장님들도 공연 보러 오시면 인사를 나누는데 그분들 말씀이 "그래도 아는 사람 한 명 있어서 반갑다"는 말씀을 할 때가 감사하고 뿌듯하다.

   
▲ 플스 46회 방송을 마치고

 

※ 본 칼럼은 아띠에터의 기고로 이뤄져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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